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과거 산업현장에서 내수나 수출용 공산품을 만들던 곳들이 ‘공방’이라는 이름으로 거듭나고 있다. 우리 생활이 풍족해지고 여가를 즐기려는 국민들이 늘어나면서 공예의 대중화를 선도하려는 장인들과 공예를 직접 해 보자는 diy 유저들에 의해 오늘날 도시곳곳에 공방이라는 이름의 공간들이 만들어졌다. 

 1980년대 후반 시작된 diy는 1990년대 공방이 생기기 시작한 이래, 당시 각 분야별 두 자릿수에 불과했던 공방이 현재는 수백~수천 개로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적은 비용으로 창업해 정년 없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업이 없을까 하는 사회적 궁금증 역시 공방의 개체 증가에 한몫했다고 본다. 

 경기 침체로 인한 어려움 속에 30년 내내 과도기를 겪고 있다는 공방업계는 창업 후 1년 이내 사라지는 공방이 3분의 2에 육박했으며,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폐업률이 더욱 증가하고 있지만, 이 또한 두어 달 경력으로 창업을 서두른 함량 미달들의 자연스러운 도태 현상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도 없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비누나 가죽공방들이 대거 사라진 현상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불필요한 이동과 모임을 자제하고 사는 동안 diy에 필요한 재료와 도구의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아파트 발코니, 차고, 창고, 옥상 등 개인의 작업공간이 많아졌고 여럿이 모여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이른바 열쇠공방들의 출현도 주목해 볼 만하다. 

 따라서 이제는 시장의 파이에 따른 개체 조절과 질적 향상이 필요한 시기이며, 개인 공간을 갖지 못한 유저나 보다 높은 기술을 전수받고자 하는 유저들을 담아내기 위한 공방의 수준도 업그레이드돼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동시에 온 것이다. 공방과 이용자, 일대일 또는 일대 다수의 관계가 전체 운영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공방주는 사용자를, 사용자는 공방주 즉 상대방 입장에서 보는 시각도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여 필자가 그간 마음의 서랍 속에 넣어 두고 공예인들이 대중들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마음가짐을 고취시키고자 가끔 꺼내 보는 나 자신과의 약속인 장인십장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고자 한다. 

<장인십장>

 -만듦에 있어 아름다운 것이 되게 하라.

 하지만 미를 배우지는 말라. 작위는 미를 죽인다.

 -쓰임새 없이는 만들지 말라. 용도를 떠난 물건은 미를 해친다. 

 용과 미가 상반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반드시 마음에 봉사하여야 한다.

 만든다는 것은 자연에 순응함이요, 미에 바치는 것이다. 거기 경건한 자세가 있어야 한다.

 -싫증 없이 만들어라. 그것은 곧 즐거움이요, 노력으로 얻지 못하는 것이다.

 -이름을 빛내려 하지 말라. 사념에 빠지지 말라.

 -물건에는 정숙함이 있어야 한다. 조용한 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 

 정숙은 견줄 바 없는 경지이다.

 -기교에 빠지지 말라. 기교를 편법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치명의 병은 대개 거기서 생긴다.

 -지식에 빠지지 말라. 지가 부족하거든 보충하고 과잉하거든 신중하라.

 -건실함을 대본으로 삼으라. 진정한 미는 건전한 미이다. 그 미는 병들지 않는다.

 -값싸게 함을 마음에 두어라. 민중의 씀씀이에 적합지 않은 것은 완전치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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