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는 관객을 유혹하는 첫 번째 도구이자 영화의 첫인상과도 같다. 해당 영화가 어떤 분위기이며, 대표적인 볼거리는 무엇이고 누가 주인공을 맡았는지 등 영화를 선택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이자 중요한 셀링 포인트는 모두 포스터에 집약돼 있다. 이처럼 중요한 포스터에 감독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프린트돼 있다면 그는 스타 감독임이 분명하다. 다른 어떤 영화적 요소보다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해당 작품을 선택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위대한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그 주인공인다. 1972년 작 ‘프렌지(Frenzy)’는 히치콕 감독의 후기 걸작으로 73세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템스강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정치인의 연설이 한창이던 중, 넥타이로 목이 졸려 교살당한 여인의 시신이 떠오른다. 연이어 발생한 의문의 ‘넥타이 연쇄살인 사건’으로 대중은 불안해한다. 세상이 뒤숭숭한 가운데 바텐더로 일하는 블레이니의 미래도 위태롭다. 알코올의존증에 시달리는 그는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브랜디를 연거푸 마시다 해고당한다. 수중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 낮술을 마신 블레이니는 2년 전 이혼한 전처를 찾아가 신세 한탄을 한다. 중매 사업가로 성공한 아내는 블레이니의 술주정이 측은하고 안타까워 친절하게 대해 준다. 

 다음 날,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웠던 블레이니는 다시 아내의 사무실을 찾지만 문이 잠겨 있어 만날 수 없었다. 블레이니가 건물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본 중매회사 비서는 점심 식사 후 사무실로 올라갔다가 넥타이로 목이 졸려 무참히 살해된 여사장을 발견한다. 그리고 곧바로 경찰에게 전남편인 블레이니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한다. 이에 ‘넥타이 살인마’로 영국 전역에 수배령이 내려진 블레이니는 친구의 도움으로 하룻밤 몸을 숨기고, 바텐더로 함께 일한 여자친구와 해외 도피를 계획한다.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불성실한 자신의 행실이 사건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여자친구마저 넥타이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블레이니는 범인으로 확정,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사실 진범은 블레이니와도 친분이 있는 인근 과일 도매상 러스크로, 그는 친절한 태도와 얼굴 뒤에 폭력성과 변태적인 성욕을 숨기며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이제 영화는 종신형에 처해진 블레이니가 어떻게 누명을 벗을 것인지에 주목한다.

 히치콕 감독은 사건의 진행 및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데 카메라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영화 ‘프렌지’에서는 두 번째 사건을 보여 주는 방식이 탁월하다. 러스크의 첫 번째 범행이 상당히 자세하게 묘사된 것과 달리 두 번째 범행은 살인자의 집 문 앞에서 시작한 카메라가 아파트 계단을 거쳐 사람들로 북적이는 도로변까지 스르륵 빠져나와 멈춰 선 뒤 한참을 보여 준다. 이 장면에서는 거리의 소음 외엔 비명조차 들리지 않지만 관객들은 평범한 주택가 대낮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기에 섬뜩함과 공포를 느낀다. 역시 히치콕은 히치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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