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자치분권’의 시대다. 

 자치분권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이 조화를 이루고,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주민의 직접적 참여가 확대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을 배분하는 것이다. 즉, 주민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바꾸는 ‘주민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바로 자치분권이다.

 자치분권은 2017년 10월 행정안전부가 ‘자치분권 로드맵(안)’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으며, 2018년 9월과 2019년 2월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 ‘자치분권 종합계획’ 발표 및 ‘2019년 자치분권 시행계획’ 확정이 이어졌다.

 같은 해 3월 ‘생활현장 중심의 주민 참여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 지방자치법 제1조 목적규정에 대한민국이 주민 참여에 기반한 지방자치를 지향하고 있다’고 명시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국회에 제출됐으며, 그해 7월 ‘자치분권 사전협의제’가 시행된 뒤 마침내 2019년 12월 27일 ‘7개 재정분권 관계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또 지난해 1월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 등의 지방 일괄 이양을 위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일명 지방이양일괄법)’ 등 46개 법률 일부개정을 위한 법률안이 제374회 국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통과하며 자치분권의 틀이 완성됐다.

 자치분권은 ▶주민주권 구현 ▶중앙 권한의 획기적 지방 이양 ▶재정분권의 강력한 추진 ▶중앙·지방 및 자치단체 간 협력 강화 ▶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 확대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지방선거제도 개선 등 6대 전략 33개 과제로 추진된다.

 이 같은 과정 속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원활하고 실질적인 권한 행사를 위한 방안 중 하나가 ‘특례시’다.

 특례시는 기초자치단체의 법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에 준하는 행정적·재정적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는 지방행정체계의 새로운 모델로, 지난해 12월 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올 1월 12일 해당 법률이 공포됨에 따라 전국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가 특례시로 재탄생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수원시는 고양시·용인시·경남 창원시와 함께 내년 1월 특례시로의 승격을 앞두고 있다. <편집자 주>

 

2021년 7월 전국 특례시 시장협 첫 임시회
2021년 7월 전국 특례시 시장협 첫 임시회

# 7년 노력의 성과

수원시는 인구가 117만 명을 넘어선 2013년부터 ‘대도시 규모에 맞는 자치분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인구 50만 명 이상’으로 규정된 ‘지방자치법’의 대도시 기준보다 2배 이상 많지만  여전히 인구 3만 명 또는 10만 명인 기초지자체와 동일한 수준의 열악한 자치행정 권한밖에 부여되지 않으면서 규모에 비해 작은 조직으로 운영된 탓에 다양한 문제점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시는 ▶국책사업·국가기관 유치(공모사업) ▶대규모 재정투자사업 ▶도시기본계획 수립 등 대도시로서의 자율적 사업 추진과 광역행정 수행 및 지역 특성을 반영한 도시 발전 전략 수립이 불가능해 지역 균형발전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로의 예속화가 심화되는 피해를 겪었다.

2021년 4월 전국 특례시 시장협의회 출범
2021년 4월 전국 특례시 시장협의회 출범

수원시민이 받던 차별 중 대표적인 것은 ‘복지서비스’였다. 복지대상자 선정 기준이 대도시와 중소도시 및 농어촌도시로 구분해 상이한 재산한도액을 산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물가와 생활수준의 대도시 주민과 같은 수준의 재산이 있더라도 법적 기준상 대도시가 아닌 수원시민은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도시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자치제도로 인해 행정의 비효율이 발생하고 주민들이 불이익을 겪는 것이다.

이 같은 불합리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시가 추진한 것이 바로 ‘특례시’ 도입이었다. 수요자 중심 행정을 통한 지역주민의 편익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특례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시는 특례시의 규모와 역량에 맞는 자치권 부여와 지역 여건과 특성에 따른 사무 이양 및 재정 확충을 통해 시민 삶의 질을 고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3년 1월 17일에는 ‘자치분권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최상의 가치이자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염원을 담아 전국 기초지자체 최초로 ‘자치분권의 날’을 선언하면서 자치분권협의회를 출범하기도 했다.

다른 대도시도 수원시와 입장을 같이 했다.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국회 통과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국회 통과

수원시가 처음 특례시 도입을 주장한 2013년 당시 전국 5개 대도시(수원·고양·성남·용인·창원)는 한국지방세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100만 명 이상 대도시 자치분권모델을 공동 이슈화하고 공동건의문을 채택하면서 규모에 맞는 도시의 지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본격화된 것이다.

입법을 위해 국회의장과 각 당 지도부를 비롯해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안심사소위, 지역구 국회의원 및 전문의원 등 국회의 다양한 구성원을 만나 설득하는 작업도 꾸준히 이어졌다. 또 중앙부처 장·차관을 비롯해 자치분권위원회 등 정부기관 관계자들과 만나 특례시 도입 필요성을 설명하고 납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 밖에도 시민들이 참여하는 원탁토론과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책토론회, 대도시들의 공동건의문 발표도 잇따랐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7월 행안부가 특례시 기준을 50만 명 이상으로 낮춘 개정안을 21대 국회에 제출하고, 법안심사에서 100만 명 이상으로 수정해 드디어 법안이 통과되는 성과를 거뒀다.

수원시가 처음 특례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한 지 7년 만의 일이다.

2020년 2월 4개 대도시 시장·국회의원 간담회
2020년 2월 4개 대도시 시장·국회의원 간담회

# 新지방자치시대를 위한 준비

현재 수원시는 내년 1월 ‘수원특례시’ 출범을 앞두고 철저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인구 규모에 맞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해 주민들의 민원 및 불편사항을 보다 신속하게 해결하고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등 주민 불편을 해소하는 한편, 재정분권을 통한 자치재정 강화로 시민들에게 더 나은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 특례시로서의 실질적인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자치법 시행령’ 등 관계 법령 개정을 위한 노력도 그 중 하나다.

법령상 특례시 명칭이 명확하게 명시됨으로써 준광역시급 행정권한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가 됐지만, 행안부는 ‘현행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를 늘리는 것은 아니므로 주소나 각종 공적 장부에는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2019년 2월 국가비전회의 특례시 특별세션 발제
2019년 2월 국가비전회의 특례시 특별세션 발제

실제 지방자치법은 ‘(특례시 등)대도시 및 시군구의 행정·재정 운영 및 국가의 지도·감독에 대해서는 그 특성을 고려해 관계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추가로 특혜를 둘 수 있다’고 돼 있어 수원시를 비롯한 특례시 승격을 앞둔 각 도시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확보할 수 있는 특례 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는 정부와 직접 소통을 통해 신속하게 정책을 결정하고, 지역 특색에 맞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권한과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특히 4개 특례시 승격 예정 도시 간 공동 대응을 통해 권한 확보 추진 동력을 강화했다.

‘4개 특례시 권한확보 공동 TF 추진단’을 구성한 각 도시들은 올 1월 특례시 시장 공동 간담회에 이어 2월에는 ‘특례시 시장·시의회 의장·국회의원 간담회’를 개최하고 4월에는 ‘전국 특례시시장협의회’를 구성·출범했다. 

이와 함께 특례시 권한 확보를 위한 사무를 발굴해 관계 부처에 건의하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수원시 등이 공동으로 발굴 및 분석·검토한 이양 대상 사무는 주요 단위사무 421건과 세부 153개 기능·946건이다. 이 가운데 주요 단위사무는 ▶4개 시 공동 용역 84개 ▶4개 시 자체 발굴 73개 ▶자치분권위원회 130개 ▶지방자치법 시행령 134개로, 크게 ‘행정효율성(59%)’과 ‘주민편의성(44%)’, ‘지역 개발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사무(20%)’ 등으로 분류된다.

각 특례시가 공동 발굴한 사무들의 주요 특징은 ‘대도시 규모에 맞는 행정(87%)’, ‘지역 특색 추진 가능(9%)’, ‘행정절차 간소화(4%)’ 등이었다.

이양사무의 대부분은 ‘시도 권한 사무(76%)’와 ‘현 시군구 처리 권한 사무(30%)’였으며, 사무 유형으로는 ‘규모에 맞는 특례사무(79%)’와 ‘지도·감독 권한(13%)’, ‘불필요한 사전 통제(5%)’로 정리됐다. 

2018년 4월 4개 대도시 특례 협약식
2018년 4월 4개 대도시 특례 협약식

이는 ‘사회복지급여 대도시 기준 적용 필요’와 ‘생활보호비용의 일정액 지원’, ‘지역제한입찰의 제한 기준’ 및 ‘정부공모사업’ 등에서 역차별 받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공동 요구 사항에 대해 수원시는 타 지자체와 함께 행안부 및 유관기관과의 소통을 통해 특례시 권한 확보(사무 이양) 관계 법령 법제화 및 제도적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시는 이 같은 노력 외에도 ▶시민 의견 반영을 위한 설문조사 실시, 정책 제안 등 추진 ▶시민의 이해와 소통을 위한 온·오프라인 홍보 및 교육 추진 ▶수원시 특례시 홈페이지 구축으로 실시간 정보 제공 등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행보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자 1995년 탄생한 ‘지방자치법’이 32년 만에 전부 개정되면서 실질적인 지방자치시대를 열게 된 수원시의 앞날을 기대한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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