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까지는 수많은 공정을 거치게 된다. 제조부터 검수의 모든 절차를 마친 후 완성된 제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과정은 제품 보호를 위한 포장 단계다. 

 제품이 공급자에서 구매자로 이어지는 단계에서 포장은 중요하지 않은 단계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포장은 내용물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제품 유통 과정에서 편의를 도모해 일반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판매 촉진 기능을 하기도 한다.

 그 중 ‘선매품’으로 통칭하는 전자제품이나 가구, 자동차 등은 고가이기 때문에 미관보단 제품 가치의 온전한 보존을 위해 전문 보호 테이프를 활용, 보호에 중점을 둔다.

 우리가 일상에서도 쉽게 마주하는 이 보호 테이프를 자체 기술로 생산하는 기업이 김포시에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014년 설립된 ㈜다성피앤에프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필수인 산업용 보호 테이프를 생산하는 경기도 우수 여성기업이다.

다성피앤에프 제품들.
다성피앤에프 제품들.

# 보호 테이프 업계의 다크호스

 다성피앤에프는 차량, 전자제품, 주방기구, 창틀 등에 필요한 보호 테이프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일반적인 소매품과는 달리 위와 같은 고가의 제품의 산업용 포장을 위해선 기능적인 측면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 현재 다성피앤에프에서 자체 생산하는 제품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기능이 우수한 제품으로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저가로 유통되고 있는 일부 중국이나 베트남산 보호 테이프의 경우 수성 접착제를 사용해 냄새가 심하고 계절에 따라 얼거나 녹는 현상이 빈번하다. 더불어 보호 테이프의 얇은 두께로 인해 구멍이 뚫리거나 변형이 쉽게 일어나 온전히 보호돼야 할 제품이 훼손될 위험성이 컸다.

 하지만 다성피앤에프의 보호 테이프는 두께를 기존 보호 테이프의 두 배(0.045㎜)로 늘렸고, 아크릴 접착제를 활용해 테이프의 악취나 변성을 개선한 제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히는 것은 우수한 품질에 더한 저렴한 가격과 고객사에 대한 즉각적인 제품 공급을 실현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제조업체에선 이른바 ‘채찍효과(Bullwhip Effect)’로 인한 문제가 다양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제품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를 협력사로부터 구매할 때 시장의 수요나 해당 원자재의 공급이 불안정하다면 본래 필요한 주문보다 더 많은 양을 주문할 것이다. 이 경우 제조업체는 애초 수요보다 많아진 재고로 인해 보관 비용이 발생하거나 계획적인 생산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다성피앤에프의 경우 완전한 ‘당일 주문 익일 배송’ 시스템을 구현했다. 하루 기준 약 1천200상자에 달하는 생산량은 고객사의 JIT(Just In Time:즉시생산시스템)를 실현하게 했고, 이는 재고 부담이나 생산계획 차질 고민을 해소해 다성피앤에프 제품을 이용할 동기로 작용했다.

# R&D 통한 혁신적 생산력 확보

 다성피앤에프의 탁월한 생산성의 이유는 자본력이나 규모가 아닌 기술력에서 비결을 찾을 수 있다. 

 2014년 창립한 다성피앤에프는 2017년 이전까지 주문량이 많아도 다 소화하지 못해 밤낮으로 공장을 가동하던 터였다. 이에 신민경 대표는 생산 속도 향상을 위해 제작 장치를 보완하는 연구에 몰두했고, 마침내 경쟁사보다 3배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춘 재단 장치를 개발했다.

 특허 등록까지 완료한 이 재단 장치는 다성피앤에프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켰다. 현재 다성피앤에프가 하루에 생산하는 보호 테이프는 1.5m 폭을 기준으로 20만m에 달한다. 이를 1년 생산량으로 환산하면 지구 둘레 한 바퀴 반을 훌쩍 넘기는 길이다. 면적으로 보자면 남한을 전부 뒤덮을 수 있을 정도다.

 이처럼 다성피앤에프의 높아진 생산성은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이어졌고, 경쟁 제품 대비 원가를 20~30%가량 낮추는 데 기여했다. 나아가 만 7년 정도의 사업 경력임에도 보호 테이프를 납품하는 거래처 대부분이 5년 이상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은 다성피앤에프가 고객사로부터 받는 신뢰의 수준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다성피앤에프 전경.
다성피앤에프 전경.

# 위기를 극복하게 해 준 신뢰

 다성피앤에프가 지금의 성과에 이르기까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새롭게 고안한 재단 기계 운영에 탄력이 붙으며 회사의 급성장을 앞둔 시기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도 공장이 문을 닫은 새벽시간에 발생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보호 테이프의 원재료인 각종 화학제품들로 인해 폭발 규모가 커진 것이 화근이었다.

 2014년 당시 동업자 2명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던 신민경 대표는 폭발사고 이후 폐업을 하라는 주변의 권고를 만류한 채 모든 부채를 혼자 떠안고 공장을 재가동하기로 결심한다. 자신도 피해가 막심했지만 하루아침에 생계를 잃을 직원들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결국 6개월로 예상되던 복구 작업을 직원들과 합심해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정상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재단 기계는 다행히 지체 없이 자체 생산이 가능했고, 사정을 이해하는 거래처들도 신 대표를 묵묵히 기다렸다. 그리고 두 달 후 공장이 다시 가동되며 단 한 곳의 이탈 없이 모든 거래처가 돌아왔다. 위기의 순간에 그간 이어온 신 대표와 직원, 그리고 거래처와의 신뢰가 다성피앤에프를 빠르게 정상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신 대표가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스마트팩토리’다. 다만,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하고자 하는 동기가 인건비 절약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뜻과는 거리가 있다. 신 대표는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현재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제품 포장을 로봇이 대신하도록 대체함으로써 직원들의 안전한 근무환경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또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각종 포상제도나 자녀 학자금 지원제도를 운영하는 등 직원 복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신 대표는 앞으로도 직원들과 계속 함께 하고 싶은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 신민경 ㈜다성피앤에프 대표 인터뷰

-사업 중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2017년 1월 발생한 공장 폭발사고로 인해 폐업 직전까지 몰렸었다. 당시 공동 창업자였던 동업자들은 폐업을 하자고 설득했고, 저는 사업을 지속하길 원해 지분을 돌려주고 모든 부채를 오롯이 떠안았다. 다행히 직원들과 합심해 2개월 만에 공장을 정상화했고, 우리 회사에 신뢰를 보내 주던 거래처 모두가 거래를 재개해 줘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다.

-다성피앤에프만의 특별한 점을 뽑자면.

 ▶타 업체에 비해 빠른 생산력과 공급 능력이다. 자체 제작한 기계로 생산성을 3배가량 획기적으로 늘렸고, 이 기계를 두 대나 배치해 경쟁사보다 월등히 높은 생산력을 갖추고 있다. 안전 재고 또한 많이 보유하고 있어 거래처가 당일에 주문만 하면 익일 내 배송을 완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또 20~30% 저렴한 가격과 대부분 5년 이상 관계를 맺어온 거래처와의 신뢰는 우리 회사의 자랑이다.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면.

 ▶각종 법적 규제 환경으로 인해 경영자로서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종 상품을 개발하는 기업이라도 규모 등에 따라 편법의 여지나 제재의 사각지대가 존재해 공정한 경쟁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직원들과 계속 함께 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싶다. 5년 내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완료하고자 하는 목표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유는 오롯이 직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좋은 작업 여건을 마련할수록 직원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사진= <㈜다성피엔에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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