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권홍 법률사무소 국민생각 고문변호사
류권홍 법률사무소 국민생각 고문변호사

지난달 31일부터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 당사국총회가 개최됐다.

11월 1일부터 2일까지 있었던 기후변화 정상회의에는 대통령까지 참석해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왔다.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실천 방안을 합의하는 것이 이번 당사국총회의 주요 의제다. 구체적으로는 2019년 제25차 마드리드 당사국총회에서 결론 내지 못했던 파리협약 제6조의 국제탄소시장 관련 세부이행규칙(Paris Rulebook)을 완결해야 한다.

제26차 당사국총회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내년 말까지 파리기후협정에 맞도록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성명 초안에 석탄의 단계적 퇴출과 화석 연료에 대한 금융 지원 중단을 포함하고자 했다. 

우리나라·베트남·폴란드·칠레 등이 포함된 40개 국가들이 석탄의 단계적 폐지에 동의하고 있다. 서명한 국가들은 석탄발전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여 선진국은 2030년대에, 나머지 개발도상국은 2040년대에 석탄발전을 최종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은 물론 인도·러시아·호주 등의 반대로 모든 국가들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 한 해 예산보다 많은 600조 원이 넘는 기후변화 대응 예산에 대한 의회 승인을 받은 미국이 석탄 폐지에 동의하지 않았고, 에너지 상황이 우리나라와 유사하거나 우리보다 오히려 상황이 더 좋은 일본마저 석탄 폐지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도 일본도 표면적으로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이유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자국의 정치, 경제, 에너지 상황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중국이나 인도가 석탄발전을 폐지할 이유가 없게 됐다.

석탄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혁명의 혜택을 먼저 받은 유럽과 미국 책임론, 선진국과 후발국의 경제적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보편적이면서 차별화된 책임의 원칙에 근거한 중국 등의 반론이 더욱 힘을 받게 되는 상황이다.

당사국총회에서 논의된 화석연료 자동차 퇴출도 석탄 폐지와 동일한 현상이 발생했다.

화석연료 사용 자동차를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자는 안에 대해 미국·독일·중국 등이 참여를 거부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가 반대한 이유는 간단하다. 내연기관 자동차산업과 관련된 일자리 경제적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2030년대까지 석탄을 폐지하겠다는 약속도, 2040년까지 내연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대체하겠다는 약속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본질적으로 석탄발전을 대체할 정도의 신재생에너지 역량이 없고,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으니 천연가스에서 생산한 수소로 대체하는 것도 부담이다. 그렇다고 원자력을 확대하는 것은 국민적 수용성이 낮다. 미국이나 일본의 선택처럼 석탄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국가경쟁력과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길이다.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원자력에 대한 시각의 변화이다.

영국·체코·헝가리 등이 원자력을 추진하는 것을 넘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의 단계적 감축을 추진하던 프랑스가 이제는 "재생에너지 개발을 계속하면서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해서 "프랑스의 에너지 독립을 보장하고, 전력 공급을 보장하며 특히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제26차 당사국총회에서 찾을 수 있는 냉혹한 교훈은 외교는 그리고 국제정치는 기후변화라는 명분보다 각자의 실리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우리 대통령과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은 민주성이 결여되고, 내용은 빈약하며, 현실성마저 결여된 탄소중립 정책을 자랑하고 있다. 석탄 폐지에는 동의하면서 내연기관 자동차 폐지에는 동의하지 못한 우리 정부의 주장을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국가 현실을 반영한 결정은 왜 하지 못했을까. 그저 아쉬울 뿐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