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쟁이들의 등용문이자 각 분야의 좋은 작품으로 자웅을 겨루는 대한민국 공예품대전은 개최 50주년을 넘었고, 인천광역시 공예품대전도 40주년이 지났다. 매년 100점 이상의 작품이 출품되고 있지만 인천을 대표하는 작품 중에서는 아직 대통령상을 배출하지 못했다고 한다. 화문석과 목공예 분야가 강세인 데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이제라도 스스로 한 번쯤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인천대회에서 입상하고 전국대회의 대통령상 후보까지 올랐던 작품 하나는 순수한 자신의 작품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인천시는 단체상조차 받지 못했었다. 

그간 이렇다 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건 좋은 작품을 출품하지 못한 직업인들의 역량 부족도 이유겠지만, 주무관청의 지원과 격려가 타 지역에 비해 형편없다 보니 실력 있는 전문가들의 출품 기피 현상으로 이어진 까닭이다. 현재는 전문가들보다 신예 작가나 취미생활 수준의 작품이 출품되는 것이 대부분이며, 타 지역은 상금과 상패가 수여되는 데 반해 유독 인천광역시만 상금 없는 대회를 치르고 있어 많은 직업인들이 의아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 왜 인천시는 상금 없는 대회를 개최하는 것일까? 타 지역처럼 인천공예품대전도 민간단체에 위탁해 주최하면 상금 지급이 가능한데 주무관청이 주최하다 보니 공직선거법에 따라 상금 지급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출품한 전원에게 참가장려금 또는 작품재료비 등의 명목으로 40만 원가량을 나눠 주고 있는데, 예산 부족으로 전액 삭감됐던 것을 그나마 겨우 부활해 낸 것도 기적이라면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매년 연례행사처럼 출품하는 사람들만 출품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으며, 해마다 출품 수도 줄어드는 추세에 구청 사정과 출품 시기에 따라 참가장려금조차 못 받는 출품자들도 있다고 하니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밖에 접수 절차, 심사, 발표, 전시, 전국대회 등 곳곳에 불합리한 문제들을 안고 있음에도 지적과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 역시 없는 현실이다. 조금씩 개선책을 찾는다고는 하지만 직업인들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며, 행정상 진일보하지 못하는 현상에 많은 직업인들이 환멸을 느끼고 있다. 이렇게 알맹이 없는 대회를 개최할 바에는 차라리 없애 버리는 게 낫지 않느냐는 불만도 가득하다. 

한 분야에서 수십 년을 갈고 닦은 쟁이들을 모아 대회를 열면서 입상자들에게 상금 없이 상패만 수여하는 대회를 대체 어떻게 이해하라는 것인지 필자 역시 알 길이 없다. 작품 접수, 작 반출, 전시를 위한 재출품, 전시 후 재반출 그리고 전국대회 작품 재반출 등 적어도 공방과 전시회관을 수차례 왕복하고 참가장려금으로 지급받는 금액이 고작 40만 원이라니. 참가장려금 등 그 어떤 명목으로든 공예업종 지원 책무가 있는 주무관청이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며, 진정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언제까지 묵살할 것인가 궁금하기도 하다. 

반세기 동안 없던 정책이 하루아침에 우리들 마음처럼 펼쳐진다고 해서 우리 인생이 바뀌는 것도 아닐 뿐더러 정책 하나로 우리가 이 쟁이짓을 할지 말지 결정할 것 또한 아니지만, 왜 유독 인천광역시만 이런 행정으로 일관하며 왜 인천의 쟁이들만 이런 대우를 받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 감히 우리를 차별할 수 있다거나 누군가에게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실효성 없는 행정 때문에 결과적으로 차별이 존재하는 환경에 놓여 버린 셈이다. 그렇다면 좋은 방안은 없는 것일까? 물론 있다. 인천광역시 공예품대전을 민간위탁해 공예인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고 타 지역과 경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며, 그 밖에 ▶입상자에게 상금 지급 ▶출품자 전원에게 격려금 지급 ▶작품 출품·심사·전시·반출에 필요한 일정 간소화 ▶작품 심사기준 세밀하게 정비 ▶심사위원 명단 및 심사평 공개 ▶신소재·신융합·신공예 분야에 가산점 부여 ▶사업자등록이 돼 있는 자영업 작가들에게 가산점 부여 ▶기타 대회 명칭, 공예 분야 구분의 정의 개선책 마련 등이 있다.

주무관청은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인천시민이자 공예를 하는 우리들 편이라는 자세와 의지를 단 한 번이라도 보여 주는 것이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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