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거짓말은 인간에게 숙명적이다. 이런 거짓말은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열등감에서 비롯되는 충동적 행위의 일환으로 행해진다. 하지만 국민을 향한 지도자의 말은 엄격하고 정직해야 하며 불가피한 거짓말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만 가능해야 한다. 진실을 밝힐 용기가 없거나, 거짓말을 통해서 얻는 이익이나 보상이 양심의 가책보다 더 클 때 인간은 거짓말을 한다. 

게다가 그 이익이나 보상이 자신의 명예를 도모하거나 앞으로 닥칠 도덕적 지탄을 방어하고 법적 처벌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그 거짓말은 더 집요해지고 거기에 자기 자랑까지 싣는다. 국민의정부에서 휴대전화 도청 논란이 야기됐을 때 당시 정부는 휴대전화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충격적인 거짓말을 국가 예산을 들여 신문에 일제히 실었다. 그러나 지금 행해지고 있는 청와대의 거짓말과 말 바꾸기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탈원전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광고는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서 행해지고 있고 원전 없이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허무맹랑한 소리도 한다. 예컨대 이 정부에서 건설을 중단시킨 신한울 3ㆍ4호기만큼의 전력을 태양광에서 얻으려면 서울 면적의 40%가 필요하다. 주지하다시피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고 했던 말이 무색하게 부동산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는 백신 공급에 차질 없다고 누차 자신 있게 밝히고 있지만 그 행태가 도무지 석연치 않다. 

정치 방역 실패에도 불구하고 실패의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한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때는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라고 하더니 지금은 정부의 각 기구가 컨트롤 타워라고 말을 바꾼다. 청와대는 이 정부가 역대 정부 가운데 측근 비리와 부패 스캔들이 없고 주변 관리가 가장 잘된 정부라고 자랑한다. 그리고 정치나 선거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민생에 전념하겠다고도 한다. 가당치도 않은 거짓말이다. 

청와대가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선포했을 때 흑석동에 부동산 투기를 했던 대변인도 있었다. 그는 지금은 국회의원이 돼 과거에 신문기자로 있으면서 빈번하게 경찰을 사칭해 취재를 시도한 행태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신이 근무했던 신문사만 빼고 대한민국의 모든 기자와 언론사를 모욕했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불법 투자로 자리에서 물러난 법무부장관도 있다. 그의 아내는 입시비리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대통령은 이 사람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다. 

대통령을 형이라고 불렀다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뇌물수수 혐의가 밝혀졌지만 정권의 운동권 건달 실세들에 의해 비리가 무마되고 게다가 영전까지 했다. 수백억 원대 횡령과 배임을 저지르고도 대통령 딸 가족을 해외로 이주시키는데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이 정권이 비호했던 사람도 있었다. 세계적인 예술가가 국민 세금을 지원금으로 받는지도 의문이지만  대통령 아들은 세 차례나 1억 원이 넘는 정부 지원금을 받아 특혜 시비가 불거지기도 했다. 

평생 높은 윤리 의식을 지키며 살아왔다는 대통령의 자화자찬이 무색하게 드루킹 개입 의혹을 비롯해 자신의 30년지기를 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와 경찰이 조직적으로 나섰던 정황도 드러났다. 후보를 내지 않겠다던 당초의 당헌을 어기고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위해 이미 철 지난 신공항 카드를 다시 꺼내 들기도 했다. 곧 또 다른 재난 지원금이 대선에서 매표 수단으로 쓰일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과거 정부의 적폐를 수사할 때 격려를 아끼지 않고 칭송해 마지 않던 검찰을 자신을 수사한다는 이유로 공중 분해시킨 것도 높은 윤리의식에서 비롯된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여태껏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각종 조작과 거짓말과 대중들을 통해 자신들의 불법을 지키고 권력을 유지하는데 혈안이 된 집권세력과 마주하고 있다. 

여기에 정치경찰인 공수처와 주민자치위원회라는 조직을 필두로 파시즘의 검은 그림자까지 어른거린다. 이 정권의 거짓말과 좌표 찍기를 통한 사이버 폭력은 대선을 앞두고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 야만과 맞서는 야당은 여전히 모호한 정체성과 형편 없는 실력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 친여 매체를 제외한 언론과 국민 개개인의 현명함에 기대를 걸어볼 뿐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