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꽤 오랫동안 코로나19 감염자가 네 자릿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소상공인들과 사회적 약자들이 막다른 골목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며칠 전, 밤 9시경에 집 근처를 걷다가 텅 빈 테이블을 허망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식당 주인들과 불 꺼진 상점들을 보면서 마치 유령도시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바보 되어주기」(안순혜 저)에 나오는 우화 하나를 전해드립니다. 여름 내내 푸르름을 자랑하던 큰키나무가 찬바람이 불자 몸을 움츠리며 자신의 몸을 흔들어대는 바람에게 "내 몸에 절대 손대지 마!"라고 소리칩니다. 바람은 슬픈 표정으로 "어쩔 수 없어. 하얀 눈이 내릴 때쯤이면 너는 벌거벗은 몸이 될 텐데"라고 말해줍니다. 큰키나무는 "난 절대 그런 모습으로 살지 않아. 자, 날 봐"라며 자신의 푸른 잎들을 보여주며 자랑했지만, 나뭇잎도 하나 둘씩 떨어져 썩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모든 게 못된 바람 탓이라며 바람과 혹독한 눈보라를 원망합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며 절망하는 나무에게 바람은 다정히 말합니다. "나무야, 조금만 참아. 그래야 숲도 더 풍성해지고 네 모습도 성숙해질 거야."

"더 참으라고?" 큰키나무는 펑펑 웁니다. 거무죽죽하고 볼품 없는 모습으로 울다가 잠들어버린 나무 곁에서 바람이 소곤거립니다. "널 사랑하기 때문이야.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너는 더 멋진 나무가 될 수 있어."

나무의 분노와 원망의 눈초리에도 바람이 나무를 다정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은 나무를 사랑했기 때문일 겁니다. 바람은 나무가 푸른 잎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를 잘 압니다. 자신이 노력해서 만들어낸 것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지만 바람은 나뭇잎들을 모두 떨어뜨렸습니다. 슬퍼하는 나무의 심정을 잘 이해하면서도 그렇게 해야만 했습니다. 나무를 살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곧 다가올 겨울의 눈발이 나뭇잎에 내려앉아 쌓이기라도 하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나무가 주저앉게 된다는 것을 바람은 잘 압니다. 그래서 모든 잎을 버렸기 때문에 볼품은 없겠지만, 가벼워진 몸으로 겨울이 주는 혹독한 고통을 극복해야만 봄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아프지만 버려야 할 때가 많은 게 인생입니다. 머리가 아파서 약을 먹지만 당장 낫는 게 아니라 시간이 흘러야 낫는 것처럼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견뎌내야 합니다. 견디는 것이 겨울나기이고, 겨울나기가 곧 봄을 부르는 소리입니다. 기쁨과 고통을 오가며 삶은 영글어갑니다. 지금은 고통의 시간을 마주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고통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버텨내는 사람만이 기쁨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좋은 글’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비바람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라는 글의 일부를 전해드립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길에는 수많은 비와 바람이 다가온다. 때로는 비바람에 가지가 꺾여지듯이 아파할 때도 있다. 아픔으로 인해 나무는 더 단단해짐을 안다. 내가 가진 한때의 아픔으로 인생은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사는 게 매번 아픈 게 아니라 아름답게 피어나는 날도 있다. 오늘 또 하루 지나간다. 사는 게 상처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아픔은 나를 더 깊고 아름다운 삶의 꽃이 되게 하는 과정이다.’

장기간의 코로나 여파로 깊은 한숨과 탄식으로 살아가시는 모든 분이 다시 기운을 얻게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그 날이 ‘봄’이라면 지금 우리는 봄을 부르는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견뎌내야만 합니다. 스웨덴 경제학자 다그 함마르셀드는 말합니다. "인생은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발휘할 것을 요구한다.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그것은 도망치지 않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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