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석 인천함박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김선석 인천함박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우리 식단이 쌀에서 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쌀가게는 찾아보기 힘들어도 빵가게는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로마제국에 의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간 빵은 원래 포르투갈어의 팡(pao)에서 유래됐습니다. 하지만 빵의 모양과 종류는 나라마다 다릅니다. 길다란 바게트는 프랑스에서, 푹신한 찐빵은 중국에서, 그리고 달콤한 단팥빵은 일본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럼 우리나라의 단팥빵은 언제 어디서 들어왔을까요? 바로 일제강점기로, 최초로 군산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이처럼 나라마다 특색 있는 빵이 만들어졌듯이 전국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 빵집들이 있습니다. 서울에는 김영모과자점, 부산에는 옵스, 인천에는 안스베이커리, 대전에는 성심당, 광주에는 궁전제과, 목포에는 코롬방제과점, 군산에는 이성당입니다. 특히 성심당은 튀김소보루로, 이성당은 단팥빵으로, 코롬방제과점은 새우바게트로 유명합니다. 우리는 보다 먹기 좋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기술 개발에 힘써 왔습니다. 

빵 하나가 유명해지면 그 도시의 이미지가 됩니다.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이 같은 모습이 도시의 상권이 활성화되는 과정입니다. 나라, 도시, 마을은 그들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습니다. 지역의 특성을 찾는 것은 역사를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도시 분야라는 학문을 연구해 온 제 입장으로 비추어 인천시 연수구 함박마을은 미래의 경쟁력이 있습니다. 전국에 이름을 날릴 ‘레뽀시카’라는 빵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빵은 고려인과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카자흐스탄 등 러시아어권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입니다. 거리에는 언어, 음식, 취향 등 한국문화와 꽤나 다른 게 많습니다. 러시아 언어와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고, 러시아권 음식과 러시아어 간판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부드럽고 단맛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은 그들의 주식인 레뽀시카가 딱딱하고 밋밋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차별화한다면 매우 인기 상품이 될 것입니다. 머지않아 많은 사람은 ‘함박마을’하면 레뽀시카를 기억할 것입니다. 

연수구에서는 이 지역을 세계음식문화거리로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한국인과 외국인의 주거 비율이 깨지면서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상점들의 소득이 변변찮아 걱정이 쏟아집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한국인 상가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다른 지역과 차별화할 수 있는 특성을 살리면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밑거름이 됩니다. 사람도 타고난 재능을 살려야 경쟁력을 가지듯 도시와 마을도 지역 특성을 살려야 더 빠르게 발전합니다. 식당이라면 음식 맛을 차별화해 외부의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듭니다. 

다른 하나는 러시아어권 사람들이 주식으로 즐기는 레뽀시카에 더 맛을 담는 구상입니다. 마치 현대와 기아, 그리고 삼성과 같은 자동차회사들이 때가 되면 신제품 모델을 내놓듯이 누구나 좋아할 음식 개발로 상가의 경쟁력을 키워 나갑니다. 이처럼 하나의 빵으로도 지역의 관광자원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가 보고 싶은 곳,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 곳, 한 번쯤 걷고 싶은 곳으로 마을이 변화돼 가면 지금의 마을 모습과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나는 유별나게 머리가 똑똑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지혜가 많은 것도 아닙니다. 다만, 나는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을 생각으로 옮겼을 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생존과 번영을 위해, 그리고 경쟁 속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고객, 새로운 시장, 새로운 기술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마을을 살리기 위한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은 주민들의 변화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결정합니다. 변화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이끌고 가는 마을만이 성장하는 미래를 만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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