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아동학대 이제 그만! 우리의 책임입니다’를 주제로 지난 4월부터 매달 1차례씩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제고와 독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획기사를 다뤄 왔다.

 마지막으로 아동학대 예방 관련 전문가인 이승지(42)경기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과도기에 있는 아동학대 대응체계 변화와 학대 예방 및 근절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이승지 경기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
이승지 경기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

-경기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경기북부지역의 아동학대 업무 거점기관으로서 아동복지법 제45조에 근거해 2002년 설치됐다. 아동학대 예방과 방지 업무를 수행하며 피해아동의 보호 및 조사, 상담뿐 아니라 학대행위자, 피해아동 가족에 대한 전문상담과 가족 기능 강화 프로그램, 심리·정서 지원사업, 재학대 예방사업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경기도내에서 가장 많은 의정부·양주·동두천·포천·연천 5개 시·군을 담당하고 있다. 

 

 -아동학대 관련 업무의 조사와 사례 관리 부분이 각각 지자체와 전문기관으로 이원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아동학대 관련법 개정에 따라 아동학대 사건의 조사 공공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동학대 대응체계 변화의 핵심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수행해 온 조사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하는 것이다. 

 그간 발생했던 아동학대 사건의 초기 대응에서 전문기관이 겪었던 ‘공권력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전문기관은 전담 사례 관리 기관으로 전환, 아동학대 발생 가정에 더욱 집중해 심층적인 사례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런 조사 공공화 분위기에 밀려 현재 전문기관이 집중적으로 수행해야 할 심층 사례 관리가 지자체들의 조사 업무나 교육 등을 보조하며 출발이 더딘 상황이다. 

 현재 전문기관은 아동복지법 부칙 제3조에 의해 2023년 9월까지 지자체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업무를 지원하게 돼 있다. 이로 인해 전담공무원 신규 배치 인력에 대한 교육·훈련 및 현장실습 지원을 비롯해 지자체와의 필수 회의 증가, 원가정 복귀 절차 강화에 따른 추가 업무 수행 등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아동학대와 관련한 예방과 방지 사업은 조사 단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조사 이후의 사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사례 관리와 관련해서는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강제성을 갖지 못하는 부분이 아쉽다. 또한 공공 조사 시 경미한 사례들을 훈육을 명목으로 용인하거나, 반대로 사법적인 처벌에만 치우쳐 ‘가정의 기능 회복’이라는 아동학대 예방의 근본적인 부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책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우선 아동학대 대응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돼야 한다. 2019년 기준 지난 5년간 아동학대 신고는 2배 이상 증가한 데 비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12곳이 추가됐으며, 올 5월 현재 71곳에 그치고 있다. 전문기관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지역 내 기본적인 안전망이다. 아동학대사건 특성상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한 접근성이 매우 중요하다. 1개의 전문기관이 3∼4곳의 시군구를 담당하다 보니 신속성과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종사자가 담당해야 하는 사례 수도 2019년 기준 상담원 1인당 평균 64건(보건복지부 권고 32건)에 달한다. 사례 관리의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종결되는 것이 아니고 ‘더 이상 해당 가정에서 아동학대 발생 위험이 없을 때’까지 진행하기에 누적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재 인력으로는 치밀하고 촘촘한 사례 관리가 쉽지 않으며, 이는 28.5%라는 매우 높은 상담원 이직률로 이어지고 있다. 지속·안정적인 업무로 상담원 각자의 노하우가 생겨 전문성이 강화되는 등 아동학대 대응력을 제고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종사자의 인건비를 사회복지시설 가이드라인 100% 수준으로 인상하는 등 처우를 개선해 서비스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인프라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예산인데, 현재 아동학대 관련 정부 예산의 70% 이상이 범죄피해자 보호기금에서 발생했었다. 앞으로 일반회계로 전환돼 운영한다는 발표가 있는데, 현실에 맞게 충분한 예산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더해 정책의 성패는 현장에 있다는 말처럼 학대 현장에서의 대응력 강화가 필요하다. 아동학대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전담공무원과 경찰관이 현장에서 충분한 권한과 전문성을 갖고 아이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전문기관이 고도화된 사례 관리를 통해 가족의 기능 회복과 재학대 방지, 분리 후 재결합 아동에 대한 업무를 전반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례 관리 업무가 아동복지법상에 명시돼야 한다. 특히 재학대 방지를 위해 가정법원을 통한 사례 관리 강제화가 필요하다. 민간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재학대 방지를 위한 사례 관리를 수행함에 있어 학대행위자가 거부할 경우 개입할 수 있는 강제 권한이 없어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대행위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사례 관리를 거부하는 경우에 대해 법적인 제재 규정을 촘촘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동복지법상의 과태료 규정이 6월 30일 시행됐으나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현재는 행위자가 아동학대처벌법상 처분(명령)을 받지 않으면 전문기관의 사례 관리를 받아야 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학대행위가 범죄에 해당하지 않으면, 즉 수사기관에 의해 아동학대행위자로 판단되지 않으면 그 어떤 강제도 할 수 없는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이다. 아동학대처벌법상 처분을 받지 않아도 필요할 경우 전문기관이 가정법원에 보호처분을 신청할 수 있는 복지법상 게이트웨이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경기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이 추진한 학대피해아동 가정 코로나19 생계지원키트 제작 후원금 전달식. <경기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제공>
경기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이 추진한 학대피해아동 가정 코로나19 생계지원키트 제작 후원금 전달식. <경기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제공>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강조하고 싶은 점은.

 ▶학대의 대물림, 전문용어로 ‘악몽의 사이클’을 끊어야 아동학대가 근절될 수 있다. 아동학대는 대부분 ‘사랑의 매’라고 불리는 훈육에서 시작된다. 올 초 부모의 징계권 조항이 삭제된 것처럼 더 이상 자녀에게 매를 들어선 안 된다. 훈육을 하지 말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체벌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심리·육체적 상처만 남길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훈육 시 체벌을 반복하면 아동이 ‘행위’가 잘못됨을 인지하기보다는 단순히 매가 무서워 표면상으로만 행동을 교정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부모는 ‘역시 애들은 맞으면서 커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고, 아동도 이를 학습하며 폭력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결국 아동학대는 한 가정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폭력에 노출된 아이가 학교폭력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되거나, 사회구성원으로서 폭력을 자행하게 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동학대 발생 이후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에 대한 심리치료도 중요하다. 다만, 이 치료는 한두 번에 끝나지 않기에 재학대 사례 관리의 법제화를 통해 보조비 형태가 아닌 실질적인 예산 증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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