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백신이 보급되면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감소하는 듯 하더니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면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감염자가 증가하면서 다시 검사하는 기관의 업무량이 많아지고, 경증감염자를 보호하고 치료하는 생활치료시설과 병원 침상이 여유가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감염자가 증가하면 그만큼 역학조사자도 많아진다. 같은 질문을 수십 번씩 하는 것은 보기에는 단순하고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많은 감염자들의 감염경로가 유흥을 즐기다가 감염되는 사례가 많을 수록 감염경로를 찾으려는 역학자들이나 최일선 담당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커진다.

최일선에서 감염병 분야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이나 공무원들은 그들의 가족이나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즐거움도 반납하고 긴 세월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코로나 감염자가 증가하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어 하는 분야 종사자들도 많지만 국민의 보건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분야의 종사자들은 다른 면으로 힘들어진다. 국민의 보건과 안전을 위해 일하는 이타적 성격의 업무가 본인 안전과 사랑하는 가족의 안전에도 위험요인이 된다. 

얼마 전 부산의 감염병 관련 업무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보건소는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선별검사, 역학조사, 감염병 상담 업무를 모두 보건소 간호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라 본연의 업무를 하면서 동시에 감염병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부산의 보건소 간호사는 예방접종 업무가 본연의 업무였던 것 같다.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대면업무는 많이 축소됐다. 

그러나 예방접종 업무는 그다지 축소되지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예민해져 인플루엔자 접종이나 다른 접종도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예방접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민원도 많고 이상반응에 대한 질문과 예민함을 받아내야 하는 예방접종실 간호사 업무는 때때로 다른 부서보다도 지치게 만든다. 과중한 업무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가 부산의 보건소 간호사에게도 우울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19 대응을 잘한 것으로 일려져 있다. 그러나 의료인 감염자 비율을 비교해보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간호사의 코로나19 감염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다른 나라 간호사 감염의 평균 비율이 50%인데 우리나라 간호사 코로나 19 감염률은 75%로 집계되고 있다. 의료인 중 ¾이 간호사인 것이다. 왜 우리나라가 유난히 간호사 감염자가 많은 것으로 집계되는가? 진단검사 시스템과 역학조사해 접촉자를 찾아내는 시스템이 첨단화됐다고 다른 부분에서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했다고 할 수 있을까?

간호사가 다른 직종에 비해 이렇게 많이 감염된 사실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간호사가 다른 직종보다 오래 집중적으로 감염자와 시간을 보냈다. 둘째, 간호사가 힘들 때 서로 교대하면서 쉴 수 있는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 셋째, 간호사의 지원 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시설이나 관리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에 대한 피해를 간호사가 가장 많이 경험하고 있다. 이외에도 간호사가 안전하지 않은 근무환경에 대한 부분을 더 찾아봐야 하겠지만 이런 원인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즉 보건소나 의료시설에서 간호사의 근무환경을 좀 더 안전하게 보장해 주도록 개선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감염병 이외에도 노인인구 증가는 간호사 공급 확대가 예상된다. 양적인 확대에만 신경 쓴다면 생산인구의 감소 경향에 따라 간호사 공급은 지속적인 숙제가 될 것이다. 남들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에 대한 노고에 정당한 대가가 지불됐으면 하는 바람과 이제는 간호사 인력의 질적 보상과 안전에 대한 심도 높은 고민을 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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