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은 없었다. 재선이 없으니 삼선은 꿈조차 꿀 수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매번 그랬듯 내년 6월 1일 치러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재선 용인시장의 탄생 여부가 제1관전포인트가 될 수밖에 없다.

재선 시장이 탄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은 갖췄다. 현직 시장이 불출마할 경우 애시당초 재선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현 백군기(71)시장이 재선 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여당 내부 공천 경쟁도 경쟁이지만 야당의 도전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내년부터 용인시가 특례시로 한 단계 격상될 예정이어서 초대 용인특례시장은 어느 당에서 어떤 인물이 차지할지에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용인시장 후보군들은 대권의 향배가 지방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후보군들은 대놓고 ‘저요’라며 손을 번쩍 드는 대신 정중동의 자세로 수면 아래에서만 분주한 모습이다. 자칫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하는 등 ‘모난 돌’이 될 경우 ‘제사(대선)’보다 ‘젯밥(지선)’에 더 관심이 있는 인물이라며 ‘정’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탓이다.

용인시장 후보군들의 면면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백 시장이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있어서인지 여당보다는 야당 후보군들이 눈에 띄게 많다.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과 전 용인시 부시장, 전 도의원 등이 공천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민주당에서는 백 시장이 ‘최초의 재선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백 시장은 재선 도전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초선은 임기 4년 중 자신의 가치 실현을 위해 전력할 수 있는 기간은 사실상 마지막 한 해 정도이고, 그마저도 선거 등으로 인해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재선된다면 임기 첫날부터 4년 내내 가치 실현을 하는 데 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백 시장은 역진불가(逆進不可)의 정의로운 도시, 친환경 생태도시, 100년 먹거리 도시, 문화도시를 안착시키는 데 4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호소하며 표심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용인시의회 의장을 지낸 3선의 이건한(55)의원은 진작부터 시장 도전을 기정사실화하며 지역민과의 접촉면을 넓혀 왔다. 그는 "그동안 대다수 용인시장은 용인의 미래 청사진을 설계하기보다는 표피적인 치적 쌓기에 치중하거나 보신주의로 일관했다"며 "3선의 의정활동 경험을 토대로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미래 청사진을 그려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민주당 전 상근부대변인 현근택(50)변호사도 호시탐탐 틈새를 노리고 있다. 현 변호사는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용인시장에 도전했으나 경선에서 백 시장의 벽을 넘지 못하고 꿈 실현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대선 승리를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기회가 되면 도전하겠다"며 출마 의지를 보였다.

국민의힘에서는 현역 국회의원을 제외한 3개 지역구 원외 당협위원장이 용인시장 도전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거나 고민 중이다. 기본적으로 당협위원장은 총선용이지만 ‘예비선거’ 성격의 지방선거를 굳이 외면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꼭 본선 링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경선 과정을 통해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점도 당협위원장들의 지방선거 출마 러시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출신인 용인병 이상일(59)위원장은 ‘당신밖에 없다’며 출마를 강권(?)하는 주변 인사들에 의해 꾸준히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중앙당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과 정보정세분석분과위원장 등을 맡고 있는 이 위원장 스스로도 인지도 면에서 타 후보군들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자평한다. 이 위원장은 "지역구를 탄탄하게 다지는 게 결국 정권 교체의 발판이 될 것"이라며 "나라와 시민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기회든 마다하지 않고 출전할 채비를 갖췄다"고 문을 열어놨다.

용인정 김범수(47)위원장은 현재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용인시가 특례시로 발돋움하면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도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해 출마 여부를 놓고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용인을 이원섭(45)위원장 역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준석 당대표 체제가 출범한 이후 상대적으로 젊은 피에 속하는 그도 상당 부분 힘을 받은 모양새다. 이 위원장은 "대선 정국이어서 자칫 자기 정치하는 걸로 비칠까 봐 조심스럽다"면서도 "대선이든, 총선이든, 지선이든 선거운동 방식은 대동소이한 만큼 있는 자리에서 유권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15대 용인시 부시장(2014년 1월 3일∼7월 1일)을 역임한 황성태(59)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정책특보도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화성시 부시장 재임기간(2016∼2018년)이 상대적으로 길어 한때 화성시장 출마설이 나돌았으나 황 특보는 "근무기간은 6개월여 정도로 길지 않았지만 용인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는 말로 화성시장 출마설을 일축했다. 황 특보는 "21대 총선 당시 용인지역에 출마한 (국민의힘)후보자들을 위해 공약 만드는 일을 도왔다"며 "시민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는 용인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제17대 용인시 부시장(2015년 7월 15일∼2017년 7월 9일)을 역임한 조청식(57)수원시 제1부시장도 용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조 부시장은 "현직이어서 그런 부분(출마 여부)에 대해 명쾌하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용인의 미래 가치를 만들 준비는 충분히 돼 있다"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권미나(52)전 경기도의원도 최초의 여성 용인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권 전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용인병 지역구에 도전했으나 경선에서 현 당협위원장에게 밀려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단국대 초빙교수로 활동 중인 권 전 의원은 지방선거를 통해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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