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철 인천광역시행정동우회 기획정책분과위원장
최계철 인천광역시행정동우회 기획정책분과위원장

충신(忠臣)이란 의롭고 충성스러운 신하를 말한다. 군주가 올바른 정치를 하지 못할 때 목숨을 걸고 바른 말을 하고, 자신의 안위보다는 나라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신하이다. 그들의 직간은 때로 덕이 있는 주군에게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간신들의 참언에 칼이 돼 날아오기도 했으니 그들의 운명은 순전히 주군의 어리석고 아닌가에 따라 달라졌던 것이다.

중국의 도가서(道家書)인 「포박자(抱朴子)」에는 "도끼로 맞더라도 바른 길로 간하며, 솥에 넣어서 죽이려 하더라도 옳은 말을 다하면 이것을 충신이라 이른다"고 했으며, 당 태종시대의 정관의치(貞觀之治)에는 "충신은 군주의 잘못을 간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은 물론 일가족이 주살 당하고 그 군주는 폭군으로 떨어지고 나라는 멸망하게 된다"고 했다.

지금도 중국 사람들이 추앙하는 충신이 두 명 있는데, 초나라의 충신 굴원(屈原)과 남송시대의 악비(岳飛)가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4육신 성삼문이 그 경우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몸에 돌을 달고 멱라수에 몸을 던진 굴원이나 간신의 모함으로 죽은 악비나, 자신은 물론 가문이 멸족당한 성삼문 모두 상당한 벼슬이 있었다. 굴원은 왕족으로 대부의 직함을, 악비는 젊고 유능한 장군, 성삼문은 38세의 앞날이 창창한, 지금으로 말하면 청와대 비서실의 1급 비서관이었다.

누군들 제 목숨보다 귀한 것이 또 있을까. 정치나 행정이 어찌가든, 곳간이 비든 말든 모른 체하거나 가만히 있으면 부와 권세가 보장되는 상황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주군의 잘못을 지적하고 간언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 뿐인가? 잘한다고 해도 제 공을 누가 추켜주지 않을 뿐더러 곧은 나무는 먼저 잘린다는 장자(莊子)의 철학도 배웠을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그런 사례를 익히 들었을 그들이 굳은 절개와 신념으로 죽음과 바꾼 충언의 명분은 무엇이었을까. 

공자와 맹자와 순자로 이어지고 시경, 서경, 예기, 주역, 춘추의 5경으로 정립된 유교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유교는 중국 사상의 모태일 뿐 아니라 조선의 건국이념이었으며 충, 의, 예, 효, 신을 중심으로 하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사상이다. 한 사람은 왕에 대한 충성으로, 한 사람은 의리로, 한 사람은 불의를 용인하지 않는 올곧음으로 사라졌는데 유교 정신에 한 점도 어긋나지 않는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충성스러웠으며 의리를 지키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죽음을 각오하고 직언하는 충신도 없거니와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질 조짐도 눈에 띄지 않는다. 쓰일 곳이 없는 정신은 도태되는 것이 순리인가?

반면 폭군 연산군 시대의 영의정이었던 유순(柳洵)은 어떠했는가? 항상 일을 혼자 처리하지 않고 남에게 미뤄 실패하거나 책임을 지는 일이 없었다. 욕심이 많고 비루해 재산을 많이 모았다. 한마디도 정사를 건의한 적이 없었다. 향원노적(鄕原老敵)이니 윤당재상(允當宰相)이니 하며 역사상 가장 지조 없는 인물 중의 대표 격이라서 사림에서는 때려죽이자는 논의까지 있었지만 훈록에 끼었다.

인천도 커다란 지방정부이다. 11조 원의 예산으로 300만 시민의 복리를 책임진다. 수많은 정책 과정에 충신의 역할이 어찌 필요하지 않을 것인가. 예산도 낭비 없이 잘 집행해야 하고 부정부패도 막아야 한다. 죽음을 각오한 충신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충신의 정신만 우러른다고 될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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