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목 Pen리더쉽 연구소 대표
홍순목 Pen리더쉽 연구소 대표

올해는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라는 말이 유독 많이 거론됐다.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을 발표하면서 추가 검토사항에 올린 서울2호선 청라 연장과 서울 5호선의 검단·김포 연장에는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 조건이 달렸다. 최근 서울 7호선 청라국제도시 연장도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협의에 도달해 연내 착공이 가능해졌다. 서울7호선 석남역 개통과 함께 부천·인천 구간 운영권을 인천교통공사에서 인수했다고 했지만 아직도 세부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고 교통공사 직원은 말한다.

최근 인천시 안영규 부시장이 서울9호선 공항철도 직결과 관련한 시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계기로 서울9호선 공항철도 직결사업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서울시 측에서 시설비 40억 원을 인천시에 요구했고 인천시가 지급 근거가 없다며 거절할 때만 해도 인천시민의 분노는 서울시를 향했다. 일부 서구 주민들은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 2025년 종료를 선언하자 서울시가 인천시와의 협의사항에 대해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며 매립 연장의 협상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공항철도를 주로 이용하는 서울 출퇴근자들의 경우 ‘직결사업으로 인한 인천시민의 편의 증진에 비해 40억 원이 그리 큰 금액인가’라는 물음이 터져 나왔다. 인천시는 시설비를 지급하게 되면 운영비까지 요구받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변명했다. 거센 주민들의 민원과 정치인들의 요구로 인천시는 40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직결사업이 진척된다는 이야기는 없다. 안영규 부시장의 답변을 보면 운영비를 둘러싼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 않나 추측할 뿐이다. 

운영비를 둘러싼 논쟁을 자세히 보면 인천시의 일관성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인천교통공사 직원의 말을 들어 보면 서울7호선의 경우 서울시가 요구하는 운영비를 지급하기보다는 부천·인천 구간을 인천교통공사에서 운영하는 쪽이 인천시에 유리하다고 인천시가 판단했다고 한다. 관제와 정비에 관한 비용도 서울시에 지급해야 하는 구조다. 그렇다면 서울9호선 공항철도 직결로 늘어나는 운영비를 혜택을 받는 인천시에 요구하는 서울시가 오히려 일관성이 있어 보인다. 

서울시는 서울9호선의 공항철도 직결과 관련해 시설 개조 및 철도차량 구입비의 국·시비 분담 비율을 갖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협상을 해 왔다. 결국 국토교통부의 요구대로 합의된 이후에는 다시 국토부를 상대로 운영비의 국비 부담 비율을 높이기 위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인천시에 대해서도 시설비와 운영비를 부담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직결을 통해 혜택을 보는 인천시민과 서울시민의 비율이 75%대 25%라며 이 비율에 따라 연간 8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 운영비를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의 데이터가 정확하다면 인천시가 당연히 운영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7호선 서구 연장에 따라 사실상 운영비를 지급하고 있는 것과의 형평성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인천시 영종, 청라, 검암, 검단, 계양 주민의 교통사정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인천시는 합리적인 선에서 줄 것은 주고 챙길 것은 챙겨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챙길 것을 챙기지 못한다는 것은 안 줘야 될 것을 준다는 것과 같다. 지난번 인천시의회의 지급보증 문제가 일었을 때 지역언론에서는 서울시가 4자 합의사항에 명시된 내용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고 서울시를 힐난했다. 즉, 4자 합의 내용에는 7호선 청라 연장과 관련해 인천시가 서울시의 시설물을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도 서울시가 차량기지 증설 비용을 인천시에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인천시민의 입장에서는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서울시의 요구가 밉기 마련이지만 필자는 다르게 보고 싶다. 서울시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서울시 철도 담당자에 비해 인천시 공직자가 챙길 것을 못 챙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줄주챙챙 인천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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