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림 칼럼니스트
김호림 칼럼니스트

"나라가 어찌 하루에 생기겠으며, 민족이 어찌 한순간에 태어나겠느냐"라는 성서의 말씀을 증거하듯 모레가 개천절이다. 그 건국이념은 놀랍게도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세상의 모든 만물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이화세계((理化世界)이다. 이 숭고한 이념은 오늘날 세계의 중심국가가 지향해야 하는 인류평화와 경제적 번영, 쾌적한 지구환경의 전범(典範)으로 여겨진다. 

역사적 전환기나 격동기에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의 역할론이 대두된다. 이럴 때 국가는 그 운명을 결정지을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그 비전을 실현케 하는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 대한민국 건국 초대 대통령인 우남 이승만은 인류 보편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 했으며, 이는 지금까지 이 나라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정권이 바뀜에 따라 도전을 받아왔다. 더욱이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이보다 좋은 천국을 만들겠다는 선동적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에 의해 그러할 것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사례를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을 비롯한 남미의 이른바 ‘21세기 사회주의’란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소련과 동구의 체제를 붕괴시킨 20세기의 기존 사회주의와는 다른 그들 고유의 새로운 개념인 ‘실질적인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이론을 전개했다. 즉,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참여·직접민주주의’와 ‘동등경제(economy of the equivalence)’를 결합한 혼합사회주의였다. 그 결과, 동등경제는 시장경제 원칙인 가격기능을 제품 생산에 투입된 시간의 노동가치로 바꿔 버려 시장 기능을 무력화시켜 버렸다. 

한편, 자유민주주의는 부르주아의 산물로서 미래의 민주체제에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권력분립, 헌법, 선거제도, 의회, 연방정부 구조, 미디어, 개인 소유 인정, 법의 지배라는 제도적 기구와 기능은 소수 엘리트집단의 전유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지향하는 사회주의 건설 단계는 첫째 자본주의 극복, 둘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생산수단의 한시적인 공존, 마지막 단계는 시장경제가 없는, 아무런 조건과 정부가 없는 사회 건설이었다. 이러한 체제를 전체주의라 일컫는다. 

흔히 전체주의자는 ‘사회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라는 신념을 가진 자로서, 인간을 수단으로 취급하는 독재자 성향이 높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말하는 퍼주기 선심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국가가 시민들의 삶을 주도하게 되고, 사람들은 국가의 지시와 명령에 따라 행동하므로 개인의 자립, 책임정신, 자발성이 사라져 존엄한 개인으로서 누려야 할 자유를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베네수엘라 국민은 차베스 정권이 14년간 실시한 이러한 사회주의 실험의 결과가 그들이 약속한 유토피아와는 딴판의 세계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세계 최대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산유국으로서 연간 3조 달러 이상의 석유 수출대금이 유입됨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경제는 생필품 부족과 함께 기본적인 생활마저 영위할 수 없는 매우 이상한 나라가 됐다. 2015년 연간 인플레이션은 세계 최대 수치인 121%를, 경제성장은 -4%를 기록했다. 정치적으로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위협을 받았고 사법과 법률시스템은 대통령과 소수집단에 의해 좌우됐다. 소수자의 인권과 권리는 존중받지 못했으며, 기업의 국유화 정책으로 개인 소유는 점차 배제됐다. 이러한 사정은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볼리비아에서도 비슷했다. 

‘차베스주의’는 미국의 외교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라틴아메리카국가와 무역 협조를 꾀하는 동시에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중국, 리비아, 러시아 등과 경제관계를 구축하는 목적으로 시작됐으나 그 결과는 자기 나라를 전체주의 빈국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이처럼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으며, 국가가 지상 지옥이 된 것은 항상 국가를 지상 천국으로 만들려 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므로 이번 대선에서 무상복지와 제한 없는 퍼주기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의 선심 공약에 국민 각자가 현혹되지 말고 깨어 있어야 한다. 국가의 앞날 결정은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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