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혁신의 아이콘=스티브 잡스’라는 등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올해로 잡스의 사망 10주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창조적이며 시대를 앞서 나간 ‘애플(Apple)’의 이미지와 함께 한다. 양부모 손에 자란 잡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천재와는 거리가 먼 유년시절을 보냈다. 공부에 두각을 나타내지도 못했고 교우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대신 하나에 빠지면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교시절, 이제 막 새롭게 떠오르는 전자공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21세기 디지털 혁신을 이룬 애플 공화국의 시작이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잡스’는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세계 1인자로 우뚝 선 디지털 리더의 성공 신화를 돌아보는 영화가 아니다. 오늘의 애플이 있기까지 곤경, 실패, 몰락을 두루 경험한 괴팍한 2인자의 성장기에 방점을 찍고 있다.

1970년대 히피 문화에 빠져 밥 딜런의 음악과 자유로움을 사랑했던 잡스에게 규율은 거추장스러운 것이었다. 그 결과, 잘 다니던 대학교와 직장을 뒤로하고 잡스는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다. 친구 워즈니악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애플’을 설립한 잡스는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를 세상에 선보인다. 경험한 적 없는 신제품에 시장이 처음부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차츰 그의 남다른 안목과 혁신적인 제품의 가치는 인정받아 1980년대 초반 IT업계 최대의 도약을 이뤄 낸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잡스의 능력 이면도 주목받게 되는데, 바로 그의 외골수적인 성격이었다. 결벽에 가까운 완벽주의를 추구한 그는 제품의 사소한 티끌도 용납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붙여 일에 집중한 만큼 모든 직원들 또한 같은 생각이길 원했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아 모든 것에 일일이 관여했고, 그의 까다로움을 견뎌 내지 못한 직원은 스스로 물러나거나 가혹하게 해고되기 일쑤였다. 그 뿐만 아니라 그가 내놓은 제품이 적자를 면치 못하자 이사회는 1985년 애플의 설립자인 잡스를 회사에서 쫓아낸다. 그렇게 11년 뒤,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애플은 구원투수로 잡스를 찾게 되고, 회사로 돌아온 그는 2001년 아이팟을 선보이며 미래를 선도하는 혁신가가 된다. 

애플이 발매하는 제품은 언제나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신제품이 발매되기 며칠 전부터 전 세계 애플 매장에 길게 줄을 늘어선 사람들과 신제품을 맨 처음 손에 넣고 환호하는 고객의 모습은 뉴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애플이라는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는 일반적인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마치 스타와 팬의 관계처럼 감성적으로 강하게 연결돼 있는데, 배경에는 애플이 갖고 있는 ‘남다름’, ‘혁신’, ‘창조’ 등의 브랜드 가치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언제나 스티브 잡스의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는 철학과 닿았다. 체제에 순응하기보다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미래를 개척한 스티브 잡스는 비록 자기중심적이며 집요한 성격으로 타인을 힘들게 했지만 그러한 성향이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내는 혁신과 닿아 있었다. 

영화 ‘잡스’는 애플 창업 초기부터 20여 년간의 파란만장한 여정을 담아낸 작품으로, 스티브 잡스의 걸음걸이까지 그대로 살려 낸 애쉬튼 커쳐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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