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동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무더운 날씨에 선풍기 바람을 쐬며 대기하고 있다. /사진 = 기호일보 DB
인천시 남동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무더운 날씨에 선풍기 바람을 쐬며 대기하고 있다. /사진 = 기호일보 DB

"의료진에게 감사하다던 ‘덕분에 챌린지’는 이제 옛말 같아요. 방호복 안이 땀으로 흥건할 정도로 열심히 근무하지만 일부 시민들이 서두르라고 질타하면 우리도 마음이 지쳐요."

최고기온이 33℃를 넘는 폭염 속에서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선별진료소와 보건소 등에서 근무하는 의료종사자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13일 오전 10시 미추홀구보건소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의 줄이 400m 이상 이어졌다.

연일 발생하는 산발적 집단감염 여파와 수도권 확진자 증가의 영향으로 PCR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며칠째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기온은 32℃를 웃돌고 높은 습도로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상황이지만 선별진료소 PCR검사 현장에는 레벨D 방호복, 라텍스 장갑, KF94 마스크로 무장한 의료진들이 시민들을 맞았다. 이들은 방호복 착용으로 둔한 감은 있지만 시민들의 신속한 검사를 위해 문진표 작성을 돕거나 검체 채취를 위해 서둘러 움직였다.

하지만 집단감염 등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검사 대상자들이 증가하자 무더위 속에서 오래 줄을 선 시민들은 불편한 내색을 보이기도 했다.

간호사 A씨는 "인천시청 등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12일은 1천300명 정도의 검체를 채취했다"며 "식사시간도 줄여 가며 근무하는데 일부 시민들이 오랜 대기시간 때문인지 짜증과 불만 섞인 말들을 쏟아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시민들이 식사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질타하는 소리를 하면 정말 마음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현재 보건당국은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기간 동안 주중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은 오후 6시까지 선별진료소를 운영한다. 의료진들이 그나마 갖는 휴식시간은 2시간 정도의 점심시간이 전부다. 게다가 식사 후 땀을 씻고 방호복을 다시 입는 시간이 30분 이상 소요되지만 이마저도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줄이려고 하고 있다.

최근 집단감염 발생으로 설치한 학교 내 선별진료소 사정은 더 심각하다. 야외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 환경은 마땅한 휴식장소도 없으며, 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검사하기 때문에 동선 통제나 검체 채취 과정이 훨씬 까다로운 실정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의 집단감염 발생이 가장 곤욕"이라며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몇 시간에 걸쳐 전수조사를 하기 때문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으로 가득 차 물속에 있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 있는 의료종사자들에게는 시민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진심으로 큰 응원이 된다"고 덧붙였다.

박승준 기자 sjpark@kihoilbo.co.kr

이민철 기자 ghle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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