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구 인천환경공단 물환경부장
정서구 인천환경공단 물환경부장

하수처리시설의 스크린설비가 멈춰진 상태에서 직원들이 갈고리를 이용해 위험하게 작업하고, 분뇨처리시설의 협잡물 처리기에서는 분뇨를 뒤집어 써가며 낫과 같은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또 다른 하수처리시설에서는 거대한 하수처리 분리막을 들어 올려 세정 작업하느라 정신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도심의 환경기초시설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복적인 작업환경 모습이다.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고 사용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많은 양의 물티슈가 사용되고 있다.

복잡하고 스피드를 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간편하고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물티슈는 어찌 보면 ‘좋은 놈’인듯 하나 환경기초시설을 운영하는 측면에서는 물티슈가 원인이 돼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반갑지 않은 골치 아픈 물질이다.

실제로 하수, 분뇨 처리과정에서 제거된 협잡물 성상을 보면 물티슈가 머리카락, 음식물찌꺼기, 기름덩어리 등과 뒤엉켜져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고, 이는 각종 설비의 막힘, 돌발정지 및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작업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설비고장, 효율감소, 협잡물 처리비용 증가, 작업내용 가중 등으로 인한 손실비용 또한 매년 수십억 원에 이르고 있다.

‘물티슈’라고 하면 보통 물에 부드럽게 잘 녹아 풀어질듯 한데 실상은 그러하지 않고 각종 설비에 걸리고 막히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티슈’는 일반적으로 ‘물 + 티슈’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화학약품 + 부직포’로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부직포는 여러 가지 합성섬유와 합성수지로 생산되고, 가벼우면서도 질기고 견고해 하수분뇨처리시설을 운영함에 있어 매우 ‘독한 놈’으로 불리우고 있는 물질로 전국의 다른 많은 현장에서도 독한 물티슈의 역습은 계속되고 있다.

물티슈의 역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하수, 분뇨 처리장으로 유입된 물티슈가 대부분은 스크린 설비, 하수처리 과정 등을 통해 제거되기는 하지만 일부는 처리수로 배출돼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 나감으로써 하천 및 해양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플로리다 해안에 대한 미세플라스틱 조사 결과 82%가 미세섬유라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으며, 우리나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울릉도 부근 해역의 표층혼합층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도 이와 비슷한 84%가 미세섬유인 것으로 발표됐다.

우리가 아직까지 알고 있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놀라운 결과이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의 세탁 과정에서 대부분이 나오고 있기도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쓰고 화장실 등에 버려져 하수, 분뇨처리시설로 유입되고 있는 물티슈도 미세플라스틱 증가에 크게 한몫하고 있음을 또한 확인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놈’일 수 있는 너무나도 사용하기 편리한 물티슈가 환경적 측면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의 주범이 돼 역습을 하고 있는 이 ‘독한 놈’ 물티슈의 사용량을 대폭적으로 줄여야 한다.

또한, 불가피하게 사용된 물티슈는 반드시 화장실 변기가 아닌 쓰레기통에 버려져 하수, 분뇨 처리시설로 유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환경특별시 인천 시민으로서 물티슈 사용량을 줄이고 물티슈를 잘 버리는 작은 실천만으로도 환경기초시설의 안정적 운영과 인천 연안을 포함한 건강한 해양환경을 보호하는 첫 출발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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