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중국에서 해괴한 대규모 의료보험 조작사건이 일어나 코로나19로 가뜩이나 뒤숭숭한 의료계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가 전국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배후에 숨겨진 공직자들과 엄청난 보험금을 빼돌려 축재한 의료계 종사자들에 대한 비난은 이미 사회를 뒤흔들 정도의 대형 스캔들로 발전했다.

시작은 산둥성의 단현 췌이커우에 사는 천스융이란 사람이 지난 7월 맹장염 수술을 받고 퇴원 후 마을 보건소에서 수액 치료를 받고자 했는데 의료보험 계좌에 돈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아연실색한 데서 비롯됐다. 그는 최근 2년여 동안 지역 의료보험을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확인 결과는 더 황당했다. 의료보험 결제 기록에 따르면 천스융은 단 한 차례도 치료받지 않은 뇌졸중 치료를 최근 3년간 무려 16차례나 받은 것으로 돼 있었고, 본인뿐인 아니라 가족 대부분이 뇌졸중 치료로 인한 의료보험 지급 기록이 수십 차례나 있었던 것이다. 오래전 집을 떠난 동생까지 포함돼 있을 정도로 거짓 기록 투성이었다. 

천스융의 고발 이후 마을 주민들이 의료보험 결제 기록을 확인해 보자 허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주민 2천여 명이 무려 3만7천여 건의 뇌졸중 치료로 의료보험 계좌가 거의 텅 비다시피 한 것이다. 5~6년 사이에 단 한 번도 보건소에 가 본 일이 없는 사람, 이미 사망한 사람까지도 버젓이 수십 번의 뇌졸중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 기재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 조속히 정정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부터 "과연 누가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규명해 달라"는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가운데 문제는 다른 측면으로 불붙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즉, "뇌졸중은 쉽게 걸리는 병도 아니고 전염병도 아니다. 그런데 2천여 명의 작은 마을에서 4만 건 가까운 뇌졸중 치료가 이뤄진 것으로 돼 있음에도 의료보험 당국이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는 건 무엇을 뜻하는가? 국민 건강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인가, 아니면 윗선에서 방조해 돈을 빼돌리기에 급급했던 것인가. 사회과학원 건강산업발전연구센터의 보고에 따르면 지방보건소의 인력만으로 이 정도의 범죄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상급 기관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개인의 일탈이나 지역 보건소의 담합 정도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그 배후인지 속히 밝혀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율위원회, 감독위원회와 공안당국이 조사단을 꾸려 진상 조사에 착수했으나 아직 결과가 없다는 점이 더 궁금증을 증폭시킨다는 여론이다.

단현의 의료보장국에서는 "마을단위 의료보험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심사하지는 않는다. 지역 보건소에서 올린 의료보험은 향진위생원이 초심을 하고 우리는 향진위생원에서 총액만 보고받는다"는 궁색한 해명을 하면서 ‘시스템상 오류’라는 이유도 대지만 보건소 책임자가 마을을 돌아다니며 "소문을 내지 말아 달라"고 해 상급 기관에서도 여러 차례 사적으로 만나 해결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은폐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찍히면서 전 세계인의 따가운 질시를 받은 중국의 의료계인데, 이런 유형의 범죄까지 드러나 체면을 구기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후진국형 정상적 조직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작이 팽배해지고 있다.

1970년대 일본에서 서핑이 유행하기 시작했을 무렵, 낫토 알레르기가 많다는 정보가 공유됐을 때 전문가들이 재빨리 대처 방안을 찾아낸 일이나, 2010년 초 햄버거와 스테이크를 먹은 뒤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병원에 입원하는 사례가 속출했을 때 이 증세를 파악하지 못한 의료계가 허둥지둥하면서 질타를 받은 일 등등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의료계에 대한 신뢰와 회의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번 중국 산둥성에서 의료보험 당국이 합작해 허위 진단서를 발행하고 마치 치료를 해 준 것처럼 속이고 돈을 빼내간 일은 유례가 없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모두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때, 어디선가 작은 허점을 이용해 사익을 취하거나 범죄에 가까운 거짓 행위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조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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