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국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백승국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전 세계 글로벌 도시 500개를 선정해 혁신도시 이미지를 비교 평가한 2021년 세계 혁신도시 랭킹(Innovation Cities™ Index)에서 인천이 168위를 차지했다. 인천보다 순위가 앞선 한국의 도시는 서울 7위, 부산 96위, 울산 133위, 대구 162위로 순위 리스트에 올라왔다. 세계 혁신도시는 디지털 기술과 스마트 도시 그리고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비교 평가한 것이다. 인천은 최근 몇 년 평균 순위 137위에서 168위로 31계단 추락했다. 300만 도시 인천이 다른 도시와 비교해 순위가 떨어진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부산은 해운대, 부산국제영화제, 마이스산업 등을 연결해 글로벌 문화관광도시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울산은 산업화 기반의 도시 이미지에서 친환경 스마트 도시 이미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구는 쇠퇴한 섬유산업 이미지를 버리고 모바일 게임과 디지털 콘텐츠를 선도하는 문화도시 이미지로 전환하고 있다. 이렇듯 세계 혁신도시 순위에 영향을 주는 핵심 평가지표가 문화적 가치를 접목한 도시브랜드 이미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천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인천공항이다. 인천을 상징하는 공항처럼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인천의 도시 이미지는 무엇일까? 국내외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인천형 콘텐츠는 무엇일까? 바로 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누구나 인지하는 글로벌 축제도 없고, 인천을 상징하는 문화 콘텐츠가 무엇인지 모호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 인천시는 인천 펜타포트 음악축제와 음악창작소 추진 전략으로 음악도시 이미지를 조성하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브랜드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구축되는 마케팅 전략은 아니다. 도시는 기업이 찍어 낸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는 일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제품 기능과 상품 가치를 구매하는 교환 가치 시스템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도시란 도시의 주체인 시민들이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들을 채워 주는 공유 가치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하나의 생명체이다. 365일 각성 상태로 시민들의 요구사항을 경청하고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도시브랜드 이미지이다. 인천시가 추구하는 도시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와 공감을 유도하는 공유 가치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공유 가치 시스템을 선도하는 핵심 가치가 문화적 가치이다. 인천시민이 공감하는 문화적 가치를 다양한 콘텐츠로 개발해야 한다. 글로벌 인천을 연상시키는 이미지와 콘텐츠를 식별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인천의 생태역사문화 자원은 지속가능한 도시 자산이다.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는 모양새로 잘나가는 글로벌 도시들을 모방하는 것은 그만하자. 재개발의 직관적 논리를 넘어서 인천의 정체성과 가치를 보여 주는 해양문화도시의 새로운 공간 개념을 구축하자. 예컨대 인천을 방문한 외지인에게 재미, 힐링, 건강, 스포츠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 문화지도와 공간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지능형 스마트 문화관광 플랫폼을 만들자. 

둘째, 문화적 가치는 자부심과 소속감을 생성하는 감성 엔진이다. 인천시민들에게 해양문화도시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과 소속감을 조성해야 한다. 수도권 2천만 시민이 부러워하는 168개의 섬과 바다 그리고 도시를 연결하는 해양문화도시의 공간 연출이 필요하다. 친환경의 스마트 해양문화도시에 살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시민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참여하는 인천 168섬 축제도 추진하자. 

셋째, 문화적 가치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소프트파워라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인천은 86개의 콘텐츠기업을 육성하고 있어 15개 지자체 중 8위에 머물고 있다.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누리고 즐기게 하는 문화 향유의 개념을 넘어 인천형 문화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선택적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것이 MZ세대들의 탈 인천 분위기를 차단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지속가능한 해양문화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지름길이다. 또한 문화적 가치의 선택과 집중만이 전 세계 혁신도시 이미지를 비교 평가하는 ‘세계 혁신도시 랭킹’에서 인천이 서울시 다음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성공의 열쇠라는 것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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