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론」에서 엄마와 아들이 나눈 대화를 전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엄마, 저는 엄마가 저를 무척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라고 하자, 엄마는 "물론 나는 너를 무척 사랑하고 있단다. 너는 그걸 의심했었니?"라고 답했습니다. 이때 아이가 말한 것이 제 뇌리에서 오래도록 머물렀습니다. "아니요, 저는 그것을 알아요. 왜냐하면 제가 엄마에게 말을 하려고 하면 엄마는 무슨 일을 하시다가도 손을 멈추고 제 말을 끝까지 들어주시잖아요."

맞습니다.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사랑입니다. 경청이야말로 상대방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행할 수 없는 태도일 겁니다. 요즘 대선주자를 결정하기 위한 각 당의 후보 경선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경청하는 태도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국민에게 알 권리를 주기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일로 인해 후보들의 감정이 상하게 될까 봐 보기가 참 민망스럽습니다. 같은 당에 있는 사람조차 귀하게 여기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있을지 참 딱합니다.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 중 하나는 감정을 억누를 수 있는 태도입니다. 지인이 보내 준 글에서 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건기가 닥쳐 오면 수만 마리의 물소 떼가 목숨을 건 대이동을 하는데, 그때 어떤 물소가 그 이동에서 리더가 될까요? 가장 힘이 센 물소일까, 아니면 가장 빨리 달리는 물소일까요? 물론 두 가지 능력이 모두 필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능력이 바로 방향을 잡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뛰어난 후각으로 물이 있는 지점을 파악하고 그곳까지 가는 가장 빠른 경로를 찾는 물소가 리더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진정한 리더가 되려면 결정적인 한 가지 덕목이 더 필요하답니다. 어느 때인가 수천㎞를 걸어온 물소 떼가 강을 불과 몇㎞를 앞두고 대형 참사를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 냄새를 맡은 리더가 뒤따라오는 무리를 향해 물이 있는 곳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내자, 이제까지 묵묵히 리더를 의지하며 따라오던 물소 떼가 순간적으로 흥분했습니다. 먼저 물을 먹으려는 충동으로 이제까지의 질서는 사라지고 뒤에 있던 물소들이 앞에서 달리는 물소들을 추월하며 아비규환이 되고 말았던 겁니다.

이제 누가 물소 떼의 리더여야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잘 달리고 힘이 세며 물 냄새를 잘 맡을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물 냄새를 맡고도 신호를 보내고 싶은 욕망을 자제할 수 있는, 즉 감정을 억제할 수 있는 리더가 진정한 리더라는 점입니다.

‘사실’을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을 말함으로써 야기될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해서 그것을 잠시 보류해 두는 지혜가 리더에게는 꼭 필요한 덕목입니다. 내가 이기기 위해 상대의 흠집을 끄집어내려는 정치인들이 읽었으면 하는 글이 하나 더 있습니다.

유대인 랍비와 그의 제자가 길을 가다가 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은 제자를 보자 무슨 오해가 있었는지 대뜸 제자에게 ‘고자질을 잘하는 놈, 입이 가벼운 놈’이라며 욕을 해댔습니다. 처음 몇 번 제자는 그의 욕설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으나 참을 수가 없었던지 그를 향해 같이 욕을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스승은 억울하다면서 열을 올리며 항변하는 제자 곁을 떠나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잠시 후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제자가 스승의 방에 들어와 스승을 향해 볼멘소리로 투덜거리자 스승은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사람이 너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을 때 너는 아무 말 없이 꾹 참고 있었지. 나는 그때 너의 주위에 천 명가량의 천사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았어. 그런데 잠시 후 네가 그를 향해 대들기 시작하자 천사들이 순식간에 어디로인지 사라져 버리더구나. 그래서 나도 네 옆을 떠난 것이야."

감정을 억제할 수 있는 리더,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아는 리더, 과거보다는 미래 이야기를 하는 리더가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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