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 도심이 대혁신을 맞는다. 서울 청계천과 같은 생태하천이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굴포천은 부평구와 계양구, 경기도 부천·김포시, 서울시 강서구를 지나 한강으로 빠져나가는 총 거리 21.17㎞의 수도권 서부 대표 하천이다. 

 그러나 과거 급속한 도시 발전으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산업화를 거치면서 물고기 폐사와 악취가 발생하는 등 환경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굴포천은 1990년대 들어 발원지 인근인 인천가족공원에서 부평구청까지 3.46㎞가 콘크리트로 덮여 현재까지 주차장으로 쓰고 있다. 

 부평구는 굴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비롯해 총 10개 단위사업이 포함된 도시재생 뉴딜 ‘인천을 선도하는 지속가능 부평11번가’로 부평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편집자 주>

복개와 복원을 거듭하던 굴포천은 부평구 도심 재생의 상징성을 갖는다.
복개와 복원을 거듭하던 굴포천은 부평구 도심 재생의 상징성을 갖는다.

# 황조롱이 굴포천에 살어리랏다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한 쌍이 최근 구청사 간판에 둥지를 틀었다. 맷과에 속하는 황조롱이는 도시에 사는 우리들도 가끔씩 접하는 낯설지 않은 새다. 그러나 통상 건물의 옥상이나 아파트의 베란다에서 목격되는 이 친구가 공교롭게도 구청사 새 형상을 한 간판과 벽 사이 공간에 자리를 잡으며 여러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황조롱이가 구청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세 가지로 추측된다. 8층 높이 둥지는 뱀 등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할 수 있고 스스로 둥지를 짓지 못하는 황조롱이에게 때마침 까치가 남긴 둥지가 있었다는 점, 구청 바로 앞에 흐르는 굴포천은 두더지나 쥐, 작은 조류를 먹는 황조롱이가 다양한 먹이를 구하기 최적의 장소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다." 차준택 부평구청장의 말이다. 

굴포천이 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생태하천으로 복원된다. 복원 구간에는 생태관찰탐방로와 수변쉼터, 징검다리, 전망 테라스, 워터 스크린 등이 만들어진다. 물이 잠긴 곳에는 노랑꽃창포와 부들이, 물가에는 갈대와 물억새, 갯버들, 금계국 등이 하늘거리고 수변 끝쪽에는 이팝나무와 왕벚나무 등이 그늘을 만들어 줄 것이다. 아이들은 물길을 따라 학교를 오가며 삶 속에서 생태를 관찰하고, 주민들이 산책하는 동네는 자연 힐링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지난 6월에 가진 부평1동행복센터~부평구청 구간 생태복원 착공식.
지난 6월에 가진 부평1동행복센터~부평구청 구간 생태복원 착공식.

# 인천 대표 하천, 역사 흐름에 따라 변화

굴포천은 인천의 하천 중에서도 물길이 가장 길다. 인천가족공원이 조성된 광학산 북서사면에서 발원해 부평의 도심과 산단 지대를 가로지른다. 이어 부천시 원미구·오정구의 행정 경계를 이룬 후 계양구 상야동·평동을 통과해 김포시 고촌면 신곡리에 이르러 한강에 물을 더한다. 2016년 12월 28일에는 부평구청 앞 복개 종점부터 한강 합류지점 간 15.31㎞가 국가하천으로 지정됐다. 

굴포천의 과거.
굴포천의 과거.

굴포천은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각각 한강과 황해를 잇는 하나의 운하로 건설하려 했다. 그러나 부평동과 남동구 간석동을 연결하는 ‘원통이 고개’에 이르러 무산된다. 암반으로 된 지반을 굴착하지 못해서다. 그때서부터 "원통하다"는 탄식이 전해져 원통이 고개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을 맞으면서 굴포천은 아낙들의 빨래터이자 아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굴포천 인근은 일제강점기 당시 군수물자를 생산했던 일본육군조병창 대신 미군의 다양한 부대가 자리잡은 ‘애스컴 시티’로 변했고 물길과 함께 격동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아파트 건설 바람이 불었다. 미군부대가 떠난 자리에는 인구 5만여 명을 수용하는 대규모 아트 단지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산업화와 함께 굴포천의 옛 모습은 사라져 갔다.

굴포천 생태복원 조감도.
굴포천 생태복원 조감도.

# 부평11번가 사업과 연계한 굴포천

부평구 도시재생인 ‘지속가능 부평11번가’ 사업과도 상승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평11번가는 총 10개 단위사업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중 굴포하늘길 조성사업, 굴포문화누림터 조성, 굴포보행인프라 조성사업 등은 굴포천을 더욱 찾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 것이다.

굴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단순히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사업이 아니다. 생명과 역사, 문화의 물길을 다시 흐르게 하는 부평 도시재창조의 핵심 프로젝트다. 국비 10억 원과 지방비 476억 원 등을 투입해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부터 부평구청까지 1.2㎞ 복개 구간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1.5㎞를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사업이다. 복원사업 외에 하수도 분야 예산 150억 원까지 더하면 636억 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2023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주차장과 도로로 쓰이고 있는 굴포천 복개구간.
현재 주차장과 도로로 쓰이고 있는 굴포천 복개구간.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 인근에는 주민참여마당인 문화광장도 조성할 예정이다. 이곳은 올해 초 정부로부터 선정된 문화도시 사업과 연계해 주민들에게 ‘일상이 문화가 되는 삶’을 선물하는 공간이 된다.

부평구는 ‘자연과 이야기하면서 걷고 싶은 하천 굴포천’을 슬로건으로 ▶부평구 문화자원과 연계한 관광 인프라 창출 ▶하천구조 개선 및 종·횡적 생태축 연결로 생물다양성 확보 ▶복개구간 철거로 옛 물길 복원 및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 등을 대주제로 정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사진=<인천 부평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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