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권홍 법률사무소 국민생각 고문변호사
류권홍 법률사무소 국민생각 고문변호사

지난달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은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는데, 1안은 일부 석탄화력과 천연가스발전을 유지하는 반면 2안에서는 석탄화력은 완전 폐지하고 천연가스발전만 일부 남기고 있다. 과격한 3안에 따르면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발전 부분에서 모두 사라지게 된다. 기후위기의 실체 여부나 기후위기가 지구의 종말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뒤로하고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탄소중립시나리오 초안이 우리나라의 여건에 맞는지, 실효성은 있는지, 그리고 시나리오 자체의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자. 탄소중립시나리오는 기후변화 대응이 늦어질 경우 국가 경쟁력이 하락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특성과 취약한 에너지 자원의 사실을 인정한다면 오히려 과도하고 급진적인 탄소중립 정책이 국가 경쟁력과 기업 경쟁력은 물론 양질의 일자리까지 빼앗아 갈 것이다. 무역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다소비의 제조업 구조 산업을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을 포함한 모든 산업혁명은 에너지의 혁명적 변화를 전제로 한다. 인간의 삶을 전기화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데, 비싸고 불안정한 전기 공급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여건상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공급에는 한계가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에 무리를 거듭해서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공급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공급 불안정성과 높은 에너지 가격은 국민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기후변화정책은 국가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민주성의 원칙이 최우선해야 한다. 민주성이란 특정 소수의 공론화 절차를 거쳐 확보될 수 없고, 해당 정책의 무게에 따라 민주성의 무게 또한 결정돼야 하며, 무겁고 신중한 정책은 국민 전체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 

문제는 탄소중립시나리오는 민주성을 원칙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국민 500명으로 구성된 탄소중립시민회의를 국민의 의사를 묻는 절차로 제시하고 있지만, 과연 탄소중립시민회의의 대표성이 있는지, 국민의 진의를 확인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민주성이 부족하다. 민주성에서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기후변화 정책의 내용, 이에 따르는 비용, 사회경제적 효과 등을 공개해야 한다. 투명성이 민주성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소중립시나리오에는 전기요금 상승을 포함한 국민적 부담에 대한 언급이 없다. 기술적 가능성을 중심으로 작성한 시나리오라고 항변하지만 경제성 분석이 없는 정책이 어떻게 있을 수 있나. 정책의 기본도 모르는 답변이다. 탄소중립위원회에 에너지 전문가가 없어 보이는 대목이 있다. 탄소중립시나리오의 부분별 에너지 수요에 CCUS를 포함하는 초보적 실수를 저질렀다. CCUS는 탄소를 줄이는 수단일 뿐 에너지 수요에 포함되지 않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하는 수소연료전지는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나라에서나 가능한 방법인데 버젓이 전환 부분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고, 색이 바랜 정도의 역사책에 나오는 그리고 뜬구름 같은 동북아그리드까지 포함하고 있다. 에너지는 정치적인 재화라서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연결이 쉽지 않고, 일본은 민족 감정으로 교류가 힘들다. 북한은 또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무엇보다 탄소중립시나리오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표현은 무탄소 신전원이라는 표현이다. 에너지 기술 전문가들에게 물어도 무탄소 신전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런 전원이 있다면 탄소중립위원회가 시원하게 가르쳐 주기를 바란다. 노벨상감이다. 만약 실체가 없는 내용이라면 이런 표현은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동화작가라면 모르겠지만. 

CCS는 또 어떤가. 매장지를 찾기 어려운 우리나라에서 CCS의 시험은 가능하지만 본격적 실용화는 어렵다. 수명을 다한 석유·가스전을 가지고 있는 미국·유럽·호주·캐나다 등은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아니다. 기후변화정책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에 소설이나 동화가 돼서는 안 된다. 초안이니 그러려니 생각한다. 최종안에는 민주성과 현실성이 투명하게 반영되기 바란다. 희망과 기대를 나열하는 수준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