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용 인하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 산학협력교수
전승용 인하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 산학협력교수

그동안 도시재생은 재건축과 재개발로 상징돼 왔다. 그러나 2017년부터 ‘도시재생 뉴딜사업’ 시행과 함께 ‘역사문화자원=도시 경쟁력의 핵심 자원’으로 인식하는 도시재생의 새 패러다임이 제시됐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입각한 도시재생의 경우 특히 역사문화자원에 가치를 부여해 보존과 개발의 균형을 찾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사례로는 김해시의 항일운동 역사를 간직한 장유중앙교회(1919년 건축)를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지역의 교육·복지 등 공동체 거점시설로 활용하는 계획, 태백시의 우리나라 최초 탄광사택 중 일부 동을 등록문화재 지정 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계획 등을 들 수 있다. 

‘역사문화환경’ 개념은 2011년 ‘문화재보호법’(제2조)에 처음 등장했는데, 이 법에서는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건물이나 시설물인 ‘보호물’의 개념을 정의했으며, 더 나아가 문화재 주변의 자연경관이나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뛰어난 공간으로 문화재와 함께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주변 환경을 ‘역사문화환경’으로 정의했다. 

최근 정책사업에 사용되고 있는 ‘근대역사문화공간’의 개념이 지칭하는 대상은 근대기의 것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시기적인 범위에 대해서는 ‘개항기 이후부터 현재로부터 50년 전후’로 폭넓게 설정하고 있다. 이를 반영한 사업이 문화재청의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 활성화 확산사업’이다. 역사문화자원을 본래의 가치를 기반으로 보존·활용하되, 특정 시기의 생활상뿐만 아니라 지역 역사의 시대적 흐름 전반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러한 근대역사문화공간에 대한 범위 설정에 따라 2020년 이 사업에 선정된 통영의 경우 ‘조선시대 성 밖 거리의 흔적들’, ‘대한제국 시기부터 지속적으로 조성된 매립지’, ‘일제강점기 및 해방 이후까지 번화했던 옛 시가지의 근대 도시 경관 및 건축유산’이 집중적으로 보존돼 있는 중앙동과 항남동 일대가 국가등록문화재 제777호로 등록됐으며, 5년간 500억 원(국비 250억 원)의 예산으로 문화재 보존과 활용을 위한 종합정비계획 수립과 함께 근대역사를 바탕으로 지역주민과 청년문화예술인이 상생할 수 있는 내용의 사업들이 추진될 예정이다. 

근대역사문화공간의 유형은 역사문화자원의 공간적 분포 형태에 따라 ‘개별자원 연계보존형’, ‘가로중심 보존형’, ‘구역단위 보존형’으로 구분되는데, 인천도 관련 사례로 자주 소개된다. 강화군 조양방직은 완주 삼례예술촌, 강원도 정선군 삼타아트마인, 부산 고려제강(F1963) 등과 함께 건축물 단위 보존·활용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조양방직은 1933년 강화지역에 건립된 최초의 민족자본이자 해방 이후 강화지역을 ‘직물산업의 메카(Mecca)’로 이끌었던 산업유산이다. 조양방직의 개발은 30년간 방치돼 있던 역사적 건축물의 가치를 민간이 주도적으로 보존하고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도시공간 단위 사례로는 ‘인천 개항기 역사문화거리’를 들 수 있다. 인천 개항기 역사문화거리는 2001년 6월 월미관광특구로 지정돼 지역 활성화 계획 방안에 따라 점, 선, 면의 콘셉트로 나눠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됐다. ‘점’에 해당되는 계획은 역사문화의 거리(Modern Times), ‘선’에 해당되는 계획은 가로박물관(Street Museum), ‘면’에 해당되는 계획은 예촌(Festival Town)이다. 현재 ‘아트플랫폼’이 당시 면에 해당되는 계획으로 추진된 결과이다. 

최근 인천은 애관극장의 지역적 가치와 활용 방안을 공론화하고 시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라운드 테이블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애관극장 매입의 정당성 및 그 근거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역사·문화적 가치평가와 기본활용 방안, 시민 의견 수렴 및 공론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지역주민의 삶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으며 공생했던 많은 인천의 근대역사문화유산이 그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소멸되고 있는 사례가 많아져 애관극장 활용 방안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 같다. 애관극장의 사례를 포함해 많은 인천의 근대역사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 방안을 탐색함에 있어 현재의 상황에 매몰되거나 경제적 측면에 치우치기보다는 과거·현재·미래의 시점에서, 또한 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한 층위에서 그 가치를 탐색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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