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은 대표적 여가활동으로 우리 삶에 활력소를 제공한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광 트렌드는 급격히 변화했다. 여행산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대규모 패키지여행을 벗어나 가까운 곳에서 여가를 즐기는 개별(FIT)관광이 강화되고 있다. 개별관광은 본인이 원하는 교통수단, 숙박, 코스 등을 직접 고르고 예약하는 방식이다. 개인의 성향과 감성이 작용해 고객의 요구에 따라 여행 일정과 테마를 마련해 주는 맞춤형 여행상품이 필요한 시기이다.

안성시는 관광객 맞춤형 여행 콘텐츠 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안성만이 지닌 매력적인 요소가 더해져 지역 관광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택시타Go, 안성돌Go’라는 슬로건 아래 추진 중인 관광택시를 꼽을 수 있다. 가족, 친구, 애인과 같은 소규모 여행객을 위한 맞춤형 관광투어 상품인 ‘안성관광택시’ 사업을 살펴봤다.

김보라 시장이 ‘안성관광택시’를 시승해 보고 있다.
김보라 시장이 ‘안성관광택시’를 시승해 보고 있다.

# 안성맞춤형 관광택시의 시작 

안성은 서쪽으로는 경부고속도로와 평택~제천 고속도로, 동쪽으로는 중부고속도로가 연결돼 있다. 수도권과 충청권, 영동권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어 외부 관광객 유입이 유리하다.

하지만 안성팜랜드, 미리내성지 등 주요 관광명소는 외곽에 위치해 있고, 곳곳에 점조직으로 분포돼 대중교통수단으로 이동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안성은 관광객의 니즈에 부응하고자 관광택시를 도입했다.

시는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회의와 벤치마킹을 거쳐 관광택시 운행자를 모집했다. 6명의 관광택시 운행자는 전문교육을 이수한 뒤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안성관광택시’ 홍보팸투어에 참가한 블로거들이 안성팜랜드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성관광택시’ 홍보팸투어에 참가한 블로거들이 안성팜랜드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안성관광택시’ 타고 안성시 한 바퀴 

오는 12월 12일까지 시범운영하는 안성관광택시는 사전 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4시간 이용 시 10만 원, 6시간 이용 시 14만 원으로 시범운영에 따라 택시 이용금액의 50%를 시에서 지원한다. 정해진 코스가 있지만 관광객의 요구에 따라 변경도 가능하다.

관광택시를 타고 안성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본다면 어떨까? 관광택시를 직접 경험해 본 이용객의 생생한 후기를 들어봤다.

『오전 11시 50분, ‘안성관광택시’라고 써 붙인 택시 한 대가 약속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해 대기 중이었다. 안성에 거주하는 터라 관광택시 예약 때 집 앞에서 탑승을 원한다고 말해 둔 차였다. 탑승 장소는 안성 내 어디든 가능하다.

"즐거운 여행이 되실 수 있도록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기사님의 따뜻한 첫인사와 함께 쾌적한 실내 환경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이날 안성 여행의 길잡이가 돼 준 민흥식 관광택시 기사는 6명의 안성관광택시 운행자 중 한 사람으로, 20년 이상 안성에서 택시를 운전해 온 무사고 베테랑 모범기사다. 

누구보다 안성에 대해 잘 아는 기사님은 "안성 내 관광명소들이 일반 시내버스로 돌아보기에 까다로웠는데, 이제 관광택시가 생겼으니 이용객들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첫 번째 장소는 추억의 박물관과 레스토랑을 겸한 공도읍에 위치한 ‘올드타임’이었다. 지난해 문을 열어 안성 사람들도 아직 잘 모르는 장소다. 또한 버스가 다니지 않는 길가에 있어 자차나 택시가 아니면 가기 어려운 위치다. 1970~80년대 서울 종로거리를 재현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니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안성관광택시’ 운행자가 관광객 승차 대기를 하고 있다.
‘안성관광택시’ 운행자가 관광객 승차 대기를 하고 있다.

커피까지 마시고 난 뒤 직원이 레스토랑과 별도의 건물에 갖춰진 ‘그때 그 시절 박물관’으로 안내했다. 요즘 접하기 힘든 책가방과 시계, 전화기 등 온갖 골동품들과 마주쳤다. 오늘날 장년층들이 "그땐 그랬지"라고 할 만한 물건들이 가득했고, 예전의 동네 슈퍼, 교실, 쌀가게, 가정집 등의 모습을 재현한 마을 모습이 골목을 따라 펼쳐졌다.  

오후 1시 50분, 어느덧 다음 장소로 이동할 시간이었다. 관광택시는 최근 몇 년간 전국구 관광지로 떠오른 ‘안성팜랜드’로 향했다. 옛 한독목장 부지를 개발, 넓은 정원과 동물원을 갖춘 체험형 테마파크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세대를 아우른 ‘인생사진 촬영명소’로 이름난 곳이다. 

"멋진 사진 많이 찍고 오시라"는 기사님의 인사를 뒤로하고 팜랜드에 입장했다. 찬바람 부는 초겨울 날씨였지만 팜랜드는 푸른 생기를 유지했다. 해바라기 밭과 핑크뮬리 정원이 아름다운 하늘과 맞닿아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으로 장식됐다. 발이 닿는 곳마다 사진을 찍고, 간식을 먹다 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흘렀다. 약속한 4시에 맞춰 주차장으로 돌아가자 비상등을 켠 채 창밖으로 손을 흔드는 기사님이 보였다. 

"날이 추울 때는 손님 오실 시간에 맞춰서 차 안을 데워 놓고 택시가 잘 보이라고 비상등도 켜둡니다"라는 기사님의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마지막 코스는 팜랜드 동쪽에서 14㎞ 떨어진 안성맞춤랜드 내 ‘박두진문학관’이다. 택시 덕분에 15분 만에 도착해 오후의 문학관을 여유롭게 관람했다. 안성은 청록파 시인 박두진의 고향으로, 문학관은 박두진 선생의 문학세계와 인생을 소개하고 있다. 

안성맞춤랜드에는 박두진문학관뿐만 아니라 남사당공연장, 천문과학관, 공예문화센터 등 다양한 공간이 자리하고 있어 취향에 맞게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주말마다 열리는 남사당공연이 대표 볼거리로 꼽힌다. 

잔디마당과 정원도 수려하게 조성돼 있어 산책을 즐기거나 카페에서 티타임을 가져도 좋다. 최근에는 안성을 테마로 기념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편집숍 ‘목금토크래프트’가 개점해 여행을 추억할 만한 기념품을 사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오후 6시, 어느덧 택시투어 종료 시간이 됐고, 여행의 시작점이었던 집 앞으로 안전하게 돌아왔다.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 되셨어요? 다음에 또 안성관광택시로 모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기사님의 작별 인사를 마지막으로 충만했던 안성여행이 마침표를 찍었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안성의 대표 관광지를 구석구석 돌아본,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챙긴 여행이었다. 여기저기에 안성관광택시를 홍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뚜벅이 여행자는 물론 안성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 안성을 편안하게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만한 투어가 또 있을까.』 

김보라 시장과 ‘안성관광택시’ 운전자들이 운행자 교육 및 인증서 수여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보라 시장과 ‘안성관광택시’ 운전자들이 운행자 교육 및 인증서 수여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안성관광택시’ 차별화 가치 통해 2022년 본격 운영 

소규모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관광택시는 여러 지자체에서 추진 중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이 잘 돼 있는 경기도권에서는 비교적 찾아보기 힘들다. 안성관광택시는 대중교통의 취약점을 보완해 주는 동시에 안성의 고유 문화를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가이드와 함께 한다는 장점이 있다. 현지인만 아는 지역의 숨은 맛집을 방문해 보고, 관광지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김보라 시장은 "올해 첫발을 내디딘 안성관광택시를 통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 천혜의 자연 등 안성만이 지닌 매력을 지속적으로 알릴 계획"이라며 "위드 코로나 속 안성맞춤 여행의 가치와 지역 이미지 제고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성관광택시의 미래와 방향성은 운행자와 안성시의 협치에서 출발한다"며 "끊임없는 소통은 물론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2022년을 안성관광택시 운영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안성시가 안성맞춤형 관광택시 도입과 함께 일상의 작은 행복을 선사하며 ‘더불어 사는 풍요로운 안성’의 밑바탕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성=홍정기 기자 h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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