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걸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남동걸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풍수 사상이란 주택·마을·도시 또는 무덤이 자리잡은 지형이 좋은 곳이면 발전하고 번영한다는 사상으로, 양택(陽宅)이나 음택(陰宅)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상이기도 하다. 여기서 양택은 집·마을·도시의 생성과 관련되며, 음택은 무덤과 관련된 것을 말한다. 풍수 사상은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에게 많은 신봉을 받아왔다. 그래서 풍수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설화화해 전해져 내려온다. 

인천의 풍수 관련 설화는 음택, 양택과 관련된 설화와 단혈(斷血) 설화 등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서민들은 양택보다는 음택 풍수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던 듯하다. 그래서 설화도 음택과 관련한 것이 많은데, 부모나 선조의 무덤을 좋은 곳에 쓰면 그 후손들에게 행복과 번영이 온다는 믿음 때문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조상들의 묏자리를 좋은 곳에 잡기 위한 경쟁이 상당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다툼도 많았는데, 조선시대 송사의 상당 부분이 묏자리 다툼과 관련돼 있다는 점은 이를 잘 드러낸 것이다. 음택과 관련한 풍수 설화는 지역별로 상징되는 산과 연관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인천의 경우는 특히 문학산과 관련한 음택 설화가 여러 편 전해지는 것이 주목된다. 이는 그만큼 문학산이 명산임을 증명한다. 

음택 풍수 설화가 개인이나 가문의 영달과 관련 있다면 양택이나 단혈과 관련된 설화는 그 지역 전체와 연관돼 있어 주목된다. 단혈 설화는 외세가 그 지역에 영웅이나 장수, 인재 등이 나는 것이 두려워 쇳물을 끓여 붓거나, 쇠말뚝을 박거나, 산을 잘라 길을 내는 방식으로 산의 혈맥을 끊은 내용을 담은 설화를 말한다. 이런 유형의 설화는 주로 강화지역에 많이 전해진다. 이는 강화가 한때 수도이기도 했거니와 수도의 관문으로 국란 때마다 그 중심적 위치에 있으면서, 외세의 압박과 고난을 직접 경험한 곳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곳이기에 외세의 입장에서는 강화의 지세를 꺾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연유로 강화 곳곳에 단혈을 한 것인데, 이는 강화도 풍수 우월성을 역으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천의 풍수 설화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양택 풍수와 관련된 설화이다. 바로 인천의 지역성을 파악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유형의 대표적인 것은 부평의 ‘원통이 고개’와 관련된 설화이다. 원통이 고개와 관련된 설화는 몇 가지가 있지만, 인천의 지역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무학대사와 관련된 설화이다. 이 설화를 간략히 소개하면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무학대사에게 새 도읍지의 후보지를 찾게 했다. 이에 전국을 돌아다니던 무학대사는 인천의 부평에까지 오게 됐다. 부평의 한 고개에 오른 무학대사는 주변의 지세를 살펴보니 들이 넓고 기름지며 멀리 한강까지 끼고 있어 나라의 도읍지가 될 만했다. 그래서 골짜기를 세어 보다 안타까움에 탄식을 하게 된다. 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100개의 골짜기가 있어야 하나, 99개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때 대사가 원통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한 까닭에 이 고개를 ‘원통이 고개’로 부르게 됐다"는 내용이다.

이 설화에 따르면 인천(부평)은 기름진 평야와 큰 강이 가까이 있어 도읍지가 될 만한 충분한 입지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도성이 되지 못한 이유로 골짜기 하나가 모자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도읍지가 되지 못한 아쉬움이 짙게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인천(부평)은 겨우 골짜기 하나가 모자라 도읍지가 되지 못했다는 자긍심이 담겨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이는 골짜기 하나 부족한 점을 제외하고는 도읍지로서의 입지 조건에 충족된다는 의미하기도 하다. 이렇게 본다면 이 설화는 도성이 되지 못한 아쉬움 속에서도 인천이 수도 한양에 버금갈 만한 장소라는 점을 함축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수도 인근에 있어 여러 가지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지만 내면에는 수도에 버금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던 인천 사람들. 인천은 이런 도시인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