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군에 입대한 한 청년이 불의의 사고로 오른팔을 잃고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모든 희망이 사라져 절망하고 있는 그에게 애인이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슬퍼하는 그녀에게 청년은 조심스럽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아직도… 날… 사랑해?"

팔을 잃은 그는 입대 전에 가졌던 모든 꿈이 사라졌다고 느꼈을 겁니다. 사랑하는 그녀를 잃고 싶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위해 평생을 희생하며 살아야 할 그녀를 생각하면 너무도 안타까웠습니다. 몇 번이고 그녀를 떠나보내겠다고 다짐했건만 그녀가 없는 삶을 생각하면 도저히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울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냐고, 만약 그렇다고 답하면 그래도 다시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서 말입니다.

「좋은 생각」(2007년 2월호)에 신경과학자 제임스 코엔의 연구 결과가 실렸습니다. 그에 따르면 결혼생활에 만족한다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약한 전기자극을 주겠다고 위협하자 여성들의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졌습니다. 이때 남편의 손과 낯선 사람의 손을 잡게 했더니 남편의 손을 잡았을 때 여성의 스트레스 수치가 즉각 줄어들었습니다.

똑같은 손인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는 순간 어떤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적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팔을 잃은 청년이 자신의 장애로 인해 고통받을 그녀를 떠나보내야 한다고 이성적으로는 생각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그녀를 붙들고 싶은 간절함 또한 있었을 겁니다. 그녀는 어떤 답을 주었을까요? 흘러내리는 눈물만큼이나 떨리는 어조로 그녀는 말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내가 당신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을지 몰라도, 지금부터는 내가 필요해요. 이제부터 당신 곁에 내가 영원히 있을게요."

이 대답을 들은 청년은 잃었던 웃음을 되찾았을 겁니다. 이 웃음은, 비록 오른팔은 없다고 해도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서라도 그 어떤 장애도 극복하고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각오의 표현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에 보답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그녀가 자랑스러워 하는 남편이 되겠다고 말입니다.

「주는 것이 많아 행복한 세상」(조명연 저)에 눈썹이 없어 심각한 콤플렉스를 가진 어느 여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미혼인 그녀는 편치 않은 마음으로 눈썹을 늘 짙게 그리고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 주는 남자를 만나 결혼했지만 눈썹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 남편이 자신을 싫어할까 봐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남편의 사업이 망하자 부부는 길거리로 내몰렸습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연탄 배달이었습니다. 남편이 앞에서 끌고 아내는 뒤에서 밀며 열심히 일했습니다. 어느 날, 언덕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 때문에 연탄재가 날아와 아내의 얼굴은 검댕으로 가득해졌습니다. 눈물이 나고 답답했지만 닦을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 자신의 수치스러운 비밀이 들킬까 봐서요. 

그때였습니다. 남편이 걸음을 멈추더니 수건을 꺼내 닦아줬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눈썹 부분만 건드리지 않고 다른 부분을 모두 닦았습니다. 그렇게 눈물까지 다 닦아준 후 다정히 웃으며 남편은 다시 수레를 끌었습니다.

감동입니다. 남편은 아내의 비밀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요. 이제부터 아내는 자신의 눈썹이 없다는 것을 굳이 감추지 않아도 될 겁니다.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그 끔찍한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겁니다. 사랑은 이렇게 사람을 살리는 특효약입니다. 

오른팔을 잃은 청년의 삶은 어땠을까요? 그녀와 결혼한 후 다짐한 대로 열심히 노력한 결과, 한국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로 우뚝 섰고 통신 관련 대기업의 부사장이 됐습니다. 사랑이 가져다주는 기적이 놀랍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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