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위해 죽다

제니 챈·마크 셀던·푼 응아이 / 나름북스 / 1만6천200원

이 책은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전자제국’ 폭스콘 공장의 노동 실태를 담은 르포다. 아이폰의 독점적인 최종 제조업체 폭스콘은 경제대국이 되려는 중국 정부의 목표와 부합해 빠르게 성장했고, 중국 안에서만 40곳 이상의 제조단지를 운영하며 100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한 거대 고용주다. 폭스콘에서 노동자 자살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것을 계기로 세 연구자가 중국 각지의 폭스콘 제조 현장에 잠입했고, 수년간 노동자들을 인터뷰해 공장 안 실상을 파헤쳤다.

저자들은 노동자들이 기숙사 건물에서 몸을 던지게 만든 잔혹한 노동환경을 폭로하며 각국 정부나 초국적기업들이 이에 관해 어떤 책임을 이행했는지 질문한다. 인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최고의 기술기업이 되겠다는 열망은 노동자들을 저임금과 장시간 초과노동, 폭력적인 규율과 억압의 환경으로 몰아넣었다.

농촌 출신 청년 노동자와 10대 인턴 학생들은 극심한 착취를 당하며 미래를 빼앗겼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를 묵인했고 폭스콘은 실태를 폭로한 언론사와 소송전에 나섰으며, 애플은 노동 착취와 환경오염 등에 관한 질문을 외면하면서 여전히 ‘혁신’적인 세계 최고 기업의 지위를 누린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왔다는 막연한 관념을 부수는 이 연구 작업은 눈앞의 전자제품이 어떤 고통으로 만들어졌는지 직시하자고 말한다.

제니 챈은 홍콩이공대학 사회학과 조교수로 현재 국제사회학회 노동운동연구위원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크 셀던은 미국 코넬대학 및 컬럼비아대학 선임연구원으로 근현대 지정학, 정치경제, 중국과 일본 및 아시아·태평양 역사를 아우르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푼 응아이는 홍콩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2005년 출간한 「Made in China:Women Factory Workers in a Global Workplace」로 사회학계 최고 영예의 하나인 ‘C. W. Mills Award’를 수상했다. 이 책은 미국, 유럽, 아시아 주요 대학의 필독서이다. 

역사 속의 독도와 울릉도

유미림 / 지식산업사 / 2만1천600원

이 책은 한일 양국의 학자들이 60년 넘게 설전을 벌이고 있는 독도에 관한 연구를 새로운 눈으로 성찰하며 독도연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독도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저자는 현재 한아문화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독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저자는 날카로운 분석과 검증으로 최근 독도 연구에서 일부 잘못된 시각의 접근을 비판하고, 기존 사료를 하나씩 분석해 독도 연구의 진전을 가로막는 논리적 취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최근 독도 연구는 울릉도까지 확장시킨 점에서는 고무적이지만, 잘못된 시각에서 접근도 적지 않아 저자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1877년 일본의 태정관 지령이 조약에 해당된다는 설, 일본은 에도시대에 울릉도를 마쓰시마(松島)로도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현재 일본 외무성이 명칭 혼란을 빌미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조작이라는 설, 안용복은 조선 정부의 밀사라는 설, 일본이 부르는 죽도(竹島)는 본디 우리말 큰 섬에서 온 것이라는 설 등이 그러하다. 저자는 이런 식의 연구는 일본의 논리에 반박할 수 없음은 물론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