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염을 우려해 학생과 교사 간 대면 접촉이 제한되면서 교육 현장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과 유튜브 스트리밍 등 다양한 원격수업 방식이 사용되는 가운데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국제 교류사업까지 성공적으로 진행한 화성 봉담고등학교가 주목받고 있다.

 현실 세계의 사회·경제·문화와 비슷한 요소들을 포함한 3차원 가상 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는 관심이 없다면 그 의미조차 모르는 이가 많을 비교적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점차 주목받고 있다. ‘일대다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한계가 있는 화상회의 프로그램과 달리 메타버스 플랫폼 내 마련된 다양한 사물들이 자신의 아바타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실제 수업을 하는 느낌을 주면서 학생들의 호응도도 높다.

 메타버스 활용을 비롯해 정보기술공학 교과 특성화학교, 온라인 콘텐츠 활용 교과서 선도학교로서 수업활동과 교내 행사들이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어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화성 봉담고를 알아봤다. <편집자 주>

화성 봉담고등학교 전경.
화성 봉담고등학교 전경.

# 코로나19 원격수업 대비책, 메타버스

봉담고는 ‘가르치는 보람, 배우는 즐거움으로 함께 성장하는 학교’를 비전으로 인성과 미래사회 역량을 갖춘 창의인재 육성을 위해 노력하는 학교다. 이에 정보기술공학 교과 중점사업, 고교학점제 선도사업, 공간혁신사업, 유네스코 국제교류사업, 온라인 콘텐츠 활용 선도사업 등 학생의 선택과 배움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특색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수업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준비됐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수업은 현실과 비슷하게 진행된다. 봉담고는 메타버스 플랫폼 중 하나인 ‘게더타운’을 활용하고 있다. 실제 교실과 비슷한 공간을 교사들이 준비하고 수업에 필요한 사물들을 배치하며 수업 준비가 시작된다. 학생들은 아바타를 조작하며 실제와 비슷한 방식으로 수업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미리 비치해 둬 참고한다거나 스피커나 설문지 등 다양한 시스템적인 요소들을 손쉽게 활용하면서 현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뛰어난 부분도 분명히 눈에 띄고 있다.

봉담고가 메타버스를 준비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 및 학년별 격주 등교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전체 학년이 교류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을 만들 수 있어서다. 또 학생별 아바타를 통해 다른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는 등 실제와 유사한 소통 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타버스 공간이 소통 중심의 대규모 행사 혹은 학습자 중심 수업 공간 창조에 유용했기 때문이다.

원격수업이 일상화하면서 다양한 디지털 자료의 공유 및 온라인 협업이 가능해졌지만 학생들을 공통 공간에서 소속시키고 몰입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그동안 일상에 깊이 자리잡은 온라인 소통 공간을 비롯해 이미 각종 게임과 소셜미디어 활용으로 학생들의 메타버스에 대한 친숙도가 높은 상황에서 교육에 접목시키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교사와 학생 간 일방적인 소통에서 벗어나 가상 공간 속 캐릭터를 활용해 자신을 표현하고, 캐릭터 간 소통을 통해 수시로 발생하는 상황에 몰입하면서 학생 중심 수업을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셈이다.

# 코로나19 속 성공적인 국제 교류

봉담고는 메타버스를 활용, 지난 6월 2일 학생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교육 경험을 제공해 주기 위해 준비한 ‘국제 영어스피치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대상은 봉담고와 국제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태국의 삿타사무트 중등학교(Satthasamut Secondary School)로, 봉담고는 ‘세계시민의식’이라는 주제에 맞춰 학생들이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기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한 행사장을 마련했다.

화성 봉담고와 태국의 삿타사무트 중등학교 학생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한 ‘국제영어스피치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있다.
화성 봉담고와 태국의 삿타사무트 중등학교 학생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한 ‘국제영어스피치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교육부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이 주관하는 ‘다문화가정 대상국가와의 교육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앞서 양진영(35·여)교사를 비롯한 4명의 교사들은 국제 온라인 교육 교류 교사 연구회를 구성해 해당 학교와 함께 수업 연구 및 진행을 공동 추진한 바 있다.

페스티벌에는 태국 교사들과 학생들이 청중으로 참여했으며, 봉담고 학생들이 준비한 20여 개의 영어스피치를 실시간 경청한 뒤 격려 코멘트를 나누는 순서로 진행됐다.

학교는 세계시민의식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싶은 학생들을 모집했으며, 국제 온라인 교육 교류 연구회 교사들이 최종적으로 피드백을 진행했다.

40여 명의 참가 학생들과 청중들은 아바타를 통해 메타버스 속 행사장을 실시간으로 오가며 각자 관심 있는 스피치를 선택해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밖에도 6∼7월 동안 태국 교사들이 봉담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태국 전통춤이나 의상 등 자국의 문화와 언어 등에 관한 문화다양성 교육을 실시했으며, 이달 중 봉담고 국제 온라인 교육 교류 연구회 교사들이 태국 학교 학생들에게 세계시민교육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봉담고 외국어신문동아리 학생들도 양국 이해를 위한 인터뷰 및 기사 쓰기 활동 등 상대 문화와 배경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학생 교류활동들을 기획하고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를 활용한 수업이 큰 효과를 보면서 봉담고 교사들은 교내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소통이나 언어 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특수학급 학생들에게 메타버스를 활용한 수업을 적용해 새로운 소통 방식을 배워 갈 수 있도록 하거나, 입학설명회 등에 메타버스를 활용할 예정이다.

물론 국제 교류를 위한 메타버스 활용계획도 있다. 앞서 언급된 봉담고 내 연구회 교사 및 타 고등학교 교사들과 함께 영국·인도 등 5개 국가와 박람회 형식의 국제행사를 준비하면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학생들이 글로벌 시대임을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할 계획이다.

양진영 교사는 "학생들이 메타버스 뒤에 숨어 참여하지 않는 사태를 우려했지만 오히려 자신의 아바타를 활용해 활동하다 보니 온라인상의 에티켓도 배우고 있다"며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어느 공간에서 무슨 행동을 하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상현 교장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수업으로 인해 교사와 학생들의 거리가 벌어지는 한계를 ‘친밀감’으로 해소하고, 학생들이 각 교과 교사들의 ‘열정’을 느끼는 공간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며 "이 외에도 현재 교육활동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와중에서도 교사 본연의 의무나 책임감 등을 잃지 않는 ‘헌신하는 삶’의 모습을 통해 교육활동의 불씨가 살아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박이솔(17·여)학생 인터뷰

 -메타버스를 활용한 행사에 참가한 뒤 마음가짐의 변화가 있다면.

 ▶처음 메타버스 행사를 진행한다고 들었을 때는 생소했지만, 게임과 비슷한 UI가 흥미로웠다. 가상 공간에서 자유롭게 원하는 주제의 발표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기도 했다.

 지난 6월 개최된 ‘영어스피치 페스티벌’에서는 다양한 내용의 스피치가 진행되는 가운데 저는 BTS와 영화 ‘미나리’를 예로 들어 인종차별을 다뤘다. 

 당초 인종차별 문제가 점차 개선되는 줄 알고 그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었지만,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종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이를 외국 학생들과 소통하며 구체적인 해결책을 공유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으며, 무엇보다 페스티벌을 통해 세계시민의식에 대한 자세한 지식과 함께 ‘세계는 하나’라는 생각으로 각자가 노력한다면 큰 인식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음을 알게 됐던 좋은 경험이었다.

-기억에 남는 행사 장면이나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행사에서는 태국 학생들과 함께 하다 보니 다른 시각을 고려하며 발표에 임해야 했다. 이후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었는지 태국과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받았는데, 사례와 해결책 제시에 대한 좋은 반응이 있는 등 인종차별 문제에 공감해 주는 메시지들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

 이 밖에도 선생님들이 태국 선생님들과 너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의견을 교류하던 모습 역시 기억에 남았다.

 앞으로도 원격수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하게 된다면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뿐더러, 미래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가 활용되는 만큼 실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수업이 우리 학교교육에 도입되길 바란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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