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화천대유, 헝다그룹이라는 익숙지 않은 회사 둘에서 발생한 부동산 태풍이 동북아시아를 휘몰아치고 있다. 배당금 액수도 일반 서민의 입장에서는 천문학적 수치인데다, 정치적 리더십과 연결돼 있어 귀추가 주목돼 처리 결과에 따라 어떤 피해를 남길지 모른다는 점에서 가히 메가톤급이다.

중국의 경우, 헝다그룹은 1997년 설립돼 때마침 불어닥친 부동산 광풍에 힘입어 세계 500대 기업 중 122위까지 올랐고, 창업자 쉬자인은 중국 부자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16년부터는 재벌 기업들이 앞다퉈 하는 문어발식 기업 확장으로 사업체를 늘려 갔다. 지난해까지 쉬자인이 배당금 명목으로 챙긴 액수는 약 9조 원. 홍콩 언론에서 "회사가 파산하더라도 쉬자인의 재산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지고, 한 블로거는 "정부에서 막지 않았다면 쉬자인은 벌써 외국으로 도망갔을 것"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한국의 경우,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개발사업을 하면서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에 유리하도록 설계하고 뇌물을 챙기면서 화천대유와 관계사(천화동인)가 엄청난 수익 상승분을 갖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아직은 검찰 수사 중이므로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6년여 근무한 30대 초년에게 퇴직금을 50억 원이나 지불하고 몇백억 원은 무슨 용돈처럼 운위되고 있어 아연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당사자는 1원 한 장 받은 게 없다고 하지만 말이다.

헝다그룹의 파산 가능성은 무엇보다도 헝다가 분양하는 아파트를 계약한 일반인들에게 피해를 클 것이 분명하고, 거래한 금융기관이나 국가 경제에도 불행한 피해가 명약관화하다는 언론의 보도 이상으로 파문이 예상되는데 어찌된 일인지 중국 당국은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그 의도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즉,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 정책에 있어 헝다그룹 같은 대기업이 불평등 구조의 원인 제공자로 이번에 꼭 손을 봐야 한다는 결정이 이미 정해진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고,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집 태우는 것처럼 위험 부담이 만만치 않아 어느 정도 정리해 두는 차원에서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도 있다. 

확실한 건 헝다그룹이 정부의 지원 없이는 스스로 일어설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부채가 약 360조 원에 이르고, 막대한 부채로 지금은 은행 이자조차 내지 못하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 조치가 나올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지만 헝다그룹이 그동안 벌였던 배당금 잔치는 두고두고 관심과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화천대유의 개발 특혜로 당장 누군가 피해를 입고 있지는 않다. 시세 15억 원짜리 아파트를 7억 원에 산 이른바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 경우도 회사 말대로 분양공고를 두 차례 냈지만 미분양돼 직원들에게 분양이 이뤄진 것이라면 오히려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점이 묘하다. 지난 6월은 이미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미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이 확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뒷거래가 의심되고 있다. 사건의 키맨이라 할 수 있는 대장동 사업 인허가권자인 유모 씨, 국회의원을 사퇴한 50억 퇴직금의 부친, 화천대유 대주주 김모 씨와 천화동인 1호 이사 이모 씨 등 관련자들 사이에 벌어진 머니 게임은 폭발성 높은 정치판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경천동지할 대형 사고가 될 수도 있다. 

이런 판국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전 세계 정·관계 엘리트들의 역외 탈세 내역을 담은 ‘판도라 페이퍼스’를 공개해 저명인사들의 도덕성이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한국에서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가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한 의혹이 담겨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 세계 117개 국가 언론인 600여 명이 참가한 이 단체의 노력은 각국의 대통령이나 총리, 왕 등이 재산을 빼돌리거나 비밀 재산을 만드는 일을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2013년 이후 국제적 공감대를 폭넓게 얻고 있는 성과로 꼽힌다. 

지금 우리 주변은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배당금, 엘리트들의 비밀스러운 재산 은닉 등 불쾌한 뉴스들이 범람하고 있다. 돈 잘 버는 것이 능력이겠으나 도덕성의 실종은 모두에게 피해만 주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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