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130여 년간 이어진 자동차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물론 지금도 자동차는 우리 일상에 있고 당분간은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미래에도 전체는 아니지만 일부분을 지칭하는 용어로 남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얘기하는 부분은 일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이동수단을 뜻하며, 미래를 선도하는 미래 이동수단의 의미로 ‘모빌리티’가 주도한다는 뜻이다.

미래 자동차는 단순히 지금까지의 이동수단보다는 움직이는 가전제품, 움직이는 생활공간, 바퀴 달린 휴대전화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모든 개념을 모빌리티로 융합적으로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특히 자동차는 주로 포장도로에서 움직이는 바퀴가 4개 달린 일반 자동차를 지칭한다고 할 수 있으나 미래에는 하늘을 나는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와 험로 등 일반적으로 운행이 불가능한 특수 지형을 움직이는 로봇까지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로봇과 모빌리티를 합성한 로보빌리티(Robobility)가 탄생했다.

세계 4대 모터쇼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아예 장소와 명칭을 바꿨다. 장소를 독일 뮌헨으로 이동하고 명칭도 ‘IAA 모빌리티쇼’로 명명했다. 모터라는 명칭, 즉 자동차라는 명칭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미 글로벌 모터쇼는 시대에 뒤진 전시와 미래를 나타내기에는 변화 요소가 적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변화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모터쇼보다는 가전제품 전시회나 모바일쇼 등이 더욱 부각됐다.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국제가전전시회(CES)가 부각되며 모든 자동차와 신기술을 선보이면서 바로 직후에 열렸던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다. 앞으로 모든 모터쇼가 ‘모터’라는 명칭을 버리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물론 전시된 자동차도 기존 내연기관차는 없어지면서 최소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전기차, 수소전기차, 자율주행 기능 등 미래를 대변하는 개념으로 완전히 전환될 것이다. 당장 오는 11월 개최되는 ‘서울모터쇼’가 올해부터 ‘서울모빌리티쇼’로 명칭을 변경한 것도 같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모빌리티가 현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관련 학과 명칭도 바뀌기 시작했다. 대부분 자동차 관련 학과는 ‘자동차과’, ‘자동차공학과’ 등이 일반적이었다. 최근 변화의 폭이 커지면서 일부 대학은 ‘미래자동차과’, ‘미래자동차공학과’ 등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드디어 1~2년 전부터는 ‘미래모빌리티과’, ‘미래융합학과’ 등으로 바뀌었다. 물론 대학은 신입생 모집이 가장 중요한 임무인 만큼 시장의 흐름을 보면서 명칭도 소비자가 요구하는 명칭으로 바뀔 것이나 앞으로 ‘모빌리티’라는 용어가 보편화되면서 모든 자동차 관련 학과의 변화는 명칭에서 시작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학과 명칭만 그럴 듯하고 교육과정은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돼 있어 향후 하루속히 개선돼야 할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자동차 관련 구체적인 부품명이나 구조 명칭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전기차의 앞 엔진룸의 경우 짐을 넣을 수 있는 앞 트렁트가 존재해 프런트 트렁크를 합성한 ‘프렁크(Frunk)’로 불린다든지, 엔진이 없는 ‘엔진룸’이라는 명칭을 전기차에 사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명칭의 발생과 더불어 기존 명칭도 사용에 맞게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수년 이내에 등장할 모빌리티로 인해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2026년이면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인 UAM의 화물용 모델 양산을 시작하고, 2028년에는 승용 모델이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하늘길 시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때는 새로운 명칭과 더불어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자율주행 기능이 부가되면서 더욱 안전하고 빠르게 목적지까지 이동시켜 주는 미래 모빌리티가 등장할 것이 확실시 된다. 

명칭은 중요한 시작점이다. 자동차 이름의 경우 아무리 가성비 좋은 자동차라 해도 잘못 지은 이름으로 판매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까지 좌우하는 사례를 우리는 항상 봐 왔다. 남들보다 반걸음 앞선 시작점으로 명칭부터 새롭게 무장한다면 이것이 바로 경쟁력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모빌리티라는 용어가 편하게 들리는 날이 멀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모빌리티라는 용어를 즐기고 자주 활용하게 되길 바란다. 이제 미래는 ‘모빌리티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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