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희 군포시장
한대희 군포시장

1914년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 독일과 프랑스는 서부전선에서 참호를 파고 잔뜩 웅크린 채 서로 버틴다. 지리한 참호전(Trench Warfare)이다. 25년 후인 1939년에 터진 제2차 세계대전. 나치 독일은 폴란드를 시작으로 프랑스까지 거침없이 쳐들어간다. 전격전(Blitzkrieg)이다. 

필자가 전쟁 얘기를 꺼낸 이유는 인간과 코로나19 관계의 추이와 유사한 듯해서다.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20개월째다. 발생 초기부터 코로나19는 우리 사회를 가혹하게 유린했다. 전격전이 연상될 정도였다. 이후 끝 모를 참호전이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정부는 그동안 방역에 주력하면서 어려워진 국민 생활을 적극 재정으로 지원해 왔다. 군포시도 예외는 아니다. 방역과 확진자 관리에 전념하면서 시민들의 삶을 지원하기 위해 동원 가능한 시의 재정을 모두 투입해 왔다. 그래도 많이 모자랄 것이다.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고통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장의 마음도 무겁다. 매일매일 보고받는 확진자 수, 보고받기 전부터 긴장한다. 상황이 악화될 때도 있다. 시장으로서 송구스럽다는 사과도 했다. 그래도 시민들의 인내와 협조로 군포라는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시민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의료진과 시 공무원들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코로나19 대유행과의 네 번째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큰 위기를 넘겼는가 하면 또다시 찾아오는 대유행. 그때마다 높아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여기에 비례해 상승하는 국민들의 고통.  

2020년을 거치면서 우리 국민들은 2021년에는 코로나19를 이겨 내고 정상적인 일상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올 들어 시작된 백신 접종으로 이런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꾸준한 방역과 백신 접종을 병행하면 코로나19 기세가 한풀 꺾이리라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웬걸. 기세가 꺾이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기세등등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루 발생 2천 명을 돌파했다. 백신 접종의 집단면역이 아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인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때문인가?  

앞으로 어찌될 것인가. 대유행과 극복의 반복이 이어질 것인가. 지리한 참호전 같은 양상이 나타날까. 코로나19와의 무한전쟁을 각오해야 하나. 아니면 적대적 동반자로 삼을 수밖에 없을까. 이른바 ‘위드 코로나(With Corona)’가 현실화될까.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어느 경우든 지나친 낙관도 문제이지만 과도한 비관도 삼가야 한다. 지금 와서 흔들리면 그동안의 고생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인간은 기후변화를 초래할 정도로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지만 지혜로운 측면도 있다. 전 지구적으로 커다란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인간은 지혜를 발휘해 극복해 왔다. 한국을 비롯해 지구촌 곳곳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한창이다. 치료제 개발 이전까지는 특단의 방법을 찾기 힘들 것이다.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꾸준히 방역에 주력하면서 서로 믿고 의지하고 도와야 한다.  

알제리의 한 도시에서 발생한 페스트 대유행에 임하는 다양한 인간군상(人間群像)을 다룬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시청 공무원과 기자, 사제 등 페스트 퇴치를 위해 전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를 악용하는 사람도 나온다. 소설은 페스트를 극복하면서 이렇게 끝을 맺는다. "페스트로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유리한 증언을 위해서, 그들에게 가해진 부정과 폭행에 대한 최소한의 기억을 위해서, 그리고 재난 속에서 배울 만한 교훈, 즉 인간에게는 경멸당할 것들보다는 찬양받을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밝혀 두기 위해서였다."

민족 명절인 한가위가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벌써 네 번째 맞는 민족 명절이다. 코로나 대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나 자신, 가족, 이웃, 국민 등 우리 모두를 위해 지혜롭고 현명하게 한가위를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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