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코로나 기세가 언제 꺾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35도가 넘는 날씨에 마스크까지 끼고 나가야 해서 웬만하면 방콕하면서 에어컨 바람이나 쐬고 있게 된다. 그 와중에 주한 일본공사의 문 대통령에 대한 성적 비하 발언과 한국 정치인의 홍콩 사드 관련 발언에 대한 주한 중국대사의 공공연한 위협 등이 짜증을 더욱 돋게 한다. 불과 몇 년 전에 금방 통일이라도 될 것 같았던 남북관계도 얼어붙을 대로 얼어 버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야말로 초불확실성 시대(The Era of Hyper-Uncertainty)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초불확실성 시대의 실체는 무엇인가? 여기서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는 우선 코로나19가 가져온 팬데믹 시대의 불확실성이다. 그 기원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델타변이 만연은 백신 개발과 접종 완료로 집단감염이 올해 말에는 가능할 것이라는 당초의 희망적 전망을 접게 만들고 있다. 생계가 이미 극한 상황까지 몰려 있는 소상공인들은 언제까지 이 상황을 얼마 안 되는 재난지원금으로 견뎌내야 하는지 뭐 하나 확실한 게 없다. 

인류는 코로나와 같이 사는 법을 빨리 배워야 할 것이라는 점들 정도가 그나마 확실한 게 아닐까? 코로나 기원에 관해서 점점 힘을 얻는 가설 중 하나가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가 인류와 다른 생태계에 살던 바이러스를 인류사회에 끌어 들여왔다는 주장이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바이러스에서 자유로웠던 적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 인류 사회가 글로벌화하면서 그 피해가 전 지구적으로 순식간에 퍼진다는 점이 작금의 팬데믹 피해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20세기에 지구와 자연을 거의 정복했다고 오만해진 인류에 대한 21세기 자연의 역습 그 선봉에 바이러스가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와 싸움에서 최종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만이 아니라 인류 생활 방식에 대한 근원적인 변화를 수반하는 인간 삶의 혁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미중 간 갈등이다. 미국은 근대 서구의 종교개혁과 계몽주의, 과학기술 혁명과 합리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서구 문명의 총아로서 과거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최강대국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유구한 문명국가로서 역사를 자랑하지만 19세기와 20세기 전반 서구 제국주의 열강에 침탈당한 수모를 겪으면서 1949년 중국 본토를 장악한 중국 공산당이 통치하는 사회주의 국가이다. 올해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서 향후 100년을 중국 공산당이 중국을 지배하면서 2049년까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최종 승자가 언제 누가 될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은 지난 대선에서 나타났듯이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인종주의, 미국의 주류 엘리트층에 대한 중하위권층의 불신,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미국경제의 경쟁력 퇴화 등 산적한 과제를 얼마나 빨리 해결해 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중국은 현 시진핑 체제가 과거 집단지도체제를 대체하고 새로운 안정적 체제로 자리 잡을 것인지, 시진핑 이후 누가 어떤 지배체제를 만들어낼 것인지,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를 결합한 중국 경제체제가 고도성장기가 끝나고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향후에 계속 효율적인 체제로 남을 것인지 등이 미중 간 경쟁에서 관건적 요소가 될 것이다. 

셋째, 남북 관계이다. 격화하는 미중 갈등 상황에서 남북 관계는 전에도 그렇지만 소위 ‘우리끼리 해결’할 수 있는 독립변수가 아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국경 폐쇄 및 자연 재해로 올해 북한 식량 사정이 과거 고난의 행군 시절만큼 좋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이 그간 구축해 놓은 권력의 공고화로 당장 정권의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그간 북한의 시장경제 확대에 따른 경제활동 자유의 증대와 중산층 형성이 가져온 북한 주민의 인식 변화가 식량과 경제 위기 상황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다. 

바이러스와 공존을 생각해야 하는 인류가 주변국이나 같은 민족인 북한과 공존을 생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각종 위기를 극복하고 현재의 지배종으로 남게 된 것은 단순히 인류가 다른 종보다 지능이 높아서가 아니다. 공감하는 능력과 이를 바탕으로 협력하고 양보하면서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을 찾아가는 공동체의 지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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