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이 말은 건축 인테리어 가구 등에 쓰이는 하드웨어 전문 독일 H사 광고 글귀다. H사는 나사못부터 자동문 시스템 등 건축에 필요한 오만 가지 제품을 제작 유통하는 기업으로 그와 유사한 기업 중에는 창업한지 백년쯤 됐거나 2차 대전 직후에 생겨난 회사들이 많다. 나사못 하나를 만들어도 국산이나 중국산은 나사 머리가 쉽게 뭉개지거나 못 하나를 만들어도 쉽게 구부러지는 등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양질의 제품을 쉽게 구해 쓰는 시대가 된 것에 만족한다.

기초가 탄탄한 기업은 불량률 제로에 가까운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낸다. 소모품 하나하나까지 기술과 철학이 깃들어 있을 뿐 아니라 국민성까지 엿보이는 대목이다. 선진기술은 완제품뿐만 아니라 기계를 만드는 기계, 공구를 만드는 공구, 또 그것을 고치는 기계나 공구 등 모든 기술을 고르게 발전시켰다. 각 분야의 기술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 독일을 최고라고 손꼽고 있으며 전쟁 전후에 많은 기술이 축적되고 발전했다는 건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산업혁명 이후 세계열강들이 발전을 거듭할 당시, 조선의 쇄국정책과 이어진 식민치하에 비해 1960년대 산업화로 이룬 기술성장은 세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지만 2021년 현재 필자가 몸담고 있는 목공분야에 대패나 끌 따위를 만드는 기업이나 사람이 거의 사라진 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필자를 더 의아하게 한 것은 신도시 내 도로포장을 위해 동원된 중장비나 대형트럭 등 장비 대부분이 수입산이라는 것과 국산 장비는 고작 방향지시등을 켜놓은 작은 트럭이 전부인 것을 보면서 우리가 퇴보한 것은 아닌지… 또 현장에 공구를 싣고 다닐 밴을 알아보기 위해 자동차 영업소를 방문했을 때 자신들이 판매할 차량과 경쟁사 제품에 대해 무지한 영업사원을 보면서 소비자보다도 전문지식이 부족한 직원이 어떻게 차를 팔겠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거저먹기 식 내수시장이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닐까? 그 기업이 똑바로 된 자동차도 한 대 만들지 못할 때 항공모함이나 비행기를 만든 기업들의 제품을 터부시하는 것을 보면서 아! 이 사람들은 주제 파악이 안 돼 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야전에서  오랜 시간 일하며 느낀 점이라면, 죄 말로 일하는 사람 투성이지 정작 몸으로 일하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는 것이며, 그나마도 몸으로 하는 일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의 차지가 됐을 뿐 아니라, 자국민과 외국인 임금도 동일한 수준이 돼버렸다.

우리는 산업발전의 근간이 돼 왔던 기술은 뒷전이고 서비스업만 중시하는 사회가 돼 가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세계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폭격으로 엉망이 돼 버린 비행장을 온갖 중장비를 동원해 복구하는 미국과 중장비 없이 오직 인력을 동원해 복구하는 일본을 비교해 보면 어느 나라가 전쟁에서 승리할지는 이미 결론이 나있었던 것 아니었을까? 

필자가 안타까워 하는 것은 정치권, 사회지도층을 비롯, 전문가 집단조차 이런 문제를 언급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세계시장에 나가 경쟁할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를 만들고 지원을 해주면 안 되는 것인가? 저질의 복제품을 쓰는 것보다 양질의 하드웨어를 쓰는 것은 작업자와 사용자들의 정신건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관대해질 필요가 있는 분야, 그것이 바로 하드웨어인 것이다. 

‘싼 맛은 쉽게 잊혀지나 저질의 쓴 맛은 오래 남습니다’를 우리말로 하면 ‘싼 게 비지떡’입니다. 여러분 잘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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