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2018년 3월 독일·벨기에·프랑스로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을 많이 다녔던 필자에게도 유럽 출장은 꽤 힘든 일정이었다. 기차로, 자동차로, 때로는 비행기로 이동하고 정화현장을 둘러보고 업체들을 만났다. 늦은 밤까지 격론을 벌인 힘든 일정이 있었지만 유익한 출장이었다.

"다이옥신 정화, 시민 안전이 최우선이다." 비용, 방법과 기간 등 여러 논쟁이 있었지만 유럽 출장에서 ‘함께’ 내린 결론이었다. 국방부는 정화비용이 아닌 시민 안전을, 환경부도 현행법보다는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정화 방법을 찾는 것에 동의한 것이다. 지금 캠프 마켓에서는 다이옥신 오염토양을 열탈착 방식으로 완전 밀폐해 진행하고 있다. 음압(陰壓)으로 정화장 내부 공기가 외부로 나오는 것을 이중으로 차단하고 있다.

1995년 1월 대한민국 토양환경보전법이 제정됐다. 당시 토양환경 보전과 관련해 법과 제도를 갖춘 나라는 네덜란드, 미국과 독일 정도였다. 1986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미국 내에서 유해 폐기물 매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슈퍼펀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슈퍼펀드는 포괄적 환경처리·보상·책임법으로 미국의 환경법을 대표하는 연방법이다. 그러나 넓은 땅의 미국은 오염 정화보다는 오염 확산 차단 등 오염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 

위해성 평가는 인체 노출이 기본이다. 아무리 맹독성이고 발암물질이라도 인체에 노출되지 않으면 위해하지 않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공원이나 놀이터와 같이 인체 노출이 많은 토양의 경우에는 정화나 관리기준이 강하다. 오염된 경우 어느 국가든 정화나 차단, 굴착 처리 등 즉각적 조치는 기본이다. 토양은 토대이며 터전이다. 일찍부터 토양환경 보전의 법체계를 도입한 좁은 땅의 네덜란드나 우리나라는 토양이 오염된 경우 오염 정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입장에서 오염물질의 인체 노출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땅이 넓은 나라들은 오염의 기준치가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정화하기보다는 긴 시간 오염을 관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깨끗하고 안전한 토양은 기본이다.

2017년 10월 캠프 마켓의 다이옥신 오염이 공식 발표됐다. 그런데 맹독성물질인 다이옥신은 토양오염물질이 아니었다. 인천시와 시민참여위원회는 다이옥신 문제를 놓고 공청회 등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국방부와 환경부가 참석한 시민참여위원회 회의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국내에 다이옥신 정화 사례가 없어 외국 사례 시찰을 시민참여위원회에서 결정했다. 다이옥신류 복합오염토양 정화를 위한 국방부의 민관협의회는 인천시와 부평구, 국방부와 환경부 각 1인, 주민대표 2인, 시민단체 2인, 전문가 5인 등 총 13명으로 구성돼 지금까지 공식 회의만도 14차례 진행했다. 계획대로라면 올 10월이면 다이옥신 정화가 끝난다. 현재 다이옥신은 법상 토양오염물질이다.

2021년 9월 일제강점기 조병창 병원으로 추정되는 캠프 마켓 건물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부평미군기지 시민참여위원회가 구성·운영된 이후 캠프 마켓의 절반이 반환됐고 다이옥신 오염 정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논란에서도 인천시민들은 국방부, 환경부, 인천시와 부평구와 문제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해법을 찾아왔다. 그 중심에 시민참여위원회가 있었다. 물론 유류와 중금속 오염 정화의 후속 작업이 남아 있다. 이 또한 안전하고 깨끗하게 정화해야 한다. 

제1기 시민참여위원회는 ‘캠프 마켓 건물 함부로 부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안전하고 깨끗하게 정화한다’고 합의했던 원칙 또한 명확하다. 역사문화도시로 프랑스인들의 자존심인 파리를 둘러볼 시간조차 없이 폭설 내리는 시내를 군인 아저씨들과 구보까지 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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