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락기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김락기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시조’는 모름지기 우리나라 대표 정통 시가다. 그런데도 2016년 제정된 문학진흥법 제2조의 문학 장르에는 시, 소설, 희곡, 수필, 평론 등만 등재된 바 있다. 올 4월 말 시조가 추가 등재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반가움보다는 착잡함이 앞섰다. 처음부터 당연히 들어갔어야 할 일이었다. 오늘날 한국문학 변방에 처한 시조의 단면이다. 나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여러 편의 시조 관련 칼럼을 이 지면에 발표했다. 그 가운데 시조 등재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것이 6편에 달했다. 거기에서 나는 문교당국, 학계, 문단 및 사회 현실에서의 시조의 위상과 처우, 나아가 한국 종가 시가로서의 본래 자리 회복과 발전 방향 등등에 대한 관견을 피력한 바 있다. 

 2016년도는 우리 시조문학 진흥·발전사에 획기적인 한 해였다. 이른바 1933년 한글맞춤법 통일안 선포에 비견되는 ‘시조 명칭과 형식 통일안’이 그해 12월 선포됐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으로서 그 일에 참여했다. 전체 추진위원회 의장은 한국시조협회 이석규 이사장님이었다. 

 그해 7월 연구토론회의에 참여했을 때다. 나는 이 의장님에게 문학진흥법상 문학 장르에 시조가 제외됐고, 같이 제외된 아동문학 측은 이미 이의를 제기했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 이것이 그분이 시조 등재를 위한 관련법 개정을 주도해 추진하게 된 계기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마침 진행 중이었던 시조의 통일안 추진 사안이 이의 마중물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당시 국회 문체위원이던 이종배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관련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그해 11월 17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했다. 행사는 300여 석을 꽉 메운 채 성황리에 종료됐다. 그때는 마치 모든 게 다 이뤄질 듯한 기분이었다. 시조가 문학의 정의에 포함되는 관련법 개정은 물론 시조 진흥을 위한 일들이 보다 쉬이 추진될 것 같았다. 웬걸, 이듬해 3월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상정이 보류됐다는 연락을 받고 놀랐다. 이종배 국회의원의 개정자료 보완 요청에 대해 시조는 단순히 문학 장르를 넘어 800년 전통의 민족시가로서의 당위성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 관계자들과 통화하면서 나는 개정 취지에 이미 제시된 것만으로 충분하며, 개정 논리 미흡이 아니라 이를 반대한 의원의 시조에 대한 인식의 문제라고 봤다. 나는 이 우울한 상황을 본보 칼럼을 통해 직토했는데, 오히려 ‘한국시조특별진흥법’ 혹은 ‘시조문학특별진흥법’을 제정하자고 제안했다. 

 보류된 지 4년여가 지난 지금, 재차 같은 위원회 소속이 된 그 의원에 의해 대표발의됐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늦었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석규 의장님을 위시해 동분서주 뛰어다니시던 당시 시조협회 채현병 사무총장님, 참여 학자나 후임 회장단의 추가 역할과 여타 상당한 시조인들이 힘을 쓴 결과일 것이다. 이제 지나간 일을 탓할 수만은 없다. 쾌재를 부를 상황도 아니다. 냉정히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나는 여태 각종 지면이나 행사를 통해 ‘시조의 범국민 문학화와 세계화’를 주장했다. 범국민 문학화로는 일반 국민들 누구나 참여하는 ‘생활시조’를 얘기했다. 세계화를 위한 조치로는 외국어 번역 문제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들었다. 

 시조가 시조인들만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 현대화라는 명목으로 자유시와 구별되지 않는 작품을 우수 시조라 추켜세워서도 안 된다. 적어도 시조의 본질인 정형성은 지켜져야 한다. 전체 시조단 내부의 중론으로 모아져야 한다. 한국의 정형시로서 통일된 시형을 유네스코에 등재코자 하는 분들을 성원해야 한다. 아울러 선포된 ‘시조명칭과 형식 통일안’은 상급 문단에서도 흔쾌히 수용, 전파해야만 외국인이 보다 혼란 없이 시조를 익힐 것이다. 현행 고교 교과서 일반 시 분야에 섞여 있는 몇몇 편 시조를, 1970년대 내가 배웠던 만큼이라도 별도 장절(章節)로 복원돼야 한다. 1920∼30년대 시조부흥기처럼 2010∼30년대 제2의 시조부흥(진흥)기는 정녕 오고 있을까. 문학진흥법상 시조 등재는 그 위상 회복의 시작에 불과하다. 분발할 일이다. 단시조로 더한다.

- 시조의 쓴말 -

한겨레의 넋을 타고
 입으로나 손길 따라
 
눈과 귀 맘에 맞춰
무던히도 견딘 만큼
 
천년의
종가 시건만
여태 이를 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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