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웅 변호사/국세심사위원
한재웅 변호사/국세심사위원

리처드 도킨스의 명저 「이기적 유전자」에서는 인간의 문화도 생물의 유전자와 유사한 방식으로 복제와 진화를 거듭하는 것으로 보고 유전자를  뜻하는 ‘진(gene)’과 발음이 유사한 단어인 ‘밈(meme)’을 문화 전달의 단위를 뜻하는 개념으로 제안했다. 진화론에 따르면 유전자는 수없이 복제되는 과정에서 때로는 오류를 일으키고 그 오류의 결과를 돌연변이라고 하는데, 돌연변이 중 생존에 유리한 돌연변이가 살아남아 번성하는 과정의 반복을 진화 과정으로 본다. 

 돌연변이 자체는 특별한 목적성이나 의지에 의해서 추동되는 것은 아니고 방향성이 없이 순전히 확률적으로 발생하지만 돌연변이 중 생존에 적합한 돌연변이만 생존 경쟁에서 남게 되므로 결과만 관찰하면 마치 자연이 인위적으로 진화의 방향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개체들이 자연에 적응하기 위해서 목적성을 갖고 진화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생존경쟁 결과가 진화의 산물일 뿐이다. 인간의 문화를 포함해 동물과 구별되는 일체의 체계도 유전자의 진화와 유사하게 발전돼 온 것처럼 보인다. 단지, 유전자는 유전자 속에 저장된 정보가 세포분열 과정에서 자동으로 복제되면서 전달되지만 ‘밈’은 후천적인 교육이나 학습 등으로 전달되는 차이는 있다. 

 주목할 점은 유전자와 같이 ‘밈’도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전달되는 과정에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지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수많은 돌연변이 중 살아남는 것이 새로운 문화가 되고 그 문화가 다시 전달되면서 우리는 살아왔다. ‘밈’의 전달 과정에서 발생한 돌연변이는 그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어찌 보면 일종의 오류이다. 오류로 발생한 돌연변이 중 살아남는 것과 사라지는 것들의 투쟁이 새로운 ‘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고, 그 과정 자체를 인간의 역사로 볼 수 있다. 

 10년 정도 전까지는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역갈등이 꼽혔지만, 이제는 세대갈등이 점점 극심해 지고 있다. 뭐든지 열정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이라서 그런 것인지 세대갈등이 표면화 된 이후 짧은 기간 안에 세대간 ‘혐오’로 발전될 정도로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세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가 아마 ‘꼰대’인 것 같다. 꼰대라는 말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세대갈등의 심화와 함께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꼰대는 다른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의 기준과 가치관으로만 다른 세대를 바라보는 사람에게 사용되는 단어이다. 이 단어는 보통은 기성세대 중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에게 따라붙지만, 젊더라도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이나 태도를 가진 사람들도 ‘젊은 꼰대’라고 불리는 모양이다. 

 아마도 우리 사회가 이런 꼰대에 대해서 거부반응을 강하게 일으켜 이런 단어가 유행이 된 듯하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우리는 각자의 가치관이 살아온 사회의 문화, 경제 구조, 국내외 정세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한 인간은 그가 속한 사회에서 최선을 다해 배우며 적응해 살아갈 수밖에 없으므로 그 시대와 한 사회의 소산일 뿐이다. 

 나와 나의 세대가 아무리 찬란한 성공과 영광을 만들어 냈다고 해도 인간의 역사에서 영원하고 절대적인 것은 없다. 다음으로 인간의 문화, 종교 등 사회 체계 일체는 그것이 있는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연법칙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가르친 대로만 배우고 물려준 대로만 보존하면 인간은 역사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그대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발생한 오류는 사실 시행착오에 불과할 가능성이 더 높겠지만, 그 오류가 당대의 법률이나 도덕률에 어긋날 정도가 아니라면 그 시행착오 역시 인간 역사의 발전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요컨대, 나의 세대의 유한성을 인정하고 나와 다르고 나에게는 잘못된 것처럼 보이는 다른 세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이가 들어서도 처음 세상을 배우는 것처럼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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