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소방관 1인당 담당인구가 1천89명(소방청 통계)에 머물렀다. 하지만 현 정부의 소방공무원 증원 기조에 따라 내년엔 878명으로 낮아지면서 OECD 주요 국가인 미국 911명, 일본 779명 수준과 비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치안이나 소방 분야와 같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에 국가가 제공하는 공적 서비스의 표준은 한 나라의 선진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이다.

안성시 죽산면에 위치한 소방설비 제조업체 육송㈜ 공장에서 한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다.
안성시 죽산면에 위치한 소방설비 제조업체 육송㈜ 공장에서 한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 분야의 선진화는 단순한 인적 규모 확대에 기인하지 않는다. 미군에게서 이양받은 낡은 군용트럭을 개조해 수동 펌프를 달아 물을 뿌리던 최초의 우리나라식 소방차부터 현재 일상에서 화재를 원천 예방하는 기술까지, 소방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성장해 왔다.

 최일선에서 화마와 맞서기 위한 소방관이 있다면 후방에는 소방관들을 묵묵히 서포트해 주는 기업이 있다.

 안성시에 위치한 경기도의 대표적 여성기업 육송㈜은 ‘사람 중심’과 ‘기술경영’을 주창하며 소방용품 전문 제조 분야에서 국가 소방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민간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 독자 개발 소방용품 출시

일반적으로 소방용품이라 하면 소화기처럼 불이 났을 때만 특별히 사용하는 물품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작은 규모의 건물만 하더라도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마주하는 소방시설이나 용품은 상당하다.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소화기는 물론 주방이나 특정 시설에서 자동으로 소화해 주는 자동소화장치, 천장의 스프링클러, 소화전, 비상벨·시각경보기·가스누설경보기·비상방송설비 등과 같은 비상경보설비, 피난사다리와 완강기처럼 피난을 위한 피난설비, 그 외 건물 옥상이나 지하에 위치해 소화용수로 사용되는 수조, 심지어 비상계단에 표시된 비상등 등 모두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며 지나쳐 왔던 것들이 사실은 건물 이용자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용품 범주에 속한다.

본사 전경.
본사 전경.

육송㈜은 2012년 창립한 소방용품 전문 제조회사다. 현재 민관 분야에 이름이 알려지며 소방용품 제조업계에선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설립 초기부터 수년간은 소방기술 분야의 전문지식보다는 주문제조기술에 특화를 가진 기업으로 출발해 여타 소방용품 브랜드의 제품을 주문제작해 주는 OEM 기업에 지나지 않았다.

제조에 기반한 안정적인 생산 능력에 강점을 가졌던 육송㈜은 2014년을 기점으로 소방용품 자체 브랜드 개발에 눈을 돌렸다. 하지만 이미 업계 내 공고히 입지를 다져 놓은 선점 주자들 사이에서 신생 브랜드가 주목받기란 쉽지 않았다. 이후 약 2년간 기술 개발에 매달린 끝에 자체 개발한 상품을 출시해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이 제품이 현재 육송㈜의 성장 발판이 된 ‘호스릴 소화전’이다.

이 제품은 기존 소화전 호스릴 내 소화수 마찰 압력과 노즐 관수 시 반발력을 획기적으로 줄여 노약자나 여성이 사용하기에도 편리하게 고안됐으며, 자바라(주름형) 시스템을 채택해 호스릴 드럼이 소화전으로부터 입체적으로 움직여 급박한 상황에서도 사용이 용이하도록 설계됐다.

소화전.
소화전.

# 제조업 최고의 가치는 기술 개발

10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소프트웨어 산업과 달리 제조업의 경우 물리적인 설비가 수반되고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 유한하기 때문에 타 업종보다 영업이익이 낮은 분야 중 하나이다. 지난해 산업연구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91% 수준으로 집계됐다.

일반적인 기술 기반 제조업의 경우 장기간의 기술 개발과 그에 따른 위험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기에 하나의 성공한 제품이 시장 내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면 검증된 해당 기술에 의지하며 보수적인 사업 확장을 꾀하는 것이 보통의 수순이다.

하지만 ‘호스릴 소화전’을 시장에 내놓은 육송㈜은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기존 제품을 필두로 오히려 더욱 대담한 투자를 결정한다. ‘모든 제조업 경영의 제1가치는 기술 개발’이라는 육송㈜의 신념은 이듬해 사내 기술연구소 신설로 이어졌다.

2017년 조직된 사내 기술연구소는 지금도 육송㈜의 모든 제품 연구에 관여하며 꾸준히 신제품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기술경영’ 중심이라는 미래 비전은 과감한 연구개발비 투자로 증명된다. 육송㈜은 매년 매출액 대비 5% 이상을 기술개발비에 재투자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제조업임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쏟고 있는 실정으로, 육송㈜이 기술경영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선정된 해상용 꼬임방지 소방호스.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선정된 해상용 꼬임방지 소방호스.

# 기술력 확보한 강소기업으로의 변모

육송㈜이 기존 화재 현장에서 꼬임 현상으로 인해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었던 소방호스를 개선해 개발한 ‘꼬임 방지 소방호스’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NEP(New Excellent Product)신제품인증’을 획득했다. NEP신제품인증은 기술 기반 제조업의 꽃으로 불리며 현재도 이 인증에 유효한 제품은 국내에 약 1천400개 수준에 불과하다. 더불어 같은 제품으로 조달청으로부터 ‘조달우수제품’으로 지정받아 B2G(Business to Government) 시장에서 경쟁력도 인정받았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소방산업대상’ 국무총리상과 더불어 ‘대한민국 발명진흥대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표창, ‘서울국제발명전시회’ 금상까지 다양한 수상 이력을 남겼다.

육송㈜은 필리핀 소방청으로 수출길을 열며 기계용품 분야로는 국내 최초로 해외 소방청에 수출실적을 낸 국내 기업으로 기록, 명실상부한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발돋움했다.

# 사람경영의 선두자

육송㈜의 ‘기술경영’과 더불어 눈에 띄는 경영 이념은 ‘사람 중심’이다. 일찍이 모든 지적재산의 출발점은 인적 자산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깨닫고 ‘사람을 중심으로’ 한 경영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육송㈜의 인적 경쟁력은 직원과의 소통을 통한 과감한 의견 반영에 있다. ‘사람 중심’ 경영을 위해 직원과의 수시 면담을 통해 현장 의견과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고, 필요하다면 개개인의 직무 적합성에 따른 부서 이동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성과와 실적을 우선하는 여타 기업과는 다른 육송㈜의 지향점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육송㈜의 ‘사람 중심’ 철학이 만들어 낸 결실은 결국 ‘기술경영’과 공존하며 최근 들어 더욱 다양한 실적으로 귀결되고 있다.

# 신경림 육송㈜ 대표 인터뷰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남편이 소방 관련 일을 하고 있어 평소 소방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소방이라는 사업 속에는 제조, 설계, 시공, 감리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제조 쪽에 흥미가 있어 시작하게 됐다.

-육송㈜만의 특별한 점은.

▶육송㈜은 기술력이 타 제조업체보다 월등해 품질이 좋은 제품들을 많이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매년 10∼20개에 달하는 제품 연구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뛰어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목표가 있다면.

▶현재 주어진 것에 멈춰 있지 않고 계속 발전해 우리나라 소방제조업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 목표다. 또 ‘사람 중심’, ‘기술경영’에 걸맞게 40여 명의 직원들이 편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복지를 더 넓혀 나갈 예정이다.

욕심이 있다면 해외 소방용품 제조업체보다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아울러 ‘100번의 개발 끝에 1개 이상의 유용한 신제품이 나와 국가와 민족에 발전을 가져다준다’라는 신념 아래 우리나라의 더 나은 소방환경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사진=<육성 제공>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