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 문학동네 / 1만2천600원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고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강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 출간됐다. 2019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전반부를 연재하면서부터 큰 관심을 모았고, 그 뒤 1년여에 걸쳐 후반부를 집필하고 또 전체를 공들여 다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완성됐다.

본래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2015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작별」(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을 잇는 ‘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구상됐으나 그 자체 완결된 작품의 형태로 엮이게 된 바, 한강 작가의 문학적 궤적에서 「작별하지 않는다」가 지니는 각별한 의미를 짚어 볼 수 있다.

책은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꿨던 꿈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눈 내리는 벌판,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가 마치 묘비처럼 등성이까지 심겨 있다. ‘묘지가 여기 있었나’ 생각하는 사이 어느 순간 발 아래로 물이 차오르고, 그는 무덤들이 모두 바다에 쓸려가기 전에 뼈들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지 못한 채로 꿈에서 깬다.

경하는 그것이 그 무렵에 꿨던 다른 악몽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책에서 다룬 학살에 대한 꿈이리라고 생각하고, 한때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하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제주로 내려가 목공일을 하는 친구 인선과 함께 그 꿈과 연관된 작업을 영상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 뒤로 몇 해 동안 힘든 시기를 겪고 겨우 삶을 회복하는 사이 계획은 진척되지 못했고, 경하는 자신이 그 꿈을 잘못 이해했다고 마음을 바꾼다.

그러던 겨울 어느 날, 경하는 병원에 있는 인선에게서 급한 연락을 받는다. 인선이 통나무 작업을 하던 중 사고로 두 손가락이 잘려 봉합수술을 받은 것이다. 곧장 병원을 찾은 경하에게 인선은 갑작스레 그날 안에 제주 집에 가 혼자 남은 새를 구해 달라고 부탁하고, 그는 인선의 간절한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그 길로 서둘러 제주로 향한다.

그러나 제주는 때마침 온통 폭설과 강풍에 휩싸여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작적으로 찾아오는 고질적인 두통에 시달리며 경하는 가까스로 마지막 버스를 타고 인선의 마을로 향한다. 그러나 정류장에서도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인선의 집까지 눈길을 헤치고 산을 오르던 길에서 폭설과 어둠에 갇혀 길을 잃는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인선의 집에서 경하는 칠십 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얽힌 인선의 가족사를 마주하게 된다. 온 가족을 잃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15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아버지, 부모와 동생을 한날한시에 잃고 오빠마저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채로 언니와 둘이 남겨진 어머니의 이야기. 학살 이후의 시간을 살아내며 오빠의 행적을 찾는 일에 수십 년을 바쳐 끝까지 포기하기를 택하지 않았던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고요한 싸움이 폭설로 고립된 외딴집의 어둠 속에서 희미한 촛불 아래 떠오른다.  

너의 바다가 되어

고상만 / 크루 / 1만3천320원

이 책은 어미 돌고래의 모성애에서 시작된 감동 이야기이다. 나아가 저자는 감동에서 그치지 않고 ‘만약 돌고래가 죽기 직전 새끼 돌고래를 만났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라는 상상을 더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아무리 저자의 상상이라고 하지만 실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인 만큼 이야기 모두가 현실처럼 생생하게 와 닿는다.

사망한 돌고래는 불법 포획돼 하루 4번씩 공연에 투입됐다고 한다. 돌고래 쇼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바다에서 불법으로 포획돼 이곳으로 온 것이다. 돌고래를 불법 포획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공연에 투입되지 않았다면, 분명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어미는 죽는 순간에 자신의 새끼를 피해 죽었다고 억울함을 느끼기보다 앞으로 공연만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에 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저자의 상상이지만, 이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저자와 똑같은 상상을 하면서 동물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대학의 역사

남기원 / 위즈덤하우스/ 1만6천200원

이 책은 중세 대학 탄생 이전 서양 교육 전통부터 21세기까지 대학의 모습을 통해 중세 유럽에서 처음 출현한 대학이 1천 년 가까이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 유럽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를 살펴본다.

대학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사회제도 중 하나다. 또 현재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고등교육기관이다. 하지만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서양에서조차 소수의 엘리트만 허락된 특별한 곳이었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지적·교육적 전통이 중세 대학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으며, 12세기 사회의 어떠한 변화와 특성들이 대학을 형성하도록 했는지 추적한다. 또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절대주의 국가, 과학기술의 혁신, 세계대전과 신자유주의 확산 등과 같은 세계사의 흐름에 대학이 어떻게 반응했으며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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