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평택지역에는 수많은 민간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000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많은 개발호재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브레인시티, 고덕국제신도시, 도시개발사업지구 등 수십 가지의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개발에 원주민과 사업자 간 마찰, 도시개발주체와 입주자들의 갈등 등 셀 수 없이 많은 민원과 다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면 지역주택조합(일정한 자격 조건을 갖춘 지역주민이 조합을 구성해 공동으로 용지를 매입하고 집을 짓는 것)을 구성해 조합원들을 모집하고 분담금을 걷어 아파트를 건설한다. 이 과정에서도 건설사 문제, 추가 분담금 요구, 투명하지 않은 행정 등으로 소송과 분쟁이 이어지고 있으며 평택지역에서도 수많은 개발민원으로 공직자, 시민, 건설사 등이 피로감에 젖어 있다. 그러나 평택지역에서 유일하게 조합원들이 힘을 모아 새롭게 조합장을 선출하고, 권력에 맞서 입주민들에게 투명한 행정을 제공해 재산권을 지켜 나가는 조합이 있다. 국내 수 많은 지역주택 개발사업과 비교해도 최우수사례로 꼽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는 바로 평택 ‘동삭센토피아 지역주택조합’이다. 본보는 해당 조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허종열 동삭센토피아 지역주택조합장
허종열 동삭센토피아 지역주택조합장

# 2015년 평택에 불어닥친 지제역세권 지역주택조합의 거센 바람

동삭센토피아 지역주택조합은 2015년 11월께 평택시 동삭동 348-1번지 일원(대지면적 6만8천282㎡)에 총 1천280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대규모 지역주택조합을 결성했다. 2016년 11월 평택시로부터 주택건설 사업계획을 득하고 순조롭게 주택사업이 진행됐으며, 조합원 950명을 모집했다.

조합은 2016년 11월 해당 도시개발조합이 발행한 51필지 환지예정지 증명원에 근거해 주택건설사업계획 신청 및 승인을 받아 2017년 7월 6일에는 350가구의 일반분양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조합아파트의 일반분양승인을 받은 날 도시개발조합은 공동주택부지 집단환지의 일부라며 산45-7번지 등 필지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아파트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러 입주를 앞둔 2019년 7월 조합은 시에 사용승인을 신청했으나 2016년 11월 사업계획승인과 2017년 7월 일반분양 시까지 51필지였던 것이 산45-7번지 등이 포함된 53필지로 변경돼 입주가 불가능해졌다.

평택시 동삭동에 동삭센토피아지역주택조합이 추진해 완공한 ‘더샵지제역센트럴파크’.
평택시 동삭동에 동삭센토피아지역주택조합이 추진해 완공한 ‘더샵지제역센트럴파크’.

# 업무대행사 출신 초대 조합장의 퇴진과 새로운 집행부 구성

입주가 불가능해지자 120여 명의 조합원들은 스스로 ‘입주자협의회’라는 공식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현 조합장인 허종열 조합원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어 사업비 집행과 관련해 정밀적발회계 업체 선정 및 초대 집행부 퇴진을 위한 임시총회를 요구했다.

초대 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의 치열한 대립 끝에 2019년 12월 입주자협의회는 임시총회를 통해 업무대행사 출신의 조합장을 퇴진시키고 조합원 출신의 새로운 민선2기 집행부를 구성했다. 그리고 첫 번째 업무로 ‘선율회계법인 정밀적발회계’ 계약을 진행했다.

4개월간의 조합 정밀회계를 통해 약 520억 원의 부정 지출 금액을 파악, 이를 바탕으로 업무대행사와 그간의 불공정한 용역 거래계약을 합리적 수준에서 재계약 협상을 추진했다.

이후 사용승인을 불가하게 만든 산45-7번지 토지주와 토지 매수를 위한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고, 1천280가구 임시사용승인이라는 결과를 놓고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조합은 투쟁에 돌입했다.

특히 정밀적발회계를 통해 업무대행사와의 불합리한 용역계약을 다시금 확인한 조합은 임시사용승인 등의 귀책 사유로 업무대행사에 미지급 업무대행비 176억 원을 지적해 19억3천만 원(한 가구당 1천800만 원에서 749만 원)으로 대폭 삭감하는 쾌거를 거뒀다.

조합은 시를 상대로 한 ‘사용승인’ 소송과 도시개발조합을 상대로 한 ‘환지소송’ 등 수많은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

# 계속된 방해와 사용승인 쟁취…그리고 94공실가구 일반분양 성공신화

평택시가 수원행정법원에 항소포기서를 제출함으로써 지난 2년여의 우여곡절 끝에 850명 조합원들의 피와 눈물의 투쟁으로 지난 7월 값진 사용승인과 건축물대장 생성까지 마쳤다.

이어 조합 집행부는 신속히 94가구의 일반분양을 통해 건설사에 미지급 공사비를 지급하고, 사업 마무리를 위해 시에 일반분양승인을 신청했다.

그러나 연이은 패소로 궁지에 몰린 도시개발조합은 자회사를 통해 94공실가구에 162억 원이라는 가압류를 신청했다. 조합은 곧바로 법원에 가압류 이의 특별심문 신청과 동시에 조합원을 대상으로 가압류 해지를 위한 100억 원 공탁금 모금을 긴급이사회 소집을 통해 긴급 발의했다.

지난달 18일부터 시작된 모금운동은 조합 집행부를 향한 신뢰를 통해 ‘단 4일’만에 조합원들이 100억 원을 모금해 지역사회에 크나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법원도 94가구 수분양 서민들의 무고한 피해를 막고자 해당 가압류 특별심문을 최단시간 심의해 162억 원 가압류액을 조합이 주장한 19억3천만 원으로 판결했다. 

이로써 조합은 94가구 일반분양을 무사히 진행함은 물론 성공 청산의 기틀을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

동삭센토피아 지역주택조합과 선율회계법인이 정밀(적발)회계감사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삭센토피아 지역주택조합과 선율회계법인이 정밀(적발)회계감사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성공 청산을 넘어 투명 청산을 목표로

허종열 조합장은 "지금의 성공적인 경영성과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투명하게 조합을 청산하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지역주택조합이 성공 청산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유는 조합을 경영함에 있어 투명성이 결여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9년 12월 조합장으로 취임한 순간부터 94공실가구를 성공 분양으로 이끈 올 11월 현재까지의 모든 조합 지출 내역을 포함한 해산총회 사업수지분석 권한을 순수 조합원들에게 모두 돌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조합은 일반 조합원들의 추천을 받은 조합원 대표 2~3명과 조합 이사회가 ‘사업수지분석 TF’를 구성 후 해산총회를 위한 투명 정밀사업수지 분석에 돌입할 예정이다. 

 평택=김진태 기자 jtk@kihoilbo.co.kr

김재구 기자 kj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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