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운 객원논설위원
이명운 객원논설위원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심각해지면서 우리의 생활은 많이 변하고 있다. 특히 어르신들의 생활은 정부의 정책에서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폭염으로 시원한 곳을 찾아갈 수도 없는 어르신들은 이 더위에 공원에서 앉아 있을 자리도 없는 것이다. 요양원의 어르신들은 자식들의 만남이 비대면으로 이어지고, 나이 들어 대화 상대도 없고 자녀 집에 같이 사는 어르신들은 특히 이번 여름이 더 힘들다. 1년 이상 지속된 노인정의 폐쇄로 갈 곳이 없어졌다. 

이번 여름의 폭염은 에어컨 없이 지내기 어렵다. 효자·효녀의 자녀들은 그나마 부모님께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지만 어르신들은 전기세 부담을 자녀에게 지우고 싶지 않단다. 혼자 있거나 자녀들이 맞벌이인 경우 학교에 안 가는 손주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단다. 

폭염과 코로나, 휴가도 갈 수 없고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외부 출입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2주, 2주 연기 거리 두기 정책에 국민들은 지쳐 가고 있다. 어르신들은 제일 먼저 백신 접종에 자신의 몸을 맡기고 백신공포에 솔선수범했다. 백신을 접종하면 1년 이상 쓰던 ‘마스크도 벗을 거’라고 했고, ‘노인정도 갈 수 있다’는 희망에 앞장섰다. 하지만 지역 전파가 심해지면서 집 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운동하는 것도 멈췄고, 노인정에서 친구 만나는 것도 못 하면서 집 안에서 자녀들의 눈칫거리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여기에 폭염도 심해지면서 노인 우울증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공원이 많은 지역의 어르신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원도심의 어르신들은 집 앞에서 더위와 싸우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대화 상대를 제공하거나(비용은 지자체나 정부가 지원, 통신사와 협조) 정부가 좋아하는 10부제로 백신을 맞은 어르신과 요일제로 노인정을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해 본다. 조금 더 세세한 정책으로 노인복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노인복지에 예산을 투입하는 지표성 효과보다는 세심한 관심을 두는 정책이 아쉬운 시기가 지금이다. 공원에도 무조건 펜스를 두르고 앉지 말라는 것보다는 어르신 쉼터 공간을 마련하고, 운동 나온 어르신들이 쉬는 공간을 준비하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면 안 된다. 홍보하고 질서를 강조하면 청소년들이나 일반인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는 않는다. 어르신들의 쉼터라고 인식하게 하면 된다. 우리의 건강한 국민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무조건 금지, 통제로만 일관하는지 답답하다. 

정책을 시행하기 전 일상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더 알아보고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도 어려움이 많겠지만 좀 더 장기적이고 세심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온 나라가 더위만큼이나 절절 끓고 있다. 갈 곳도 없고, 사람도 못 만나고, 에어컨을 무한정 틀고 더위를 이겨 낼 수도 없는 벅찬 여름이다. 시원한 쉼터도 코로나를 핑계로 무조건 닫아 놓고 어르신들의 복지를 걱정하는 척(?)하는 것은 아닌지. 더운 여름, 마음과 몸이 지친 국민들에게 우리의 자긍심을 높이는 정책이 이제는 나와야 한다. 

중증치매환자와 화투놀이를 한 서울삼육병원 간호사 이수련 씨가 진정한 노인복지의 출발점이라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말일까. 방호복의 간호사님이 한 분, 한 분 챙기는 의료현장에 응원만이 아니라 그들의 자긍심을 주는 정책을 어떤 것이 있는지도 이제는 내놔야 한다. 

노인복지를 담당하는 행정부서는 갈 곳이 없는 어르신들이 경로당이 열리기를 1년 넘게 기다리면서 에어컨 없는 곳에서 더위를 이기는지 통계로 제시할 수 있는지도 묻고 싶다. 다른 해보다 더운 여름을 에어컨을 제대로 틀지 못하는 노인복지. 관심을 두고 해결 방안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코로나로 에어컨 사용 시 수시로 환기하라면서 이 더운 여름을 지내라 한다. 현장을 전혀 모르는 책상머리의 계획은 국민을 더욱 지치게 한다. 우리의 자긍심을 의료진에게만 미루지 말고 국민에게 넘겨 주는 정책을 마련해 보자.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복지정책 어렵지 않아요. 방호복 입은 간호사처럼 세심한 마음에서 출발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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