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스마트폰으로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이 울리고 있다. 사용 자체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중독 현상이 간단치 않은 것이다. 남용에 따른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최근 중국에서 ‘디지털 미니멀’ 유행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코로나19 발원지(?)로 알려진 우한의 한 미디어 계통 회사에 다니는 30대 중반 남성은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잡는다. 회사로부터 온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취침 전에 보다가 중단했던 문서를 계속 읽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제는 날씨는 물론 각종 뉴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각국의 보도까지 찾아보게 됐다. 특히 ‘위챗’으로 지인이나 가족, 동료들과 대화는 기본이고 무슨 메시지를 빼먹지 않았나 일일이 확인한다. 혹여 나만 모르거나 빼놓은 메시지가 없는지 불안한 심정으로 체크한다"며 "이제는 예전보다 업무효율이 떨어진다는 걸 느꼈다.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집중도 잘 안 되고 잔업을 집으로 가져오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고 했다.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에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앱을 최소화하고 합리적이고 절제된 사용법을 익히며,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아예 스마트폰을 꺼놓고 다른 취미생활에 시간을 보내려는 20~30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미니멀’을 실행하는 이들은 "다음 날 상쾌해졌다", "하루 종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날이 많아졌다",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고 새로운 취미활동이 즐겁다는" 등등 대만족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례들이 온라인상에서 대단한 돌풍이다. 그만큼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폭넓게 퍼져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예 ‘디지털 미니멀’ 팀을 구성한 사례도 많다. 이들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엄격하게 설정하고 서로를 체크하면서 마치 감시자처럼 철저히 따진다. 찾아내지 못하고 중도에 탈퇴하는 회원들이 더러 있으나 끝까지 해내는 경우도 많다는 후문이다. "만족도가 매우 높다", "정말 기분이 최고다"라는 경험담이 뒤따른다. 

이런 트렌드를 겨냥한 아이디어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잠금장치가 장착된 스마트폰 상자다. 이 상자는 ‘자율신기’로 불린다. 이름 그대로 스마트폰 사용자가 스스로 자제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상자 겉에는 ‘하지 마!’,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해!’ 등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어 스마트폰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게 한다. 저녁에 귀가해 스마트폰을 자율신기 상자 속에 넣은 후 다음 날 아침 출근 직전에 꺼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일상이 달라진 20대 후반의 대학원생은 변화한 생활에 대해 "스마트폰에 구속되기보다 스스로 무언가를 한다면 몸도 마음도 편해진다. 자유로워진 느낌이다"라며 "스마트폰으로 읽던 책을 모두 종이책으로 대체한 것도 만족스럽고, 주말에 스마트폰을 아예 집에 두고 외출해 친구를 만나거나 야외 나들이를 하는 습관까지 생겼다"며 적극 권하는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학교에 갈 때도 스마트폰은 두고 나왔다. 인터넷 강의를 볼 수 있는 태블릿PC만 챙긴다. 학업의 집중도도 높아졌다. 연구하는 일에서도 성과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스마트폰의 권태기’가 머지않아 널리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하는 학자들은 이런 현상에 주목하면서 큰 변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대판 독극물의 중독에서 벗어나는 일, 즉 사용시간을 대폭 줄이거나 소셜미디어에서 탈퇴하고 2G폰처럼 인터넷이 되지 않고 통화 기능만 있는 기기 사용에 눈을 돌리는 건 일종의 자아각성이다"라며 "양식 있는 계층에서 서서히 나타나는 스마트폰 기피 현상이 결국에는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향후 스마트폰 시장의 지각변동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어떤 알림도 울리지 않고,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연락 같은 걸 최대한 자제시키는 기기와 자아의 만남을 실현할 신품종이 머지않아 우리 손에 쥐어진다면 보다 멋진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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