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에서의 모습과 사회생활을 할 때의 모습에 차이가 있다. 편안한 상황 속에서는 자신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데 반해 사회생활을 할 때에는 본성을 일부분 감추며 살아간다. 남에게 보여지는 우리의 태도나 성격은 사회적 규범 안에서 표출된다. 이는 타인에게 비난받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자아인 셈이다. 이를 다른 말로 페르소나라 한다. 분석심리학자 칼 융은 인간의 자아 중 의식의 이면으로 소외되는 측면을 ‘그림자’라 불렀다. 이 그림자는 의식적인 생활 속에서 구현이 적을수록 어두워지는 경향이 있다. 즉, 페르소나에 의해 강하게 억압될수록 마음속 그림자가 짙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림자는 당사자 스스로 억누를 때뿐만이 아니라 외부 시선에 의해 억눌린 부분도 포함된다. 2021년 5월 개봉한 영화 ‘크루엘라’는 사회적 자아와 내면의 자아가 충돌해 빚어낸 크루엘라라는 인물의 탄생기를 흥미롭게 그린 디즈니의 실사영화다. 디즈니가 선보인 악동 주인공이라는 측면에서 관심을 모았다.

에스텔라는 다정하고 차분한 엄마와는 달리 다혈질적인 측면이 선명한 아이였다. 문득문득 튀어나오는 딸의 괴팍한 성격을 엄마는 ‘크루엘라’라고 불렀다. 머리의 정중앙 가르마를 기점으로 흰색과 검은색 머리카락이 반반으로 자라는 독특한 외모의 딸이 개성 강한 성격으로 인해 남들 눈에 안 좋게 보일 것을 염려한 엄마는 "크루엘라는 숨기고 평범한 에스텔라로 살아야 한다"며 틈나는 대로 주의를 줬다. 그러나 에스텔라는 튀는 외모만큼이나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과 경쟁심으로 언제나 말썽의 중심에 서 있었다. 결국 초등학교 생활을 정상적으로 마칠 수 없었던 아이는 엄마와 함께 런던으로 향한다.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딸의 미래를 응원하는 엄마는 도움을 청하러 옛 고용인의 대저택에 잠시 들르는데, 안타깝게도 사나운 개들을 피하려다 절벽 아래로 떨어져 사망한다. 그렇게 고아가 된 에스텔라는 소매치기가 되고, 탁월한 패션 센스로 변화무쌍하게 위장한 덕에 잡히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에스텔라는 디자이너의 꿈을 버릴 수 없었다. 결국 소매치기 생활을 청산한 그녀는 시내 유명 백화점에 취직을 하게 되는데, 그 일자리는 청소부였다. 당연히 디자인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상심한 그녀는 쇼윈도를 청소하다 말고 자신만의 감각으로 디스플레이를 재정비한다. 그 모습이 런던 패션계의 대모인 바로네스 남작부인의 눈에 띄어 디자이너로 발탁된다. 

그렇게 행복한 날들을 보내던 중, 에스텔라는 남작부인과 자신이 연관된 끔찍한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평범한 에스텔라와는 결별하고 내면의 악동인 크루엘라를 앞세워 통쾌한 복수극을 계획한다.

영화 ‘크루엘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에 등장하는 악당 캐릭터린 크루엘라의 과거사를 담고 있는 스핀오프 작품이다. 원작의 크루엘라가 사악한 마녀에 가까웠다면 재해석을 가미한 크루엘라는 밑도 끝도 없는 악당이 아닌, 유쾌한 반란을 지향하는 악동에 가까운 인물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영국의 1970년대를 시대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당시 유행했던 화려한 글램룩 패션과 펑크음악이 곁들여져 보는 재미와 듣는 즐거움을 극대화하고 있다. 흰색과 검은색이 반반으로 갈린 헤어스타일처럼 ‘크루엘라’는 선과 악이 적절하게 표출된 공감 가능한 매력적인 악동의 탄생을 그린 작품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