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써 볼 수 있는 대책은 다 써 봤다’고 한다. 2017년 첫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처방전은 무려 26차례. 그런데도 부동산시장은 식을 줄 모르고 천정부지 치솟기만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웃나라 중국은 주요 도시의 집값이 떨어지는 추세에 있고 거래량도 크게 줄어들면서 당국은 ‘땅값 안정, 집값 안정’ 기조를 더욱 강화하겠다 해 중국이라 통한 것이냐 아니면 우리 처방전에 문제가 있느냐 등 설왕설래다.

 중국의 경우 올 4월 이후 부동산 관련 대출 액수가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 전체 대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감소하는 상황이라 한다. 전문가들은 금융감독당국의 강력한 억제 정책의 결과라고 지적하는데, 당국에서는 "부동산 억제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집값의 비이성적인 등락을 막아 부동산시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목표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과열된 부동산시장을 빠르게 잡을 수 있었던 것을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부동산업체들의 개발 대출과 주택 구입자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 중 업체들 쪽을 집중 관리했다. 둘째는 130건에 달하는 부동산 규제 조치를 과감히 실시했다. 셋째는 부동산 불법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엄벌에 처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최근 은행 5곳에 약 53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는데 이는 부동산 대출 과정에서 정해진 규칙을 위반했기 때문"이며 "은행감독위원회에서는 전국 부동산 조사를 계속 실시하고 있으며, 위반행위가 발견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예외 없이 처벌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벌금과 처벌 외에 당국이 집중적으로 총력을 기울인 것이 주요 학교의 인근 집값 상승을 철저히 막았다는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명문 학교가 있는 지역의 집값은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높다. 이건 중국만이 아니라 우리가 오랫동안 경험한 사실이다. 새 학기가 되면 자녀들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부모들의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는 점도 우리와 중국이 별 차이가 없다. 

 중국 베이징은 공산당식(?)이라고 하기에는 좀 색다른 방식을 사용했다. 신규로 들어온 주민들의 경우 입학 자격부터 주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이후 이전한 주민들은 주요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군으로 자녀를 보내야 했고, 그 누구라도 예외가 없었다. 더하여 보완책으로서 의무교육의 질을 높였다. 학교 간 격차를 줄인다는 목표를 실행에 옮겼고, 상하이에서도 비슷한 방법을 적용·실시했다. 이거연구원 싱크탱크센터 연구총감 엄양직은 "학군에 따른 부동산 가격은 최근 시세를 조작하는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당국은 학군에 따른 집값 상승을 억제하려 애썼고, 학군의 명확한 구분이 없다면 굳이 가격이 비싼 곳을 선호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학교들 간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주는 일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규제의 칼날을 예리하게 갈면서도 문제 발생의 원인을 실제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의 모색은 중국이나 우리나 별 차이가 없었을 테지만 결과에 있어 극명한 차이가 난 이유는 여럿 있을 것이다. 문제가 생겨 처벌(?)받은 고위공직자의 경우 중국보다 우리가 더 많다. 심지어 청와대의 정책실장이라는 분까지 부동산 규제입법 때문에 물러나야 했으니 말이다. 웬만한 투기꾼들은, 특히 LH 등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한 자들에게 철퇴를 내린 건 잘 아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대출해 준 금융기관도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왜? 어떤 이유로 중국은 통했는데 우리는 아직도 펄펄 끓는 부동산시장 때문에 이 골치를 아파야만 할까? 중국의 최대 경제도시 선전의 경우만 봐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대비 80% 가까이 떨어졌고, 가격지수도 하향 추세다. 선전의 주택정책연구센터 리위자 수석연구원은 "선전의 주택가격지수가 떨어졌다는 것은 부동산 억제 정책의 상징적 효과"라고 하면서 장래의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의 실거래 띄우기 엄단, 주택가에 대한 고평가와 투자심리가 가라앉아야 한다 등 한가한 소리는 그만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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