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1인가구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이는 전체 가구 중 31.7%로 2인가구 비율인 28%보다 높다. 이제 1인가구의 모습은 2015년 이후 가장 대표적인 가구의 형태가 됐다. 연령대별로 보자면 20∼30대와 60∼70대의 1인가구 비중이 높게 나타나 미혼 가구와 배우자나 자녀 없이 홀로 지내는 고령 가구가 많음을 알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청년 1인가구의 59%가 임차 주거 형태이며, 고령 가구는 상대적으로 자가 비율은 높았으나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자료를 보면 이제 3대가 어울려 사는 전통적인 대가족의 모습은 더 이상 현실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된 듯하다. 2018년도 영화 ‘어느 가족’은 요즘은 보기 힘든 대가족의 풍경을 담아낸 작품이다. 가족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은 2018년 칸영화제 최고의 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남루한 판잣집에 살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쇼타네 가족은 할머니, 부모님, 누나 그리고 쇼타 이렇게 5명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 가족구성원 모두 십시일반으로 생활비를 보태는데 할머니는 매달 나오는 연금으로, 아버지는 공사장 일용직 노동자로, 어머니는 대형 세탁소 직원으로, 누나는 유사 매춘업소에서 그리고 쇼타는 좀도둑으로 슈퍼마켓에서 소소한 물건을 훔쳐 가족의 생계에 이바지한다. 

딸과 아들의 양육에 있어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 가족에게 버려진 아이 유리가 합류하면서 가족의 비밀도 드러난다. 사실 쇼타네 가족은 피로 이어진 진짜 가족이 아니라 함께 만나 공동으로 생활하는 가짜 가족이었던 것이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핵심에는 호혜성이 있었다. 즉, 서로 경제적 혜택과 함께 정도 주고받으며 가족이 된 것이다. 마지막에 쇼타네 합류한 유리는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로, 본래 가정으로 돌려보내려 했지만 진짜보다 더 살가운 가짜 가족에게 정이 들어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6명의 사람들은 가난하고 어딘가 이상했지만 그들 나름대로는 행복하게 지냈다.

그러던 중 아버지는 다리 부상으로 건설 노동에서 제외되고, 엄마마저 세탁 업무에서 배제된다. 설상가상으로 할머니마저 돌아가시면서 가짜 가족의 가정 경제가 크게 흔들린다. 이에 엄마인 노부요는 할머니의 장례식을 가짜 가족끼리 조용히 치르고 집 앞마당에 매장한다. 그렇게 할머니의 죽음을 은폐해 연금을 계속 받기로 결정한 것이다. 쇼타는 돈이 중심이 된 이 가족의 모습에 회의감을 느끼고, 어린 유리마저 좀도둑질에 내몰리는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일부러 사고를 내 경찰에게 잡힌다. 이후 이 가짜 가족의 현실이 언론에 보도되는데, 시신 유기와 아동 유괴를 저지른 파렴치한으로 보도된다. 엄마 노부요는 모든 죄를 홀로 감내하기로 하고 남은 가족은 해체된다.

영화 ‘어느 가족’은 피를 나눈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가짜 가족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사건을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인간이면 해서는 안 될 끔찍한 일들을 자행했지만 이들이 함께 살아간 과정을 보고 있자니 마냥 비난만 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범죄를 두둔할 순 없지만 혈연보다 더 친밀한 공동체를 형성한 모습을 통해 영화는 가족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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