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전 경인지방환경청 환경지도과장
한정규 전 경인지방환경청 환경지도과장

2021년 6월 11일 광주시 학동 재개발공사 건물 붕괴사고 현장에서 나타난 석면 환경오염을 계기로 기존 건축물에 사용된 석면 실태를 파악, 석면으로 인한 환경오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철저한 대책이 요구된다. 석면이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가도 당장 질병이 나타나지 않고 짧게는 15년에서 길게는 30년이라는 잠복기를 거쳐 폐암 등 증상으로 나타난다. 폐내의 대식세포가 석면을 포식 석면폐증 폐암 악성중피증을 앓게 된다. 또 늑막삼출액 늑막비후 늑막반등늑막질환 늑막폐합병증 등 질병을 유발한다. 

때문에 석면에 노출된 실내먼지와 공기는 물론 석면에 오염된 토양에서 재배한 야채 등을 피해야 하며 석면을 사용한 건축자재 작업장에서 작업 중 입었던 옷 또는 신발은 깨끗이 씻어야 한다. 특히 석면을 건축자재로 사용한 건물 내에서 거주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래서 정부는 석면을 중요 환경오염물질로 규정해 사용을 제한한다. 문제는 그런 석면을 환경오염물질로 규제하기 이전에 건축용 단열재 등으로 사용한 건물들이 적지 않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공공 대형건물 상가, 빌딩, 아파트, 주택 등은 물론 소형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석면을 원료로 만든 건축 자재를 광범위하게 사용해 왔다. 특히 학교 교사 등을 건축하면서 석면제품을 단열재로 사용했다. 2018년 교육과학부 자료에 의하면 학교 교사 등 건물 85%에서 발암 석면이 검출됐다고 했다. 그 동안 석면 환경오염과 관련 문제가 됐던 적이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서울 여의도 소재 라이프빌딩 해체 작업이었다. 라이프빌딩 해체 작업 시 석면이 다량 검출돼 그 작업장에서 일했던 인부들이 석면에 노출돼 사회적 문제가 됐었다.

중요한 점은 우리나라 건축물 중 건축된 지 오래된 건물 대부분이 석면을 단열재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석면을 단열재로 사용한 기존 건물 특히 학교 건물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교사를 포함한 학교 내 모든 건물은 석면 환경오염에 비교적 노출돼 있다. 교실 등 학교 건물들은 초등학교 어린이부터 중·고·대학생 등이 수업을 하는 등 매일 생활하는 공간이다. 때문에 석면노출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다행히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석면의 95%가 독성이 비교적 약하다는 백석면이다. 백석면 중 82%가 건축자재로, 11%가 자동차 브레이크용으로, 그 외도 방화섬유제품으로 5%가 사용된다. 석면을 원료로 하는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물론 석면제품을 사용한 건물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석면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똑같은 질병이라도 그 원인이 석면인 경우는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건물 붕괴사고로 나타난 석면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넘겨서는 안 된다. 특히 경기도교육청 등은 각급 학교 오래된 건축물에 대한 석면사용 실태를 정밀 조사해 학생들이 석면 환경오염으로부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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