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시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헝가리 출신 화가 미하이 지키 백작의 그림을 토대로 리스트가 작곡한 13개의 교향시 중 마지막 작품이다. 지키의 그림은 인간이 태어나서(요람) 죽기까지(무덤)의 일생 동안 음악의 위상을 그린 것이다. 

흔히 유럽의 복지국가를 소개할 때 ‘요람에서 무덤까지’ 잘 살게 해 주는 것이 국가의 목표라고 한다. 근대 사회보장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복지국가의 대표적 슬로건이 바로 ‘요람에서 무덤까지’이다.

최근 ‘웰다잉’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급속히 늘고 있는 현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제 죽음이란 이별을 맞이하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것만큼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화성시가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화장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건립한 ‘화성 함백산추모공원’이 지난 6월 30일 개원했다. 사업을 추진한 지 10년 만이다. 장례에서 봉안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함백산추모공원을 찾았다.

화장시설 ‘해가빛쉼터’, 장례식장 ‘달빛쉼터’, 봉안시설 ‘별빛쉼터’ 등 3개 동으로 이뤄진 화성 함백산추모공원.
화장시설 ‘해가빛쉼터’, 장례식장 ‘달빛쉼터’, 봉안시설 ‘별빛쉼터’ 등 3개 동으로 이뤄진 화성 함백산추모공원.

# 화성 함백산추모공원의 추진 역사

2004년 49.2%였던 국내 화장률은 2017년 88.3%로 급격히 상승했다. 

장례문화가 화장으로 바뀌면서 경기서남부권 시민들은 타 지역에 위치한 장사시설을 이용할 때 최대 9배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등 화장시설의 심각한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안산·부천·하남시 등이 장사시설 건립을 추진했으나 막대한 비용과 건설 반대 민원에 부딪쳐 사업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화성시는 2011년 시민이 직접 사업 내용을 결정하는 시민 중심의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 장사시설 건립을 본격적으로 발표했다. 특히 2013년에는 시민정책참여형 공모 방식을 도입, 유치를 희망하는 6개 마을이 경합을 벌일 정도로 대표적인 님비 극복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사업지로부터 2㎞ 떨어진 서수원 주민들이 건립을 반대하며 법정 공방까지 간 것이다. 그러나 2018년 법원이 서수원 주민들이 제기한 도시계획결정 처분 소송을 기각하면서 무사히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함백산추모공원은 화성시를 포함해 인근의 부천·안산·안양·시흥·광명시 등 총 6개 시가 공동 추진하면서 전국 최초의 지방자치 상생협력 모델을 보여 줬다. 2013년부터 6개 지자체가 실무협의회를 구성, 총 47차례에 걸친 회의를 실시하는 등 완벽한 장사시설 건립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수도권 최초의 공유경제 실현 모델로 꼽히는 함백산추모공원은 3천320여 명의 일자리 창출과 3천870여억 원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장례식장 ‘달빛쉼터’에 마련된 접객실.
장례식장 ‘달빛쉼터’에 마련된 접객실.

# 함백산추모공원의 시설 규모

함백산추모공원은 화성시 매송면 숙곡리 산 12-5번지 일원 30만1천146㎡ 부지에 총면적 1만6천959㎡,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됐다. 화장로 13기의 화장시설과 8실의 장례식장, 2만6천514기의 봉안시설, 2만5천300기의 자연장지, 부대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건물은 총 3개 동으로 화장시설인 ‘해가빛쉼터’, 장례식장 ‘달빛쉼터’, 봉안시설 ‘별빛쉼터’다.

봉안실 ‘별빛쉼터’ 전경.
봉안실 ‘별빛쉼터’ 전경.

각 시설별로 특징을 살펴보면 해가빛쉼터는 13기의 화장로가 설치돼 있다. 이는 1일 최대 48구를 화장할 수 있는 규모다.

봉안시설인 별빛쉼터는 2층 규모이며 부부단 5실, 개인단 5실, 무연고단 1실로 구성돼 있다. 공공 화장시설에서 화장한 유골에 한해 현장 접수 후 안치되며 최초 15년, 재연장 15년 총 30년 동안 안치 가능하다.

별빛쉼터에는 3실의 제례실도 있다. 

함백산추모공원에는 총 2만5천300기를 안치할 수 있는 자연장지 ‘바람마루’도 있다. 잔디장에 1만6천140기, 수목장에 9천160기를 안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문화예술체육인 특화 묘역도 조성돼 있다.

추모공원 직원들이 개관 전 운영 시연을 하고 있다.
추모공원 직원들이 개관 전 운영 시연을 하고 있다.

# 6개 지자체 시민이 우선 예약 대상

부족한 화장시설의 공백을 메우고 시민들에게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따뜻한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된 함백산추모공원은 주민 공모를 통해 님비시설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며 주목받았다. 총 사업비 1천714억 원이 투입됐으며, 참여한 6개 시의 인구 비율에 따라 분담했다. 

화장시설 사용료는 6개 시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시민은 16만 원, 관외 거주자는 1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예약은 보건복지부가 운영 중인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며, 6개 지자체 시민이 우선 예약 대상이다.

화성 함백산추모공원 입구.
화성 함백산추모공원 입구.

함백산추모공원의 화장, 봉안, 기타 공동시설의 운영은 6개 지자체가, 자연장지는 화성시가, 공원 내 식당과 매점, 장례식장은 숙곡1리 주민지원협의체가 맡았다. 추모공원 운영으로 발생하는 수익과 혜택을 유치지역 주민과 참여 지자체들이 투명하게 나눠 가질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서철모 화성시장은 "경기서남부권 383만 시민들은 이제 화장장을 찾아 원정 화장을 떠나거나 순위에 밀려 4일장을 지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민관 협업과 지자체 간 적극적인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시민들의 어려움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조흥복 기자 hbj@kihoilbo.co.kr

  박진철 기자 jch@kihoilbo.co.kr

사진=<화성 함백산 추모공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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