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지난 7월 2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임대차 3법 시행 1주년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임대차 3법 시행 전 서울 100대 아파트 임대차계약 갱신율이 57.2%에서 시행 후 77.7%로 개선되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전셋값이 폭등한 건 쏙 뺀 채 갱신율만 내세워 효과를 과대 포장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금도 전셋값과 매매가가 상승세에 있어 많은 국민들이 허탈감과 분노를 보이며 정부·여당의 부동산정책과 조세정책을 크게 비판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주원인이 부동산정책과 조세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 때문이라는 점에 이견이 거의 없다. 이런 반감을 다독이지 못하면 내년 3월 치러질 대통령선거에서도 여당의 입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다수가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임대차법 개정을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만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중대한 문제점들이라도 수정·보완해야 한다. 

 정부·여당이 ‘임차인 보호’라는 선한 취지와 ‘개혁’의 명분으로 과감하게 추진한 입법을 되돌리거나 고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며, 자존심도 많이 상할 것이다. 그러나 "잘못을 하는 것보다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 것이 더 나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말이 있듯이 정부·여당은 지금이라도 부동산과 조세 관련 입법 개선에 착수해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각종 거래행위는 원칙적으로 ‘사적자치의 원칙(계약자유의 원칙 또는 법률행위자유의 원칙)’에 따르도록 해야 하고, 국가의 개입은 가급적 최소한에 그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률전문가들이 예상했듯이 법원의 판단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을 두고 최근 1심과 2심의 판단이 정반대로 나오는 등 법원의 엇갈린 판단이 나오고 있어서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시장의 불편과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률전문가들은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에 위헌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계약기간이 종료된 경우 특정 임차인과의 갱신계약과 존속기간을 각 강제하고 임대차보증금 내지 차임의 내용을 강제함으로써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 "개인의 재산(주택)의 사용·수익·처분을 제약하므로 재산권도 침해한다. 더 나아가 임대인의 거주 이전의 자유, 직업의 자유도 침해된다",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부칙 제2조는 진정소급효를 금지하는 헌법상 소급효금지 원칙에 반해 구법을 신뢰하고 기존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한 임대인의 법적 지위를 소급적으로 불리하게 변경한 것"이라는 주장 등이 제시된다. 그 밖에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과 종합부동산세법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신뢰보호의 원칙’ 및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고, ‘공평과세의 원칙’ 및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위헌 여부에 대한 최종 판정은 조만간 헌법재판소에서 나오겠지만, 만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법적 안정성이 크게 훼손되고 경제에는 엄청난 폭풍과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여당은 관련법의 입법 개선에 바로 착수해야 한다. 아무리 ‘선한 취지’를 담은 법이라도 ‘헌법 정신’에 위배되게 입법되면 안 된다. ‘입법’은 최대한 ‘위헌 논란’을 피해 이뤄져야 하며, 포퓰리즘이 개입되면 안 된다.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해서도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있어 더욱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헌 논란을 무릅쓰고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따라서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해 별도 협의체에서 재논의하기로 하고 본회의 상정을 뒤로 미루기로 지난달 말일 합의한 점은 다행이다. 정치권은 졸속·과잉 입법으로 국민의 기본권과 생활의 안정성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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