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수필가
박성희 수필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남에게 도움 주는 일만큼 가치 있는 일이 있을까. 얼마 전 경안시장에서 어느 단체가 시민들에게 마스크 나눔 행사를 하는 광경을 한참 바라본 적이 있다. 그때 마스크를 나눠 주는 사람들도, 받는 사람들도 연신 웃음을 뿌리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는 나도 내내 흐뭇한 모습에 즐거웠다. 

 옆에 쌓아 둔 마스크 상자와 마스크 봉투에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코로나를 극복하자는 문구와 광주시재향군인회라는 글귀가 있었다. ‘광주시’가 아닌 ‘재향군인회’라는 명칭은 의아했고 뜻밖이었다. 또 ‘WK뉴딜국민그룹’에서 협찬을 받았는지 기부자의 고마움도 잊지 않고 쓰여 있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나는 우연치 않게 광주시재향군인회 김재경 회장을 인터뷰할 기회를 생겼다. 시장에서는 누가 누군지 모르다가 처음으로 회장을 만나게 된 계기였는데 첫인상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특히 굵고 투박한 손이 인상적이었다. 저 손으로 얼마나 많은 전기를 다뤘으며, 얼마나 많은 봉사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만나기 전 인터넷과 매체를 통해 그가 얼마나 많은 봉사를 다방면으로 해 왔는지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전에서 전기를 32년간 만진 사원의 손이자 대한민국 최고·최대 안보단체장의 손이며, 봉사를 즐겁게 해내는 자랑스러운 손이다. 많이도 긁히고, 찔리고, 베이기도 했을 손이 참 든든해 보였다. 

 김 회장에게 최근 어떤 봉사를 가장 많이 했느냐고 물으니 이 시대에 가장 필요로 하는 마스크 나눔 봉사라고 말한다. 그는 코로나가 심해질 때 어떡하면 시민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한참 고민하다 사회적 기업 ‘WK뉴딜국민그룹’과 인연을 맺고 덴탈마스크 82만 장을 기부받았다. 그러곤 곧 재향군인회 임원과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마스크 나눔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올 4월과 5월 1차로 32만 장, 6월과 7월 2차로 50만 장을 시민에게 전달했단다. 

 광주시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자원봉사센터, 보훈단체, 안보단체, 예비군지역대, 읍면동대, 장애인단체, 문화체육단체, 요양시설, 복지시설, 소상공인,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 등 여러 단체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마스크 나눔 행사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40만 광주시민과 7천800여 명의 광주시재향군인회원들을 위해 2차에 걸쳐 마스크를 기부해 준 ‘WK뉴딜국민그룹’ 박항진 총재와 임직원에게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국민의 건강이 곧 안보를 지킨다’는 것은 김 회장의 신념이다. 

 그 다음엔 또 어떤 봉사를 하느냐고 물으니 연간 계획으로 중고생 나라사랑·광주사랑 안보논술대회, 광주시민과 함께 하는 안보현장 견학활동, 재향군인회 여성회를 통한 불우 청소년 대상 반찬봉사, 빨간 밥차 봉사활동이 있고 곤지암사랑방봉사단, 외당봉사회에서 운영하는 국수 봉사, 광주시자율방재단 활동, 내 고장 쓰레기 줍기 환경정화활동 등을 꼽는다. 

 누가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봉사는 그의 삶 일부이며 즐거움이다. 그리고 보람이다. 정치하는 사람 중에는 선거철에만 반짝 시민의 표를 인식한 가짜 봉사를 한다. 사진 찍기 위해 흉내만 내는 광고성 봉사다. 그러곤 선거가 끝나면 절대 봉사를 안 하거나 하는 척 시늉만 한다. 참으로 위선적인 인물들이다. 

 김 회장에게 임기가 2년 남았는데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임기가 끝나도 광주 시민과 더불어 지역의 안보를 책임지는 안보지킴이 역할을 하겠다고 야무지게 답했다. 바람이 있다면 보훈과 안보를 통합하고 통일된 미래를 지향하는 가칭 평화회관을 건립해 회관 내 전시실, 강당, 교육장 등을 마련, 안보 관련 강연회와 전시회, 예식장, 청소년 안보교육 등 안보 산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거란다. 

 그의 사무실에 걸린 플래카드에는 ‘신뢰 있는 사회, 정감 있는 사회’란 문구가 큼직하게 새겨져 있다. 그것은 늘 그가 꿈꾸는 분명한 사회상이다. 진정 김 회장이 봉사로 뛰어다니며 흘리는 땀방울들은 진주보다 영롱하고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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