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특별한 문화공간이 있다. 문화충전소라 불리는 이곳의 특별함은 접근성과 공간 활용성 그리고 주체와 프로그램에 있다.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고, 함께 모여 배우고 즐긴다. 때론 공연이 펼쳐지고,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든다. 진지한 토론이 펼쳐졌다가 금세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요리교실도 열린다. 이 모든 게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 ‘다목적’이란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릴까 싶다. 그곳을 주민들이 이용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주거지에서 가까워야 한다. ‘내 집 앞 15분 거리’를 내세운 이유다. 

 서구에서 3년여에 걸친 시도 끝에 드디어 100개소가 넘는 문화충전소를 선보인다. 가장 큰 고민은 좁은 도심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거였다. 무작정 새로운 공간을 찾기보단 유휴공간과 기존 문화공간을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요즘 트렌드인 ‘공유’와도 부합하는 데다 공공과 민간의 우수한 역량을 하나로 잇는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시도였다. 실제 103개소를 직접 만들어보니 대개 관이 주도하면 정형적이고 획일화된 틀을 벗어날 수 없었던 점까지 해결했단 확신이 든다. 

 그 대표 공간이 바로 신현동 루원하늘채아파트 관리사무소 건물 유휴공간에 마련된 문화충전소 1호점, 콩세알꿈터다. 소수만 이용하던 공간이 다수를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도서관이자 댄스노래프로그램·심폐소생술 강의가 이뤄지는 동시에 청소년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연습장과 남녀학생공부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 중이다. 

 두 번째로는 동네 곳곳에 자리한 작은도서관을 눈여겨봤다. 조용히 책만 보는 정적인 공간에 동적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인문학 강의·역사문화탐방·작품 전시·바리스타 교육 등을 매개로 전 세대가 어우러진다. 작은도서관 활성화를 넘은 신개념 마을 놀이터의 탄생이다. 

 세 번째로는 교회 등 종교시설의 문턱을 낮췄다. 예배와 소모임 활동이 끝난 시간을 활용해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거다. 이 시간만큼은 종교를 떠나 악기, 노래를 배우고 토론도 하며 함께 건강한 삶을 꿈꾼다. 화합의 멜로디라 할 수 있다. 

 네 번째로 눈에 띈 곳은 유료 공연장이다. 그간 적지 않은 입장료 때문에 공연과 담을 쌓았다면 이제 그 담을 가뿐히 넘을 수 있다. 공연장이 문화충전소로 지정되면서 수준 높은 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 특히 이번에 시도한 온택트 공연은 가족과 편히 집에서 즐길 수 있어 주민분들 호응이 아주 좋았다. 

 개인사업장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함께 나선다. 카페와 맥줏집, 안경점 등 사업장 종류도 다양하다. 맥줏집의 경우엔 낮 시간대에 영화 상영 및 요리 레시피 전수 등 색다른 콘텐츠를 제공하며 사랑방 분위기를 한껏 낼 예정이다. 

 빈집도 알차게 활용된다. 가좌동 상가주택 1층 공실은 주변에 어르신이 다수 거주하시는 점을 고려해 화분 만들기와 웃음치료 등 치유 공간으로 꾸려가고자 한다. 신현동 빌라 단지의 반지하 빈집은 통유리창을 설치, 쇼윈도형 갤러리로 변신했다. 골목을 오가며 작품을 관람하는 색다름이 호평을 받는다. 

 이외에도 검암경서생활문화센터와 정서진 아트큐브 등 공공 공간을 비롯해 사무실 유휴공간 등을 문화충전소로 지정하면서 더 많은 주민을 잇고 있다. 

 내 집 주변 문화충전소를 쉽게 찾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골라들을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서구청 홈페이지 소통1번가, 지역화폐 서로e음, 서구문화재단과 연계한 독자적인 문화충전소 플랫폼 구축이 곧 마무리된다. 이제 손가락 터치 몇 번만으로 문화충전소 위치는 물론, 세부 프로그램 내용과 일정까지 쉽게 알 수 있다. 

 삶을 바꾸는 문화예술의 힘은 거대함, 웅장함, 화려함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주민들이 함께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며 일상에서 누리는 문화가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안기고 행복감을 키워준다. 문화충전소를 통해 남녀노소 모두 활기 넘치는 삶을 채워가길 바란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문화의 힘에서 비롯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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